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자치통감 1 - 권1~5 속자치통감 1
필원 지음, 권중달 옮김 / 도서출판 삼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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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은 송시대의 사마광이 집필한 내용이다보니, 當代의 황제와 그 조상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음대로 기술할 수가 없어서 宋代 건국이후 부분부터는 흐지부지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과거 각 제국의 멸망기나 또는 明의 만력제 年間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명-청으로 이어지는 시기, 특히 명나라의 쇠락사에(그 나라는 기본적으로 어리석음의 DNA가 황실종친 내에 흘렀던 듯) 관심이 많아졌기에 자치통감처럼 편년체로 쭉 기술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못내 아쉬웠기에, "續 자치통감"이란 제목으로 청시대의 역사가가 기술한 이 책이 또 다시 권중달 명예교수의 손을 거쳐 번역되어 나왔다는 소식에 솔직히 많이 기뻤다.

 

온라인 상으로 책 가격을 보자니 기존 자치통감과 동일한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겉표지는 자치통감 출간물과는 달리 하드커버가 아니라서 장기보관하는데는 신경을 써야할 것처럼 보였다.  또 전체적으로 보니 현재 번역이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전권이 다 나와있지 않으니, 내가 관심이 많은 시대까지 가려면 아직은 많이 기다려야하는 상황인 듯 싶다.  해서, 혹시나 싶은 마음에 일단 1권만 주문해봤는데..  번역의 높은 수준이야 굳이 다시 논할 필요는 없지만, 출간물의 면면에 대해서는 솔직히 실망을 금할 길이 없다.

 

우선 1권이란 특성으로 어쩔 수는 없겠으나 기존 자치통감 번역서와는 달리 속자치통감을 집필한 이에 대한 소개문(역시 청시대의 문인이 적은 글) 부분이 책의 서문에 길게 자리한다.  그리고 번역서 한 권에 번역되어 실린 원문의 길이는 매 5권 분량이다. 즉 속자치통감은 처음 집필이 103권에서 멈추고 이후 풍집오란 사람이 그 뒤를 이어 117권을 더 씀으로 총220권의 책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번역서 한 권에 원서5권씩만 취급을 한다면 이번 번역출간물의 경우 총44권의 엄청난 부수가 나오게 된다.(혹시나 싶어 다른 번역서들의 목차를 보니 내 예상대로 5권씩 끊어서 번역이 되어있다.)  이 책의 총 페이지수는 552페이지인데 어떻게 번역으로 다뤄지는 내용이 그 정도 뿐이 안 되는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책을 받아보니 출간사의 마술(?)을 알 수 있었다.  즉, 그 마술의 묘미(?)는,

 

1) 기존 "자치통감" 번역출간물은 주석페이지를 포함 약 650여 페이지이며 원문 부분을 따로 실지 않고 활자의 크기도 작게 처리함으로 매 번역서에 약 원서 13~15권의 분량을 소화한 반면,

 

2) "속자치통감" 번역서 1권은 뒤에 원서 한자편을 그대로 다 실어줌으로써 앞의 설명문과 뒤의 원서 부분을 제하면, 왕조의 계보표시를 포함해서라도 실제 이 책에 실린 해당시기에 대한 한글번역부분은 351페이지에 불과하다.  그 뿐인가, 활자의 크기는 기존에 읽었던 자치통감의 활자보다 거의 1.8배는 더 큰 듯 하다, 활자가 크니 행간이 더 넓게 들어간 것은 당연한 얘기이고.

 

 

이렇게까지 책의 부수를 늘리기 위한 마술(?인지 꼼수인지 ㅎ)을 부려가면서까지 이 시리즈를 통해 판매수익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의 출간방식에 동의한 역자의 결정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마치 총 16편으로 긴박하게 달려서 끝나는 미니시리즈를 보다가 동일한 감독이 갑자기 80여편의 장편드라마를 찍다보니 도중에 전개가 늘어지다 못 해 결국 한참 안 보다가 끝에 결말만 찾아보게 되는 시청자 입장이 된 듯 하다.  사실 이 비유가 꼭 아니다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예전 자치통감 번역서라면 이미 송태조의 건국 이후 태종의 즉위로 최소 2대로 넘어갔을 듯한데, 편집을 이렇게하다보니 이 책에서는 송태조가 건국하겠다고 일어서서 여전히 건국 중인 상황에 있다가 마무리된다.(정말 역자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런 식의 전개가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그렇게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하다못해 책의 정가에 대해서는 재고를 해야하지 않았을까 싶다.  커버도 hard가 아닌 soft로 바꾸었고 책의 내용도 기존 자치통감 시리즈에 대비했을 때 양적으로 충실하지 않은데 가격은 동일한 이유가 뭘까?  세월의 흐름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것이라고 해도 독자의 1인으로서는 솔직히 불쾌감을 감출 길이 없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속자치통감 시리즈는 이번 1권 이후로 다시 구입하게 되지는 않을 듯 싶다.  궁금한 황제/시기가 있다고 해도 이런 식이라면 최소 5권은 봐야 한 시대가 파악이 될 듯 싶으니..  왜 이런 식의 편집형태에 동의를 했는지, 여러가지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역자의 전문성과 그 노고는 결코 폄하되어서는 안 되기에 평점의 별 2개는 오롯이 역자인 권중달 교수님께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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