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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콘서트
데이비드 나이븐 지음, 임성묵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웰빙의 붐을 타고 건강 관련 저서와 TV 프로그램 등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을 가만히 보다보면 믿음보다는 의구심이 들 때가 더 많다. 일단은 서로 상충되는 주장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들이 그러할 진대 우리같은 비 전문가들은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 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그러면 때로는 이렇게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 학설이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므로 가장 신빙성이 있습니다."라고... 최근에 나왔다고 다 믿을 만한 것이라는 건 누구의 진실인지?) 두 번째로는 어떤 음식들이 우리 몸에 좋다고하지만 도대체 '얼마'나 먹어야 저들이 주장하는 효과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그저 우리가 가진 모든 음식은 '약'도 되고 '독'도 되는 구나, 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건강 지식 100가지를 모아놓은 '방대한' 건강 책이 나왔다. 건강 전반에 대한 100가지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아 놓은 책. 그래서 이름도 '건강 콘서트'다. 저자인 데이비드 나이븐은 뭐뭐하는 사람들의 비밀 100가지, 뭐뭐의 비밀 100가지 같은 류를 이미 지은 바 있는 정신병리학자이자 사회과학자라고 한다. 그러니 100가지 건강관련 주제에 열광하긴 했지만 일단은 책을 열면서 의심에 가득한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당신의 이야기는 믿을 수 있을까요?'라고 말이다.
결과는 믿기보다는 일단 책을 읽고 실천하라, 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두쪽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간단히 설명한 후 끝 부분에 귀여운 삽화와 더불어 실제 실험 결과 및 그에 대한 수치도 제시해 주어 신빙성을 한층 더해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은 어떤 특정 약이나 치료법을 선전하는 책이 아니다. 그 무언가를 구입해서 먹거나 마시거나 어떤 치료를 받으러 가거나 하라고 권하는 책이 아니라 건강 전반에 있어서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 좋은 생활 습관을 들이거나 잘못된 건강 상식을 바로 잡거나 사고 방식을 바꿈으로써 건강해 지라고 제안하는 책이다. 복식호흡은 건강에 좋다(#26)거나 웃음이 보약(#50)이라거나 일기를 쓰자(#63)라는 제안들을 보면서 한편으론 머리를 치기도 했고 마구 웃어대기도 했다.
우리가 흔히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잘못된 지도 모르는 건강 상식들을 언급한 부분은 가장 유익한 시간이었다. 비타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독이다(#5), 모든 세균을 죽이는 살균 세제들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몸에 좋지 않다(#8), 남자약과 여자약은 다르다(#35), 간접흡연은 아이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나쁘게 한다(#38, 58), 코를 풀면 감기가 더 오래 간다(#43) 등은 아주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중에서도 간접흡연이 사람에게 미치는 폐해에 대해 언급해 놓은 부분은 참으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단순히 천식, 기관지염 같은 것들이 잘 생기겠지라는 생각까지는 했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지능 발달까지 저해할 거란 생각은 못했다. 가족중에 흡연자가 있다면 이와 같은 무서운 결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눠보고 금연을 고려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간접 흡연라는 건 꼭 집안에서만 담배 냄새를 안 맡는다고 해서 완전무결해 지는 게 아니니까. 결과적으로는 흡연자 자체가 줄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시킨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우리 나라는 말뿐인 경우가 많다. 길거리에서 보면 아기 유모차나 임산부 옆에서도 버젓이 흡연하는 사람들이 있고, 지하철 역도 밤이 되면 술기운을 틈타 금연 표지판 밑 휴지통 옆에서 젊은 사람들까지 담배를 피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으니까.
신시내티 어린이 병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들 중 85%의 어린이들이 상당한 수준의 간접흡연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런 어린이들은 포준화된 읽기, 논리, 수학 시험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어린이들에 비해 낮은 점수를 얻었다고 한다.-p189
"미국에서는 매년 간접흡연으로 죽는 사람들의 수가 살인, 마약, 에이즈에 의해 죽는 사람들 전부를 합친것보다 많습니다." (중략)"간접흡연은 단지 귀찮은 일 정도가 아닙니다." 리차드 허트 박사는 계속 해서 말한다. 그는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이들이 천식, 기관지염 그리고 폐렴과 급성유아사망증후군에 의한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더욱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십만의 아이들이 단지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만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p128
우리는 인사로 '건강하게 지내세요.'라는 말을 쉽게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건강에 힘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운동을 하지 않거나 때로는 운동에 중독되거나. 그러다가 큰병에 걸리면 '왜 내게 이런 시련이...!'라고 절규하기도 한다. 그러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먼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건강이라는 게 신경 쓰지 않아도 유지되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작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도 가능하는 걸 알게 되고, 헬스 클럽에 다니거나 좋은 약을 사 먹어야만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힘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