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껏 갓 구운 식빵
김채영 지음 / 아티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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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 기운이 없을 때는 입맛도 없다. 삶에의 의지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선, 마치 미식가라도 된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억지로라도 찾아 나서야 한다. 울적할 때 찾게 되는 음식 중 가장 쉽게 손이 가는 건 역시 빵이다. 그중 식빵은 다양한 레시피로 먹을 수 있어서 내가 무척 좋아하는 빵 종류이다.

   근래 번민이 많았던 나는 빵집에서 사 온 빵과 함께 나다움을 찾는 여정을 계속하던 중에 문득, 한 번도 구워본 적 없는 '식빵을 구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집에 있는 가스 오븐은 너무 낡은 탓에 쓸 수가 없어서, 이번에야말로 에어프라이어를 정말 장만해볼까 하는 생각이 또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기존의 올스텐 에어프라이어 제품들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다시 뒤적거려 보면서, 맛있어 보이는 앙버터 식빵이 표지로 있는 <정성껏 갓 구운 식빵>을 탐독했다. 오븐형 에어프라이어로 멋지게 식빵을 완성할 내 모습을 꿈꾸면서.



   <정성껏 갓 구운 식빵>의 저자 김채영이 프롤로그에서 말하길 국내에 출간된 식빵 전문 책자는 안 그래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 대부분이 백과사전식으로 다루거나 설명의 중간 과정을 성의 없이 잘라내었으며, 외국 번역서 속의 재료는 구하기 어렵거나 틀 사이즈 자체가 달라 우리 실정과는 맞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식빵을 우리 현실에 맞게 베이킹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이 책을 만들었음을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크게 6가지 챕터로 나뉜다. 첫 번째 챕터에서는 식빵의 기초 부분으로써 '기본 재료', '기본 도구', '식빵 틀의 종류', '식빵 공정 순서', '세 가지 식빵 성형법'이 나와 있다. 그리고 2~5 챕터에서는 '기본 식빵 만들기', '트렌디한 식빵 만들기', '건강 식빵 만들기', '다양한 제법을 이용한 식빵 만들기'가 소개되어 있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식빵을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써 '핸드메이드 잼과 스프레드'를 만드는 법과 '맛있는 샌드위치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다.



   "물, 강력분, 설탕, 소금, 이스트, 달걀, 버터... 이 간단한 재료들이 기막히게 고소하고 향긋한 냄새로 나를 그렇게도 끌어당긴단 말이지." 책에 소개된 기본 재료를 훑어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와 동시에 과거의 나는 이렇게 간단한 재료로 얼마나 많은 망작을 구워내었던가, 생각해보았다. 한 달 전 -오븐을 쓸 수가 없어서- 압력솥으로 막걸리 빵을 맛있게 만들어보겠다며 덤볐지만, 이번에도 나는 실패했다. 실패 요인은 '발효'였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식빵 공정 순서를 찬찬히 훑어보면 알겠지만 빵 만드는 시간은 발효하는 과정이 다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1차 발효와 중간 발효, 2차 발효를 유심히 볼 수밖에 없는 것 또한 그 이유다.

   또한 빵을 만들 때는 아무 물이나 쓰는 게 아니라 약산성인 아경수(120~180ppm)를 쓴다는 점, 그리고 발효기가 없는 가정에서는 그 대용으로 스티로폼 박스나 리빙 박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는 정보 역시 유용하게 느껴졌다.


   책 속에 소개된 다양한 식빵 만드는 법에 푹 빠져 열심히 읽고 있다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어느 페이지를 펼쳐보아도 식빵 만드는 법을 마치 처음 알려주듯 한결같이 세심하게 모든 식빵 만들기를 지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다른 제빵 책 같은 경우 첫 번째 빵에서 알려준 제빵의 기본 팁이나 포인트는 다음 빵부터는 그냥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첫 번째 식빵인 우유 식빵부터 마지막 식빵인 검은깨 식빵에 이르기까지 식빵 만들기에서 단계별로 필요한 기본 포인트를 아무리 반복되는 내용일지라도 -필요하다면- 계속 알려준다. 1차 발효 완료 후의 '손가락 테스트' 하는 법이라든지, 팬닝 단계에서 필요한 포인트 등과 같은 것들을 말이다. 이렇게 꼼꼼하게 책을 만들어준 덕분에 실제 제빵 시에 첫 번째 식빵 만드는 페이지로 계속 넘겨보며 만들지 않아도 되어서 무척 편할 듯하다.



   이 책과 함께 얼른 만들어 보고 싶은 식빵은 '데니쉬 식빵'과 '코코넛 식빵', 그리고 '꿀 식빵'이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풍미와 식감을 가진 데니쉬 식빵은 3가닥으로 꼬아서 만드는 '트위스트' 정형법 때문에 과정이 그리 순탄할 것 같진 않지만, 너무나 좋아하는 식빵이기에 내 손으로 처음 완성한 데니쉬 식빵을 두 손에 들게 된다면 -완성도를 떠나서- 무조건 가슴이 벅찰 것만 같다(크흑). 그리고 꿀 식빵은 물, 밀가루, 효모를 섞어 액체 상태로 만든 '앞선 반죽'을 사용해 만드는 '풀리쉬'라는 제법을 이용해 만드는 식빵인데, 폴란드에서 유래한 이 방식이 특이해서 그 식감이 과연 어떨지 몹시 흥미가 간다.


   직접 만든 가볍고 보들보들한 식감의 코코넛 식빵을, 책 속에서 알려준 블루베리 크림치즈를 곁들여서 한 입 딱 베어 문다면... 크아, 얼마나 맛있을지!

   물론 이상적으로 그려본 위의 상상과 직접 만들어본 식빵은 꽤 다를지 모르겠지만, 그 간극을 메우는 건 나의 몫일 터. 앞으로 수많은 망작을 더 만들게 될지라도 그로부터 삶에 대한 의지를 적립 받을 내 모습을 그려보면 왠지 마음이 다소 편안해진다.

   자, 식빵을 만들 완벽한 책은 찾았다. 이제 제대로 된 올스텐 에어프라이어만 나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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