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안에 부자되는 집테크 & 주식테크
한상분 지음 / 동아일보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욕심이 많다. 그래서 가끔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일을 쌓아놓고 어찌할 바를 몰라하면서 급하게 처리하곤 한다. 결국 하나도 제대로 끝내지 못해서 오점을 남기게 된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와 비슷한 거 아닌 가 하는 생각을 했다. <3년 안에 부자되는 집테크 주식테크>라. 집과 주식을 한권의 책에서 동시에 다루려고 하는 시도가 과부하를 낳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나의 우려는 기우였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에 대한 이론이 아니라 '트렌드'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책 한 권에서 자연스럽게 서술하는 것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 개가 전혀 연관이 없는 부류도 아니고 어차피 한 나라안에서 돌고 돌 돈이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두 가지를 연계해서 이야기했을 때의 장점도 분명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시대의 큰 흐름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내가 가장 맘에 들어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3장 버는 부동산  & 잃는 부동산의 경우 6번째로 '진짜 큰손들은 이미 부동산 비중을 줄였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럼 그들이 어디로 갔느냐? 주식으로 갔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주식의 성장이 본격화됐다고 말이다. 저자는 이 부분에서, 우리에게도 주식에 투자하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알만한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들이 부동산 대신 주식을 선택했다면 그들이 머물러 있는 동안 주식은 결국 오르고 말 것이라는 것을... 다만 그들이 어떤 개별 주식을 샀는가까지는 우리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오른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전체 지수가 상승했을 때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구매하면 된다. 이제 이것-지수가 오른다 안 오른다-를 판단하는 것은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몫이다.

 사실 이 책에는 어디가 오른다, 어디가 저평가 되었다, 몇 년 안에 꼭 오를 곳 등을 상세하게 일러 주고 있다. 당장 부동산을 살 수 있는 재력이 없는 나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실제로 부동산에 관심이 있고 재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유용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어떤 정보는 너무나 상식적이이서 이 정도는 나도 말할 수 있겠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실제로 이 책에서 예상한 것이 확실하게 맞아 떨어진 부분도 있어-검단 신도시. 책 발행일은 10월 20일, 발표는 10월 24일-고수의 의견이라 확실히 다르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다.

 재개발을 노린 투자자라면 대로 인근의 집을 사는 게 좋다. 골목에 위치한 집이라도 차가 들어가는 골목에 위치한 집이 차가 못 들어가는 곳에 위치한 집보다 추후 보상가가 훨씬 높다. 앞디로 길이나 공원 등으로 트인 집 역시 대체로 높게 보상받는다.
-p150~151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여전히 있다. 일단 책 제목에 '주식'이 함께 언급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은 2/3 이상이 부동산에 대해서 쓰여 있다. 부실한 내용이면 아쉽지 않았겠으나 내용이 좋아서 주식에 대해서도 좀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무척 안타까웠다. 조만간 주식에 대한 것만으로 책 한 권을 따로 냈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는 중복되는 내용과,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비문)들이 간혹 보여서 읽어 나가다가 잠시 멈칫 거리게 했다. 저자가 전문기자 출신도 아니고 인터넷에 올렸던 글을 토대로 책을 낸 것 같아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출판사가 '동아일보사'로 되어 있는데 교정 좀 잘 봐 주시지..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세번째는 나처럼 생초보인 사람이 지금 당장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책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독자의 선택 문제인 듯 싶지만. 돼지 목에 진주처럼, 무엇이 좋고 나쁜 지 판단하는 것도 잘 안 되고, 가장 중요한 건 이곳에서 찍어준 부동산의 대다수는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고 지금 현재도 비싼 것들이다. 2억 이하는 많지 않다. 역시 지금도 돈 되는 것들이 돈을 벌어주는 것일까? 아니면 나만 돈이 없고 남들은 다 돈이 많은 걸까...? 가난한 서민들이 내집마련 하기 좋은 저렴한 부동산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일상에 떠도는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해 주겠다고 했지만, 저자가 알고 있고, 다른 이에게 알려줘서 효과를 본 것들을 이야기하는 부분에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을 뿐이었다. 눈이 어두운 보통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방법은 없었다. 저자에게는 항간에 떠도는 정보 보기가 이미 익숙해져서 그렇게 간단하게만 말해도 쉬운 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이야 그게 간단한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아쉬운 점이다.

 주식과 부동산, 채권 등 한국의 대표적인 재테크에는 다 능한 듯 보이는 저자를 보면서 옛 이야기가 생각났다. 하늘 천 땅지 두 글자를 제대로 배우고 나니 세상에 더 배울 것이 없었다는 한 소년의 이야기. 하나에 통달하게 되면 다른 하나도 보이는 것 같아 보여서 부러웠다. 나도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나중에 저자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어디 나갈 때 시간 여유가 있으면 잠깐 짬을 내서 주변의 부동산을 돌아본다. 그냥 입구에 적혀진 매매가만 읽어 보는 거지만 그렇게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를 벌어야 내 집을 살 수 있는 가를 생각해 볼 수 있어 좋다. 물론, 아직 많이 까마득하다. 그래서 일단은, 저자가 일러준 곳의 집을 살 만한 돈을 모으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몇 년 후 기회가 되면 그 때는 이 책이 아주 유용하게 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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