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법정(法頂) 지음, 류시화 엮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잡았던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는, 내게 너무도 많은 일이 일어난 시기였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이 단지 직급이 같다는 이유로 나이도 경력도 많은 나를 대놓고 무시하더니 갑자기 한 달만에 월급만 받고 연락 두절이 되기도 했고, 그 때문에 마음 고생한 탓이었는지 건강이 나빠져서 병원에 갔더니 - 정기적으로 병원에 검진을 받고 있음- 처음보다 상태가 안 좋다고 약을 바꿔 보자고 해서 더 쎈 약을 받아 오게 되었다. 그런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차라리 미리 수술해서 오랫동안 편안하게 지내는 게 낫지 않냐'고 충고했던 친구는 갑자기 쓰러져 '담석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보다도 먼저 수술대에 오르고야 말았다. 그 외에도 우리 집과 나에게 일어난 수많은 일들은 나의 몸과 마음을 좀 먹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이 책의 한 페이지, 한 구절, 한 단어마다가 내 가슴을 뼈져리게 파고 들어왔다. 처음 10월에 이 책을 사서 한 두장 읽었을 때는 오히려 예전에 내가 수필집으로 읽었던 것보다 별로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수필집에는 '이야기'가 있어서 어떻게 해서 이런 깨달음에 이르게 됐는지 자연스러운 흐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흐름이 사라져 버린 잠언집. 이미 수필집이 익숙한 나에게는 한참 모자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잠시 책장에 꽂아 둔 채 다른 책에 먼저 마음을 주었다.

그렇지만 옥은 흙에 묻혀도 옥이라 하더라. 아둔한 내가 못 알아 본 것이지 수필집이든 잠언집이든 그 안에 담겨 있는 고운 뜻이 어디 가겠는가? 오히려 때가 되어 내 눈에 들보를 빼내니, 책 한 권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줄 치면서 읽고 싶고, 다 외우두고 싶을 만큼 구구절절 와 닿는 말들뿐이었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네 탓'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대신 '내 탓'이라고 겸손되이 손을 모았기 때문이었다.
온갖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해서 그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저 내 신경만 더 자극하게 될 뿐이다. '난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는 거야.'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스님은,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가만히 멈추어 서서 '나'를 살펴 보라고 말씀해 주신다. 나의 욕심, 나의 아집, 나의 독선이 남을 재단하며 오히려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살펴보라고 말씀해 주신다. 잡을 수 없는 것은 놓고, 사라질 것에 헛되이 집착하지 말며, 자신을 다스려 간다면 세속의 행복과는, 다른 삶의 본질적인 기쁨과 행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쉽지는 않지만, 힘든 시간이 찾아오거나 화가 날 때 잠시 멈추어 서려고 한다. 심호흡을 하면서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고 싶다. 그리고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면 그냥 받아들이고 또 그 안에서 행복해 보려고 한다. 물론 때로는 너무 슬퍼서 한없이 울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받아 들여야겠지. 대신 그 울음이 그친 후에는 다시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며 멋진 미소 한 방 날려 주고 싶다.

스님께서 쓰신 책이지만, 종교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리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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