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다이어리
김은미 지음 / 문이당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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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아주 오랜 시간 사랑했었지만 그 기다림에 지쳐 내가 먼저 손을 놓아버렸던, 한 사람이 꿈에 나왔다. 꿈이라 그런 지 얼굴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라는 사실에 마냥 기뻐했고 현실과 달리, 이제라도 내 곁에 그가 와 주어서 고맙고 행복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아침은 왔고 행복했던 꿈에서 깨어난 후 그 허탈함은 더욱더 컸다. 이부자리에서 비비적대면서, 아직 남아 있을 간밤의 행복했던 기억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며 잠시 더 누워있었다. 그런 내 머리 맡에 놓여 있는 김은미 씨의 <러브 다이어리>...

 만약 내가 작가였다면, 언젠가 한 번은 썼을 것 같은 책이다. 주인공과 성격은 달랐지만, 이야기의 양상은 '완전 내 얘기'였으니까 말이다. 처음엔 적극적으로 쫓아온 남자,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남자는 '일'에 치이고 여자를 기다리게 한다. 결국엔 기다림에 지쳐 사랑이 식은 여자가 '안녕'이라고 말한다.(혹은 뒤늦게 여자의 변심을 눈치챈 남자가 미리 채이기 전에 선수친다.) 특별한 몇몇 이유가 있었던 이별을 제외하고는 대개 그런 식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끝을 냈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난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비슷한 패던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늘 다음 사랑은 더 잘 해야지, 하는 강박관념도 갖게 됐던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똑같아졌을 때는 '난 안 되나봐...'하는 좌절감까지 밀려 들었던 것 같다.

런 나를 <러브 다이어리>가 구제해 주었다. 그래, 다 말고 다른 여자들도 그런 것이었다. 연애할 때 여자들은 '꽃'이 되고 싶어한다. 남자의 따사로움(배려)과 관심(연락)을 먹고 자라는...

 사랑이라는 나무를 심었으면 물도 주고, 비료도 적당히 주면서 관리를 해야 잘 자랄 거 아냐? 내가 무슨 들판에서 저절로 자라는 야생화냐? 왜 연락이 없는 거야?혼자 자라는 나무는 없잖아? 산에서 크는 나무는 혼자 자라나? 아니쥐이~.해님이 늘 보며 웃어주고, 비님이 늘 목마른 나무를 적셔 주고... 그러잖아.

-p37

 그런데 남자들은, 참 아쉽게도 그런 것들을 소홀히 여긴다. '전화 한 번'이 여자에게는 그냥 '전화'가 아니라는 것을 결코 모른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니라 이수일의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더 사랑하는 순애들이 많다만, 끝내 수일이 그 말 한 마디를 아낀다면 결국엔 중배의 달콤한 사랑의 밀어를 찾아 떠날 거란 말이지.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니라... "널 사랑해. 경제적으로는 힘들겠지만 행복하게 해 줄게. 나를 믿고 함께 가자."고 말해 주면 얼마든지 따라올 텐데, '내 힘든 모습을 여자에게 알리지 말라'며 혼자서 끙끙 앓다보니 어느 새 사랑이 떠나 있다. 

 사랑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기다림입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당신과 내가 헤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맹세가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나서
비로소 갑자기 알게 되었지요
당신은 나의 미래가 아니라는 것을...

 -여명, '왜 당신은 나의 미래가 될 수 없을까?'(위하니불시아적미래) 중에서-

 게다가 한 술 떠뜨는 것은,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게 다 '너(여자)'를 위해서니까 참으란다. 나중에 너 호강 시켜주려고 지금 고생하는 거니까 오히려 고마워 해야 한다고... <러브 다이어리>에서도 말하지만, 아직은 우리는 그 사람의 아내가 아니다. 그냥 여자 친구기에 여자 친구답게 '연애'하고 싶을 뿐이다. 맨날 만나서 놀자는 것도 아니고, 연락만이라도 자주 해 달라는데 저런 대답이면 정말 속상하다.전화 하는 건 상사든 누군든 눈치 보인다손쳐도 문자 보내는 데는 일분도 채 안 걸린단 말이다. 30원밖에 안 하는 좋은 문자라도 좀 보내다구...

 혹자는이렇게 말할 것이다. 원래 여자들이 그렇듯이, 원래 남자들도 그렇다, 라고. 그래 맞다. 사실은 그런 거다. 처음부터 남자의, 여자의 그런 특성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 만나거나, 그 둘 중의 하나 혹은 둘 다가 서로에게 맞춰서 조금은 바뀌어야 이 연애가 유지되는데, 그게 안 된 연인들이 헤어지게 되는 거다. <러브 다이어리>의 주인공도, 나도, 그리고 헤어진 남자들도, 자신을 바꾸는 대신 상대를 바꾸는 쪽에-혹은 냅두었다가 가지치기 하는 쪽에-좀더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것은 아닐까 싶다. 물론 힘들다고 보낸 신호를 계속 무시한 남자쪽에도 문제가 있긴 하지만,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도 써 있듯이,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는 '나'를 바꾸는 게 더 쉽다. '사랑'이란 폭넓은 이해로 그런 단점까지도 끌어 안을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그런데 현실은, 결국 그런 것까지 가중되어 나도 모르게 식어 있는 사랑... 아, 어렵다. 어려워~)

 "난 연애가 하고 싶었지 꼭 결혼이 하고 싶었던 것 아닌 거 같아. 근데 당신은 연애는 대충 접고 결혼하자는 거잖아. 난 그거 싫어. 그렇게 때 되면 결혼하고, 때 되면 애 낳고, 남들 하는 대로 살아야 행복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럴 거였으면 예전에 그냥 나 좋다는 사람이랑 결혼했을 거야. 난 그 때 결혼보다 날 더 사랑했어. 그래서 안 한 거야. (중략) 난 사랑이 하고 싶었을 뿐이야.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었던 거고. (중략) 날 행복하게 하는 것들 찾아서 살래. 내가 정말 다시 사랑할 때 그때 결혼할래."

-p294

 어쩜 이렇게 구구절절 '내 말'일까. 요즘 연말이라 다시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선 봐라, 결혼 안 하냐 난리 부르스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면서 '이건 아닌데...' 싶었다. 어떤 대는 그냥 조건 맞는 아무와 결혼해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래, 아닌 건 아닌거다. 지금도 난 나를 사랑하기에,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찾아서 살고 싶어하기에...! 그래서 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거다. 단순히 '결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딱 내 나이에 맞는 소설이다. 요즘의 나의 화두와도 어울리고... 나만 사랑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기에 나는 싱글이다. 당당하게,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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