고전책방 - 나도 이제 고전 좀 읽어 볼까?
임지은 지음 / 심플라이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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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전을

고집하는가?

《고전책방》

임지은

심플라이프


고전에 관심을 쏟게 된 이유는 한국 근대문학 덕분이다. 현대문학과는 다른 어떤 응축된 어두움에 매료되었고, 고전은 그 어둠이 더 철학적이고, 찐득했다. 이처럼 계기는 사소했고, 지극히 순수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어떤 우월감에 젖어갔다. 가벼운 에세이나, 철학이 없는 현대문학을 읽는 게 아닌, 읽고 또 읽고 다시 읽어도 늘 새로운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그런 고전을 읽는 것에 집착했다. 잘 아는 작가의 이름이 나오면 거들먹거리기도 했고, 그 작가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접하면 재빠르게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내가 말한 것들이 전부 정답도 아니었을뿐더러, 근대 작가의 성별을 오인하고, 잘못 전파한 경우도 생겼다. 그날 이후, 스스로가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소설 작가를 꿈꾼다는 인간이 이처럼 편협하다니, 어쩐지 수치심이 몰려왔다.

수치심 이후 개과천선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이 나오면 귀가 쫑긋해지고, 상대의 말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되뇐다. 잘못된 정보가 들리면 고치고 싶고, 좋아하는 작가를 비난하면 조금은 언짢아지기도 한다. 과거의 근거 없는 교만은 많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어떤 우월의식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지 경계하고, 또 경계한다.

*타인의 독서에 대해선 어떠한 견해도 없습니다.

···

고전을 읽는 사람

대체로 당시에 쓰인 문학이 어렵기도 하지만, 번역에 번역을 거치고 현재 사용하지 않는 단어와 문장을 나열하기에 더욱 난해한 것도 있다. 과거에는 불문학을 영어로 번역하고, 번역한 영어를 일어로, 그리고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했으니,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조세프 콘래드ᴶᵒˢᵉᵖʰ ᶜᵒⁿʳᵃᵈ의 《어둠의 심장ᴴᵉᵃʳᵗ ᵒᶠ ᴰᵃʳᵏⁿᵉˢˢ》과 커트 보니것ᴷᵘʳᵗ ⱽᵒⁿⁿᵉᵍᵘᵗ ᴶʳ.의 《제5 도살장ˢˡᵃᵘᵍʰᵗᵉʳʰᵒᵘˢᵉ⁻ᶠᶦᵛᵉ》처럼 원서 자체가 난해한 것도 존재한다. 끊임없는 전쟁과 어떤 이즘의 폭력성이 예술가들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억제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이처럼 함축된 작가의 사상을 파헤쳐서 참뜻을 이해하는 과정에 재미를 느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시간 낭비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모든 고전이 읽는 것 자체의 난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잭 런던ᴶᵃᶜᵏ ᴸᵒⁿᵈᵒⁿ, ᴶᵒʰⁿ ᴳʳᶦᶠᶠᶦᵗʰ ᶜʰᵃⁿᵉʸ의 《야성의 부름ᵀʰᵉ ᶜᵃˡˡ ᵒᶠ ᵗʰᵉ ᵂᶦˡᵈ》은 당시 특유의 이해하기 어려운 비유와 은유는 거의 없이 직접적인 표현이 주로 사용된다. 그럼에도 어떤 메시지는 분명하게 존재하고, 그 뜻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고전을 읽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나 영상은 넘쳐난다. 좀더 깊게, 보다 수월하게 읽고 싶다면 한 번씩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실제로 유튜브로 전체적인 줄거리를 파악한 후 전문가의 서평을 읽어본 후에 첫 장을 열면 덜 어렵게 읽히기도 한다. 또한 1, 2차 세계대전 관련 역사를 적당히 파악해 두는 것도 고전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당시의 시대상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상상하는 것에 큰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확실히 현대문학을 읽을 때보다 품이 많이 든다. 그렇기에 선뜻 책을 집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열심히 읽은 고전이 바로 우리 삶에 긍정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기도 어렵다. 짧게 말하면, 쇼츠 같은 초 단위를 소비하는 세대에게 고전 독서는 너무 미미한 가치라는 것이다.

그 미미한 가치가 쌓여 태산이 되었을 때, 한 인간의 삶이 고전 덕분에 생각보다 잘 나아갔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기에, 고전을 읽게 된다. 쇼츠는 바깥으로 소비하는 콘텐츠다. 내부로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미 없는 소리와 음향 그리고 혐오의 메들리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인간의 영혼과 정신을 망가뜨릴 뿐이다. 얇은 종이와 수십 만자의 글이 한 장, 한 장 쌓여 책이 되듯 우리가 읽는 고전도 마찬가지로 한 권, 한 권이 쌓여 더 나은 인생이 된다. 돌아봤을 때 후회가 적은, 미련을 놓을 수 있는 그런 삶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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