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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단층집 짓기 - 작게 지어 넓게 쓰는
엑스날러지 엮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9월
평점 :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직접 지은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지니며 사는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건축·인테리어에 관한 정보나 책을 들여다보는 편이다. 최근 <작게 지어 넓게 쓰는 멋진 단층집 짓기>를 읽어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책의 저자가 일본인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은 플러스로 작용했다. 왜냐하면 작은 토지 면적에 집을 짓는 게 일반화 되어 있는 일본의 주택 건축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것에 중점을 둘 거란 생각에서다. 60채 이상의 집을 분석해서 만든 책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 난 후,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로 아담한 단층집 공간을 구성해놓았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펼친 책이다.
책을 펼쳤을 때 목차보다 먼저 나를 반기고 있었던 건 '멋진 단층집을 만드는 방법'이란 제목 아래 그려진 두 페이지에 걸친 도면 일러스트였다. 책의 핵심을 모아 한눈에 알기 쉽게 축약해놓은 듯한 일러스트와 간결한 말풍선 설명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어떨지 -이제 막 첫 페이지를 펼쳤음에도-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그건 바로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할 때까지 도면 일러스트와 사진, 간결한 설명을 통해 요점만 실어놓은 이 책의 편집 방식은 읽는 내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작게 지어 넓게 쓰는 멋진 단층집 짓기>는 크게 3장으로 나뉘어 있다. 각 장에는 단층집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조언이 실려있다. 1장은 '단층집의 모범 답안'이란 큰 주제 아래 멋진 단층집을 짓는 데 도움이 되는 10가지 모범 답안이 나와 있다. 2장은 '단층집 설계의 고민 해결' 파트인데, 단층집을 지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비용, 구조, 온열 환경, 내진 성능, 방범 등에 관한 해답이 주를 이룬다. 끝으로 3장에서는 '거주 만족도를 높이는 단층집의 작은 테크닉'이란 주제로 정원, 현관, 욕실, 천장, 수납공간, 밝기, 유지보수, 프라이버시 등 다방면에서 뽑아온 단층집 짓기에 관한 테크닉을 아낌없이 수록해놓았다.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항상 이층집만 떠올리며 살아왔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단층집이 이층집보다 더 매력 있었으면 있었지, 절대 덜하진 않음을 느꼈다. 집을 지을 때 부지가 너무 협소해서 반드시 이층으로 지어야 하는 게 아니라면, 단층집도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이 책이 알려줬다고나 할까.
이 책에서 발견한 단층집의 여러 가지 매력 중 인상 깊었던 점 세 가지만 꼽자면 첫째로 정원이나 외부와의 연결성이 좋다는 것, 둘째로 지붕의 형상을 비교적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특성에서 오는 이득(채광 확보 등)이 꽤 된다는 것, 셋째로 상하층으로 이동할 일이 없어 집안일 동선을 간결하게 정리하기 좋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건축법들이 다수 있는데, 꼭 단층집에서만이 아니라 이층집을 지을 때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여서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집에서 가장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채광'인데, 이 책으로 천창이나 고창을 활용해 집안을 환하게 만드는 법, 중정을 이용해 건물 밀집 지역에서도 채광을 확보하는 법 등 채광에 관한 다양한 건축법을 배울 수 있었던 점 또한 좋았다. 특히 중정은 가족의 쉼터나 놀이터로, 빨래 건조 공간으로, 건물 밀집 지역에선 채광을 확보함과 동시에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는 등 개방감을 느끼게 하는 것과 같은 여러 가지 이점과 매력을 갖고 있다. 내가 집을 짓는다면 단층으로 짓든 2층으로 짓든 이 중정을 꼭 넣고 싶어졌다. 만약 중정을 넣지 못한다면 이 책 초반에서 소개한 '루프 발코니'라도 꼭 넣으리라.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집 중 무릎을 '탁' 쳤던 집 두 곳을 소개하고 싶다. 미야기 현의 '오키노의 집'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해 외벽에 큰 창을 배치하지 않는 대신 방형지붕 중심에 루프 발코니를 두고 이 루프 발코니를 빙 돌듯 고창을 설치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집안 어디서든 하늘을 볼 수 있게 함과 동시에 채광과 통풍 문제도 해결했다. 아이치 현의 '가와라의 집'은 방금 말한 오키노의 집 못지않게 구조가 무척 독특하다. 가와라의 집은 좁은 부지에 담장 없이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방형지붕을 이용해 건물의 사방을 깊은 처마로 둘러쌌는데, 이와 더불어 바닥 높이를 1미터 높이고 외벽의 창문을 낮게 설치했다.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흔하게 사용되는 장지문이나 나무 없이 처마와 바닥의 높이를 조절함으로써 커튼이 필요 없는 실용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아 참, 채광은 천창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이 두 집 외에도 마음에 드는 집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가 벅찰 정도이다. 하지만 취향이 확실한 나는, 물론 이 책의 모든 집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바닥의 높낮이 차이로 공간을 나눈다는 '모범 답안 07' 속에 예시로 나온 세 집의 아이디어는, 뭐 분명 근사해 보이긴 하다. 하지만 높낮이로 공간을 나누면 사람이든 로봇청소기이든 청소하게 될 때 반드시 불편이 따를 것이다. 또한 집안 공간 중 거실·식당의 바닥을 400밀리미터 낮추면 독특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기는 하겠지만, 사람이 복도로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며 발생할 먼지가 다른 공간보다 푹 꺼진 거실·식당의 바닥에 모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에 비염이나 먼지에 예민한 사람들에게 이 방식은 최악이 될 수도 있다.

방금 저렇게 막 단점처럼 써놓긴 했어도, 다른 공간보다 810밀리미터를 낮춰 멋지게 만든 거실 소파의 실제 사진을 보고 있으면 포근하면서도 아늑한 그 분위기에 저기에 한 번 앉아나 보고 싶단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한 집 중 멋지지 않은 단층집은 하나도 없다. '모범 답안 09'에 수록된 지바 현의 '사쿠라의 집Ⅱ'은 집 어디에서나 엽록소 가득한 식물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이게 집인지 펜션인지 헷갈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2장의 '다세대 주택' 편에서 3세대가 평면 공간에서 느슨하게 연결되어 편안한 거리감으로 생활하고 있는 멋진 집을 보고 있노라니, '단층집은 최적의 다세대 주택이 될 수 있다'는 책 속의 글귀가 바위처럼 마음속에 쿵 와닿았다. 층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독주택에서 하루빨리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두 눈을 반짝이며 신나게 읽은 까닭에, 생각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아서 마구 쏟아내다 보니 두서없는 글이 된 것 같다. 끝으로 딱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여기에 정보를 너무 많이 옮겨놓으면 출판사에 실례가 될까 봐 일부러 소개하지 않은 3장은, 작은 건축 테크닉(내가 평소 꿈에 그리던 현관이 딱, 있어서 반가웠던!)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에 관한 엑기스가 있기에 반드시 읽어보기를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