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디렉션 - 사진작가 이준희 직업 에세이
이준희 지음 / 스미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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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 없는

소설가

《빛과 디렉션》

이준희

스미다


중학생 때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독후감을 쓰고, 자작 시를 올렸다. 누구도 반응해 주지 않았지만, 나만의 기록이 남는 것에 만족했다. 성인이 된 후, 다시금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게 2017년 5월 3일이다. 그렇게 1,000자 이하의 짧은 글들은 2018년 9월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몇 번이나 도전했던 신춘문예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매년 당선되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다음을 기약했지만,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내가 그들처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심사 위원들이 선호하고, 독자가 중간에 책을 덮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예술성이 묻어 있으면서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성공해야 하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역량 미달이었다. 그렇게 2019년은 읽지도, 쓰지도 않았다.

2020년부터 브런치 스토리라는 글쓰기 플랫폼에 서평과 산문을 기재했다.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직 무리라는 것을 알았다. 일단은 쓰는 것 자체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산문을 작성하며 내 과거를 톺아보는 게 먼저였다. 어떤 판타지나, 경험하지 않았던 것을 쓸 수 없었던 나는, 결국 내 안의 무언가를 끄집어내야 했다. 마구잡이가 아닌 질서정연하게 약간의 허구와 망상을 섞어서 꺼낼 수 있도록 내 이야기를 퇴고하고, 또 퇴고했다.

브런치에 작성한 글만 해도 대략 100만 자쯤 된다. 대략 책 6~7권 정도의 분량이다. 물론, 퇴고하고, 비슷한 내용을 덜어내면 4권도 채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브런치에 입성했을 때 100만 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 정도 연습이면, 이제 소설을 써도 되겠다고 믿었다.

[2025년 12월 16일]

소설

보통 사람, 14,302자 (원고지 79.9장)

선택적 분노, 16,305자 (원고지 94.8장)

분열의 물결, 18,743자 (원고지 96.2장)

파도, 7,123자 (원고지 41장)

동행, 39,990자 (원고지 211.1장)_퇴고 중_신춘문예보다는 출판사 투고에 중점을 두고 있음.

잔해, 32편

새싹은 어디로, 5편

초단편 1편과 단편 3편 그리고 중편 1편에 시 37편 정도를 2026 신춘문예를 위해 6개월 만에 쏟아냈다. 2025년 12월 16일 기준 한 달에서 두 달 반 정도면 결과가 나오고, 아마도 나는 다시금 좌절할 것이다. 그럼에도 스스로 독려하고, 다시금 모니터 앞에 앉아 반짝이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며,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겠지.

곧 있으면 작가를 꿈꾼 지 만으로 9년이 된다. 무명 배우 10~20년, 와닿지 않았던 그 세월의 무게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등단하지 못하더라도, 평생 쓰겠다는 다짐은 변함없다. 이준희 작가님 처럼 나 또한 언젠가는 작가가 될 수 있을까···.

···

이준희 사진작가의 사진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부분에선 그저 입체적인 동작에 집착하는 상업적인 사진가와 다름없다가도, 다음 사진에선 순간적인 몰입을 경험한다. 마치 조지프 콘래드ᴶᵒˢᵉᵖʰ ᶜᵒⁿʳᵃᵈ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그는 관점이 달라질수록 변하는 핵심을 닫힌 상자 안에서 완벽을 추구하며 구현해 내는 예술가다. 알다가도 모르는, 그런 시 같은 작품을 남기는 것, 그게 바로 예술이 아닐까.

빛과 디렉션ᴸᶦᵍʰᵗ ᵃⁿᵈ ᴰᶦʳᵉᶜᵗᶦᵒⁿ

나에게 빛은 창작의 원천이다. 커튼을 치고 창문을 활짝 열어 밀려오는 햇빛을 마주하면 창작 욕구가 심박수를 올리며 솟구친다. 처음 느껴보는 것도 아닌 감정에 다시금 설렌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바뀌는 햇살의 위치에 하루에도 몇 번 용기를 얻고, 기분이 좋아진다. 밤이 찾아오기 전 주황색의 하늘은 나의 노고를 이해해 주는 것 같다.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으면 그제야 조명색 등을 켜고, 또 다른 빛에 색다른 용기를 심는다. 이런 빛 덕분에 100만 자를 달성했고, 100만 자를 쓰고 보니 추구하는 방향성이라는 기류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빛 덕분에 200~300만 자 그리고 견고해질 방향성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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