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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번 산 고양이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83
사노 요코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2년 10월
평점 :
동화는 내용이 다 뻔하다고는 하지만, 다 짐작되는 결론이지만
그래도 동화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건 그렇게 반복해 읽어도 질리지 않는 힘이 있기 때문이겠죠.
이 책도 역시 그런 따뜻함을 가진 짧지만 잔잔한 동화랍니다.
어린 아이들이 읽을 때 편하도록 해주는 장치들이 잘 마련되어 있어서 좋아보였어요.
한 페이지엔 글, 다른 페이지엔 커다란 그림의 형식도 그렇고..
반복되는 글들로 채워진 것도 좋았고요^-^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아무리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좋은 동화라 할지라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를 들어, 이 주인공 고양이가 남자 고양이라는 말은 앞서 언급되지 않긴 했습니다만..
중간 부분쯤 하얀 털을 가진 예쁜 고양이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장면이 나오죠.
무의식중에 주인공이 남자라는 걸 강조했달까요.
게다가 여자고양이는 그림으로 봤을 때 좀 못생겨보이는 주인공 고양이에 비해
훨씬 예쁘고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게다가 대사도 없죠. 행동이나 마음가짐을 묘사하지도 않아요.
여자고양이가 하는 행동이나 말은 애교를 떨면서도 매우 수동적인.. 이른바 현모양처스타일이랄까요..
요즘 우리가 평범하게 갖고있는 전형적인 전통 여성상을 그대로 지닌 고양이라서
전 몹시 씁쓸했답니다..
아름다운 동화에서들조차, 고전 동화가 아닌데도, 이런 고정관념과 성차별적 시선을 고스란히 담고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아팠어요.
어린아이들에게 이렇게 동화까지 나서서 세뇌를 시키는 게 분명 좋은 건 아닐텐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동화들을 우리의 아이들에게 읽힐 때, 그 안에 작가가 의도했던 그런 뻔한 주제들 말고도,
부모님들이 나서서 이런 성역할이나.. 차별적 시선들을 먼저 제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책과 같이 가르치는 거죠, "여기 여자고양이는 이렇구나, 하지만 우리 딸은 이런 수동적인 아름다움보단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아름다움이 멋있다는 것도 잘 알지?
꼭 이렇게 남자 고양이에게 선택받을 때 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라고.
훌륭한 동화읽기는 그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진 여러가지 문제점도
함께 파악하고 느낄 때 이루어지는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