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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와 우연의 과학사 - 과학자들은 싫어할
페터 크뢰닝 지음, 이동준 옮김 / 이마고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보면 어찌나 당돌한가.
아마도 원제는 이렇게까지는 확대된 의미를 가지진 않았을테지만ㅋ
요즘 방학이라 책을 이것저것 많이 읽고 있는데, 그 중에 건진 보석같은 책이다.
과학의 길을 걷는 그 모든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달까.
이 책에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실수했던 것과, 실수나 우연으로 대단한 발견을 해낸 사연들이 수두룩하다.
그치만 그보다 좀 더 이 책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것은
가장 냉철하고 객관적인 분석만을 다룰 것 같은 그 과학과 과학자조차도
사실은 엄청난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경제적, 명예적인 이해득실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을 이겨내고 꿋꿋히 외로운 길을 걷다가 빛을 발한 과학자도
비록 소수이지만, 우리에게 있었다는 것도 말해준다.
과학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지식을 쌓게 해주는데에도 매우 도움이 된다.
내가 보기에, 특히나 생물학에 관련된 글들은, 일반적인 사고능력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어보인다.
생물 2에서 우리가 열심히 외웠던 그 DNA 에서 RNA로, 그리고 리보좀에서의 단백질 형성과정!!
이런걸 생물2책처럼 간단한 도표로 만들지 않고 말로 쭉 늘어놓아서.. 이해가 어렵게 되어있다.
나야 미리 배운 거니까 쉽게 넘어갔다지만.. 일반인이 읽기엔 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책의 번역은 매우 매끄럽다.
요즘엔 과학책들도 이렇게 번역이 매끄러운 것을 보면
점점 더 내가 할 일이 줄어드는 느낌이랄까-ㅁ-.. 나도 번역가 하려 했는데ㅋㅋ
번역가로 먹고살기 힘들어 보이거든 그냥 내 손으로 써내지 뭐!ㅋ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채연석 원장님은 대학교 2학년 때 로켓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지식만으로
로켓에 관한 일반 과학 서적을 펴냈고, 그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 덕분에 국내에서 꽤나 촉망받는 과학도로 인정받았고,
이제는 우리나라의 항공우주연구를 총지휘하시는 엄청난 과학자가 되셨으니까.
나도 못 할게 뭐냐!
열정과 노력만 가지면 못 할게 없는 곳이 과학이니까. 나도 할 수 있다.
책과 관계없는 소리 같지만, 결국 이 책에서도 말하려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젊다고, 아직 명성이 없다고, 제대로 이뤄낸 것이 없다고 해서 무시될법한 그런 학자가 결국
엄청난 발견들을 해내지 않았던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나도 과학도구나, 난 그래서 더 훌륭해져야할 필요가 있구나, 라는 것이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단 한 명의 여성 과학자는 마리퀴리 뿐이지만
먼 훗날, 한 200년쯤 지난 뒤 발간되는 이런 종류의 책엔 내 이름이 실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불어 얼마나 지금의 내 모습이 한심한지도 깨닫게 됐다.
노력은 않고, 이리 공짜로 떨어질 성과만 바라고 앉아있다니.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은 그 누군가 위대한 소설가가 썼던 문장이었다.
" 유능한 항해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나침반을 보고, 지도를 읽고, 키를 잡는 법들을 가르치는 것 보다 먼저 바다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심어주어야 한다. "
나는 바다에 대한 끝없는, 한없는 열정을 언제쯤부터 손놓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