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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김정일 - 경제전문가가 바라 본 북한 문제
김종서 지음 / 참콘(CHARMCON)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주홍빛 배경위에 검정색 붓글씨체로 쓴 깔끔한 표지가 인상적인 책. 제목은 <굿바이 김정일>이지만 이 책은 단순히 '통일'과 '북한'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과 중국 등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구도 및 미래 예측 등에 예상 외로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그것은 통일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처럼 간단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넓은 안목으로 전세계를 보아야한다는 무언의 주장은 아닐까 싶다. 그러다보니 Z.브레진스키를 비롯한 다양한 학자들과 정치가들의 보고서들을 인용하여 책이 전체적으로 어렵다. 외교정치학과 학생들의 입문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통일'에 관심이 많아서 읽은 책이었는데 오히려 나중에는 세계 정세쪽에 더 주목하며 읽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는 각 나라에 대한 몇 가지 미래 예측을 내놓고 있는데,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주식과 주식 펀드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세계의 전문가들이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다년간에 걸친 분석을 통한 예측이라고 해도-대표적인 예로 중국에 2010년이 되기 전에 경제 파탄이나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다-다 실현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것이 우리 경제에 파급되는 효과가 어느 정도가 될 지도 알 수 없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하지만 분명 크기와 상관 없이 유무형의 영향은 있을 테고 그것이 내 수익률에 또 어떻게 반영될 지는 모르기에 나는 두렵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책과는 상관없는 깨달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이 책 표지 반대쪽에는 '경제전문가가 바라 본 북한 문제!'라는 문구가 적혀 있기도 하니...)
그런 면에 주의하며 읽다 보니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쓴 부분의 시각이 특별해 보였다. 동북공정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본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지금처럼 안일하게 대응하거나, 외교적인 노선으로 접근했을 때는 절대로 수정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대신 그 지역에서 함께 공동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개발정책을 수립하는 쪽으로 해법을 찾아내보자고 제안한다. 우리의 역사마저 왜곡시켜 앗아가는 중국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손을 잡으라는 제안이 현명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경제전문가가 내놓을 법하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괜찮은 방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한쪽(외교적)의 방법으로는 풀어내지 못한다면 다른쪽(경제적)으로라도 접근해봐야 할 것 아니겠는가?
동북공정은 4연 전략의 차원에서 중국의 지역경제발전전략을 지원하는 이론적 배경을 갖고 있다. 즉 중국은 경제발전전략을 세계화 전략에 두고 일체화와 지역협력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소위 삼동심원 전략이라고 하며 바깥 쪽 제일 큰 원은 세계경제로의 중국경제의 편입이며 두 번째 동심원은 아시아 경제와 중국 경제의 협력관계 구축이다. 끝으로, 가장 작은 동심원은 중국 본토와 홍콩, 대만, 마카오, 싱가포르와 동남아 화교간의 협력체인 '대중화경제권'을 말한다.이와 같이 동북공정은 동아시아 지역 협력전략이라는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외교적, 정치적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p216
그런데 이 장에서 '토번'이 원나라를 세웠다는 말이 쓰여 있던데(p218) 처음 듣는 이야기다. 토번은 티베트 민족이고 원나라는 몽골 민족인데 '토번이 중국 영토내에 각 민족을 통일하여 원나라를 세웠다'면 칭기즈칸은 티베트 민족이란 말인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는 특히 더 정확한 정보가 오가야 하니까 말이다.
아울러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답도 간단 명료하게 적혀 있어 인용해 본다. 우리 땅이니까 우리 땅이지, 라는 주장은 국제사회에서는 소용 없다. 그러니 정확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아래의 잘 정리되어 있는 답변은 아주 맘에 든다. 내 생각으로는 특히 2번째 주장의 근거를 잘 마련해서 설명해줘야만 국제 사회에서도 독도의 주인이 우리라는 것을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이 영토인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49리인데 일본 오키섬(현재 독도를 소관하겠다고 맡겨 놓은 곳)에서는 이의 2배나 되는 86리에 해당된다.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우리나라에 포함되어야 한다.둘째, 독도는 울릉도와 함께 신라 지증왕 13년(512년)신라에 귀순하여 왔으며 그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관리하고 있다.(일본은 독도가 무주였으므로 300년 전부터 선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셋째, 포츠담 선언과 카이로 선언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폭력과 강요에 의해 취득한 모든 영토를 돌려줘야 한다는 약속이 있으므로 당연히 독도는 우리 땅이다.-p224
하지만 어떤 책이나 늘 그렇듯이 어떤 자료를 선별하고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독자들의 생각, 혹은 진실과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다. 알렌이 고종황제를 알현하려 와봤더니 궁녀들이랑 술 마시고 놀고 있었기에 루즈벨트 대통령에게 이런 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고, 결국 그것이 일본의 한국 지배를 인정한 결과를 낳았다는 이야기(p244)나 맥아더 장군이 일본은 좋아하고 요구 많은 한반도와 한국인들을 골칫거리로 여겨 에치슨 라인에서 한국이 빠지고 결국에는 6.25가 발발하게 됐다는 이야기(p245~246) 등이 그러한데, 이런 것들은 독자들의 역사 인식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솔직히 이 장에서 고종황제와 맥아더 장군의 이야기의 이야기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닌 거 같은데-'굴복'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데 우리가 굴복하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 건지...?-출처도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넣은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정치적인 주제의 책을 '경제'로 읽었다. 그런 만큼 어려웠지만 재미도 있었고 나름대로 생각해 볼 것도 많았다. 다만 갑자기 책 한 권에서 너무 많은 보고서와 이론들을 접했더니 얼마만큼 활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나의 역량보다 수준 높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