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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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들고 학원에 간 날, 우연히도 문득 쳐다본 영어 선생님 자리에서 똑같은 책을 발견하였다. 감상 또한 나와 비슷했다. 누군가 우연히 나와 마음이 맞아 같은 책을 보고, 감상 또한 닮아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여겨져서 더욱더 다가왔다.

이 책은 <도전 지구탐험대>의 카메라 기자가 10년 동안 아마존을 다니며 경험한 것에 대해 쓴 책이다. 나는 '아마존'하면 제일 먼저 '아나콘다'가 떠오른다. 일전에 <도전 지구탐험대>에서 '구자미'라는 탤런트가 아마존의 여전사들과 함께 아나콘다를 잡으러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 큰 뱀을 신식 총 한 자루 없이 벗은 몸으로 덤벼드는 모습이 오래도록 나의 뇌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이 책에도 수록되어 있는데, 나는 아직도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영화를 좋아하는 문명인인 나는, 제대로 사냥을 나가려면 영화에서처럼 성능 좋은 총이나 화염 방사기 등을 들고, 방탄복이나 갑옷 등을 챙겨 입고 나가야만 할 것 같은데-그래야만 내 생명도 건지고 사냥도 무사히 끝마칠 것 같은데 이들은 사냥을 나갈 때도 벗은 몸 그대로다. 그래서 더 조마조마하다.

 단지 그들이 죽을까봐? 그것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그들이 그 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떠나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경외감이 느껴진다. 그만큼 더 무섭고 치열하게 싸우고, 그렇기에 잡아온 먹이들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는다. 그런 아마존의 사람들과 비교한 내 삶은, 어떠한가?

월급을 준 만큼만 일하고, 잘리지 않을 만큼 논다. 내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고, 그 돈으로 음식을 사 먹기에 때로 어떤 음식들은 내게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늘 좀더 나은 조건이나 월급을 제공해 줄 곳으로 옮기려 기회를 노리고 있으며, 내 이익에 반하는 사람은 은연중에 적으로 규정하여 밀어 내거나 찍어 누르려 한다. 또 볼 사람이 아니거나 앞으로 나의 경력에 도움을 받을 일이 없다고 판단되면 끝마무리도 대충, 혹은 엉망으로-이건 일종의 '복수'기도 하다-해 놓고 퇴사한다.

그런 연유로 나의 삶은 때로는 불행하고 때로는 심하게 우울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도 모를 때가 많으며, 한편으로는 나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서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사람들이 부러웠다. 자연의 일부로서 열정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들은 문명을 가지지 못했지만 '행복'을 가졌으므로...

 이 책을 읽기 전, 그들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이들이 계속 이런 생활방식으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혼자서 고개를 저었었다. 나는 문명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데, 그들만 계속 그런 방식으로 살라는 건 가혹한 일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역시 그들이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문명을 원하지 않지만 문명은 계속 그들을 찾아나서고 있고 그들을 차츰 파괴해하고 있다. 한 번 문명의 맛을 본 사람들은 원시 산림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들은 문명과 아마존, 모두에게서 이방인이 된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언젠가 내가 그들을 삶을 직접 체험하러 갈 때에는, 더 이상 아마존은 아마존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마존에는 가지 않으려고 한다. 하다못해 내가 그곳에 또 다른 바퀴벌레를 선사할 지도 모를 일이니까. 하지만 힘든 날,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허기진 마음을 깨달을 때, 마음으로나마 그들의 삶을 그려보고 맛 볼 것이다. 자연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마존 사람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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