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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이여, 가장 큰 소리로 웃어라 - 니키 드 생팔 전기
슈테파니 슈뢰더 지음, 조원규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니키 드 생팔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다만 그녀가 만든 나나 중 하나의 사진을 인터넷 어디선가 본 적이 있을 뿐이었다. 그 때의 감상은 '오호, 좀 독특한데...'였다. 추상적인 것들을 접할 때, 미술의 문외한인 내가 그 이상의 느낌을 갖기란 쉽지 않다. 지식이 없다고 해서 감상까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르는 것은 왠지 더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색다른 작품과, 작품 세계를 만나기 위해 니키 드 생팔의 전기인 <여신이여, 가장 큰 소리로 웃어라>를 보게 되었다.
니키 드 생팔의 삶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슈팅 페인팅'-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기법이다-이 너무 유명해지자 자신의 이름을 크게 알린 이 기법을 포기하고 또 다른 것을 찾아 나섰다. 신기한 건, 그녀가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더 자유롭게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그녀가 왜 이런 독특한, 혹은 미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되었는가, 반항을 시작하게 되었는가를 살펴보다보면, 그 밑바닥에 어릴 때 아버지에게 당한 성폭행이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고 슬픈 일이다. 아버지는 '프랑스의 전형적인 지방 귀족'이었다고 적혀 있던데 그런 멀쩡한 남자가 자기 딸을 데리고 근친상간을 하다니...! 그녀가 평생 우울증에 시달릴 법도 하다.
그러나 그녀는 참으로 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생명력 강한 여인이었다. 작품활동을 위해 별거, 이혼을 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와 나눠 갖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평단이나 대중들의 반응이 뜨뜨미지근할 때에도, 폐가 약해져 병상에 누웠을 때조차도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예술을 추구했다. 그런 작품들이, 그녀는 사라졌어도, 지금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것이다!
'나나'를 보라. 얼굴에 비해서는 비대한 몸집을 지니고 있는 이 작품은 알록달록한 원색의 슬립만을 입은 채, 힘차게 팔을 휘두르며 세상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원래는 임신한 친구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그 모습에서 나는, 나를 겹쳐 본다. 잘 움추려 들고, 기운 없어 하고, 패배자인 양 스스로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나나를 볼 때는 그 안에 나를 투영시키게 된다. 나도 그렇게 '겁없이' 뛰어 보고 싶어진다. '나나에게 권력을!'이란 독특한 슬로건마저도 맘에 든다. 나나는 니키가 우리에게 남겨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이다.
부정한 세상을 향해 과감하게 총을 쏘아댄 그녀, 니키 드 생팔. 그녀의 삶과, 작품이 모두 나를 사로잡는다. 나도 그녀와 함께 큰 소리로 웃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