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 마블 1 - 비정상 시공그래픽노블
G. 윌로우 윌슨 지음, 애드리언 알포나 그림, 이규원 옮김 / 시공사(만화)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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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주 수요일부터 한국의 디즈니+에서 드라마 [오비완 케노비]와 [미즈 마블] 방영이 시작되었다. 그중 드라마 [미즈 마블]은 2014년부터 연재되고 있는 마블 코믹스에서 많은 설정을 따왔다. 한국에 출간된 미즈 마블 코믹스 중 나는 <미즈 마블 VOL. 1: 비정상>을 읽어보았다. <미즈 마블 VOL. 1: 비정상>에는 G. 윌로우 윌슨이 쓰고 애드리언 알포나가 그린 'Ms. Marvel Vol. 3 #1-5'와 'All-New Marvel Now! Point One #1'의 미즈 마블 수록분이 실려 있다.


   드라마 [미즈 마블]의 포스터 중 노을이 지는 도시를 배경으로 가로등 위에 미즈 마블이 앉아 있는 모습의 포스터는 코믹스 'Ms. Marvel Vol. 3 #5'의 표지에서 따온 것이다.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 속에 코믹스 'Ms. Marvel Vol. 3 #1'의 표지이자 한국에 발매된 <미즈 마블 VOL. 1: 비정상>의 표지이기도 한 그림이 그대로 등장할 정도로 원작 코믹스와 드라마 [미즈 마블]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코믹스와 드라마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야기하기 전에, 지난 주말에 읽어본 마블 코믹스 <미즈 마블 VOL. 1: 비정상>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본다.



   게임에 열정적이며 슈퍼히어로에 열광하는 16살의 평범한 소녀 카말라 칸. 그녀는 부모님, 오빠와 함께 미국 뉴저지 주의 저지시티에 살고 있으며 파키스탄계 미국인 2세이자 무슬림 소녀이다. 카말라는 팬픽션을 직접 만들 정도로 슈퍼히어로에 푹 빠져있는데, 특히 캡틴 마블의 광팬이다. 이런 그녀를 이해하는 친구는 브루노와 나키아 뿐.

   카말라는 나이가 듦에 따라 학교의 다른 여자애들처럼 자유분방하게 살지 못하고 이슬람교의 율법과 엄마가 제시하는 규칙에 얽매여 사는 것에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 무슬림 배경을 가진 소녀로서 왜 자신은 고기를 먹지 못하고 채소 도시락을 싸 다녀야 하는지, 자기만 운동 수업을 왜 빠져야 하며 이상한 휴일은 왜 지켜야 하는지, 다른 애들은 자유로이 쏘다니는 파티에 왜 자신은 가지 못하는지 등. 고민이 많다. 카말라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마치 지구상에 본인과 본인의 고민 외엔 그 무엇도 중요한 게 없다고 느끼는- 사춘기 소녀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카말라는 파티에 가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몰래 강변 파티에 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조 짐머, 브루노와의 사이에 각각 작은 마찰을 겪고, 기분이 상해 파티에서 벗어나려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던 중 테리젠 안개(인휴먼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초능력을 각성하게 만드는 미스트)에 노출되어 기절한 카말라는 캡틴 마블과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가 등장하는 환각을 본 후 '판타스틱 4'의 리드 리처즈처럼 신체를 변형시킬 수 있는 초능력과 더불어 자가 치유 능력을 얻게 되는데...!

   그토록 바랬던 슈퍼히어로로서의 삶이건만, 당장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신체 변형 능력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누는 법부터 연습하기 급급한 카말라. 조 짐머의 목숨을 구한 일로부터 보람을 느낀 카말라는 이 능력을 갈고닦아 사람들을 돕기로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진정한 자아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다, 처음 변신했을 때의 코스튬-1대 미즈 마블인 캐럴 댄버스를 쏙 빼닮은 금발의 미즈 마블 코스튬-에서 벗어나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살린 코스튬으로 정립해간다.

   능력을 써먹기 위해 몰래 외출하느라 엄마와의 갈등은 더욱 깊어가고, 브루노의 도움을 받아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며 브루노의 동생 '빅'이 휘말린 모종의 사건을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하는 카말라. 빅이 언급한 '인펙터'라는 자는 대체 누구이며, 카말라는 과연 저지시티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인펙터에게 대항할 만큼의 힘을 각성할 수 있을까?


난 그저 다른 히어로의 아류가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야···.

···나는 최고의 카말라가 되기 위해 여기 있는 거야.

지금이 그 출발점이야.


- 본문에서



   코믹스 <미즈 마블 VOL. 1: 비정상>은 십대 소녀를 다루고 있는 코믹스답게 발랄하면서도 가벼운 유머가 잘 버무려져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자아정체성에 관한 끊임없는 고뇌에 나도 그 고민에 진지하게 동참하게 되는,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만화이다. 카말라 칸이라는 캐릭터가 내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슬림 가족의 신조를 따르는 것에 수동적이고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막상 도덕적으로 중요한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평생 부모님에게 들어왔던 쿠란의 교훈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선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카말라가 가진 이런 모순적인 모습과 결점, 무슬림이면서도 머리카락을 감추지 않고 당당히 드러내는 성향은 캐릭터를 생생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느끼게 하는 데 일조한다.


   마블 코믹스 최초 무슬림 여주인공이자 최초의 단독 무슬림 주인공인 카말라 칸. 코믹스 <미즈 마블 VOL. 1: 비정상>과 드라마 [미즈 마블]의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능력' 면이다. 드라마는 원작과 다르게 테리젠 안개가 등장하지 않고, 그 대신 할머니의 팔찌로 능력을 쓰게 된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신체 변형이 아니라 에너지를 발산해 만든 구조물로 능력이 발현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더해 드라마에선 원작의 강변 파티가 '어벤져콘'으로 대체되었다. 그 외 카말라가 원작에선 딱히 왕따로서의 이미지가 부각되지 않는 반면, 드라마에선 학교 또래 아이들이 대놓고 카말라를 무시하는 듯한 묘사를 넣어 카말라의 아웃사이더로서의 면모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또한 원작에서 캐럴 댄버스가 초대 미즈 마블에서 캡틴 마블이 되면서 카말라 칸이 2대 미즈 마블이 되었지만, 드라마는 MCU 설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카말라 칸이 1대 미즈 마블이 되었다.


   방영 초기인 드라마 [미즈 마블]은 각종 애니메이션 효과를 이용한 기발한 연출과 플롯 전개를 통해 코믹스보다 훨씬 발랄한 분위기를 전면으로 내세워 두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코믹스 또한 수준 높은 작화 퀄리티로 만만치 않게 마음을 사로잡으니, 앞으로 4주간 방영될 드라마 [미즈 마블]을 보면서 코믹스를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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