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빌딩 건축 실전 교과서 - 건축회사에 기죽지 않는 건물주를 위한 계약·설계·기초·골조·설비·마감 일정별 실전 건축 가이드 지적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김주창 지음 / 보누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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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따금 '언젠가는 나도 집을 지어서 살겠지'라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부모님이 그러하셨듯 말이다. 나는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이 싫다. 층간소음 신경 안 쓰며 한밤중에도 트레드밀 위에서 뛸 수 있는 단독주택이 좋다. 하지만 곧 이런 생각들이 같이 떠오른다. 부모님 도움 없이, 지을 땅을 살 돈은? 건축할 비용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면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겠다는 소망은 요원해지고 만다.

   하지만 몇 년 전 도심에 지어진 협소주택을 접하고 난 뒤 희망이 다시 생겼다. 예산을 모으는 게 먼저이긴 하나 일단 꼬마주택이나 꼬마빌딩 짓기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고 싶었던 차에 보누스에서 나온 <꼬마빌딩 건축 실전 교과서>를 읽어보았다. 예전에 <산속생활 교과서>로 접해본 출판사여서 책 완성도에 대해 어느 정도 믿음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건물을 짓는다는 것이 건축주 입장에서는 인생의 큰 모험이고 전환점인 반면, 시공사는 반복되는 직업적 업무일 뿐이다. 건축주는 그동안 꿈꿔왔던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살아갈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지만, 시공사는 늘 작업했던 관행대로 단순·간단·명료하게 건축주의 요구를 맞추면서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 본서 23~24쪽 - 


건축주는 지불한 공사비만큼 가치 있는 건물을 짓고 싶어 한다. 시공사는 견적 공사비보다 최대한 저렴하게 지어 이윤을 창출하려고 한다.


- 본서 83쪽 -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어 있고, 각 장의 끝부분마다 '현장 일지'라는 코너를 배치해 사진과 함께 실제 건축 과정을 보여준다. 1장 '건축 준비'에서는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나 계약하기 전 '어떤 건물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지을 것인가'에 대해 건축주가 미리 생각해보게끔 한다. 내가 원하는 건물의 그림을 그려보고, 여러 부동산을 만나 사전 조사를 하고, 건축비 예산을 미리 추정해보는 등 건축을 하기 전 고려하고 생각해볼 일들을 정리해놓았다. 1장에서 저자는 공자의 말에 빗대어 건축주와 시공사의 동상이몽을 잘 표현하고 있다.

   2장 '건축가와 시공사에 대응하는 법'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건축을 하기 위해 건축가를 만나 설계를 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계약하는 단계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설계까지 시공사에 맡기지 말고, 반드시 나와 잘 맞는 건축가를 선정해 설계비를 아끼지 말고 야무지게 설계를 하라고 조언한다. 또한 시공사 선정을 건축가에게 맡기는 대신 공내역서를 바탕으로 하여 입찰 방식으로 선정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귀띔한다.

   3장 '건축주가 꼭 알아야 할 실전 꼬마빌딩 시공'에서는 철거공사부터 시작해 터파기와 기초공사, 골조공사, 수도와 배관공사, 전기공사, 단열공사, 방수공사, 창호공사, 외부 마감공사, 내부 마감공사,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준공 허가 신청에 이르기까지 꼬마빌딩 건축 공정을 세세하게 담아놓았다.



   2장에서 설계를 할 때 꼼꼼하고 세세하게 담은 설계와 특약으로 시공사와의 분쟁을 미리미리 예방하라고 그렇게 강조한 이유를, 3장을 읽는 내내 심하게 체감했다. 되도록 저렴하게 지어 마진을 최대한 남길 수 있는 만큼 남기려는 시공사의 관행은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계속되어 부실 공사의 위험을 가득 안고 있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간중간 공정을 생략하거나 작업을 단순화해서 진행하는 시공사의 천태만상을 책으로 지켜보며, 건물을 짓지도 않았는데 벌써 10년은 더 늙어버린 것 같았다. 시공사는 시공비를 아끼기 위해 지내력 검사를 토대로 한 구조 검토를 마음대로 해석해버리거나, 배관공사가 끝난 후 수도관만 테스트하고 하수관 테스트는 건너뛰는 일이 다반사다.

   외부 마감공사에서의 천태만상은 더하다. 벽돌 조적 작업을 할 때 세월이 흐르면 반드시 문제를 야기할 철물 타이로 벽돌을 결속하는 태만을 보이고, 인방 작업(창틀 위에 벽돌을 쌓을 때 벽돌을 받쳐줄 L형 앵글을 벽체에 부착하는 일)을 할 때 L형 앵글을 창틀 길이만큼 촘촘히 배열해 시공하지 않고 자재비를 아끼기 위해 드문드문 작업한다. 제대로 하는 시공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부실시공이 만연한 스터코 외부마감 시공과 견적서와 다른 두께로 작업해버리곤 하는 징크 외부마감 시공 부분을 읽을 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석재 마감 시공 시 튼튼한 핀 작업 대신 지진이나 불에 약한 강력 접착제만 사용하면서도 하청 업체와 시공사는 번거로운 핀 작업을 왜 해야 하냐고 큰소리치며 되려 당당하다.

   대체 얼마나 멋대로면, 기초공사와 더불어 아주 중요한 공사인 골조공사 때 콘크리트 타설 후 급하게 탈형해서 자재를 빠르게 재사용하려고 하는 게 관행일 정도다. 이렇게 되면 콘크리트 양생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시공사는 이러한 기초 중의 기초공사에서조차 시공비를 아끼기 위해 기본적인 룰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해버리곤 한다. 오죽하면 저자는 '실전 TIP'에 거푸집의 탈형 시기까지 설계 도면에 명시를 해놓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시공사와 현장 작업자의 부실시공을 겨우 몇 개 위에 나열했을 뿐인데도 지친다. 책 속에 나온 건축의 모든 단계에서 조심해야 할 부실시공은 -일반 주택이든 꼬마빌딩이든- 자기 건물을 지으려는 모든 건축주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필수 지식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끊임없이 강조한다. 철근 보는 법과 도면 보는 법 등과 같은 기본적인 건축 지식을 공부하고, 기본적이고 당연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시공 방법을 설계 도면에 미리 기재해 시공사와의 분쟁을 최소화하고, 건축주가 시공 과정을 가능한 한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니 건축주가 철저히 관리 감독할 수밖에 없다."(240쪽)라고.

   시공사는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려고 한다. 자재를 바꿔치기하고, 비싼 숙련공 대신 미숙련공을 기용하는 걸 서슴지 않는다. 하청 업체는 시간이 곧 돈이라 빨리빨리 작업하고 넘기려 한다. 사소한 거니까 괜찮을 거라며 안일함으로 작업하는 작업자들의 안전 불감증은 흔하게 발생한다. 이런 미숙하고 섬세하지 못한 작업은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고, 몇 년 안에 건축주가 모두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문제가 된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건축의 민낯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어릴 때 지은 우리 집도 부실시공의 결정체였던 터라 건축한 지 1년 만에 내부 벽에 금이 갔을 정도였는데, 이때부터 이미 건축가나 시공사들이 대충 어떨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언젠가 내가 겪을 수도 있을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 한 문장, 한 단어도 놓치기 싫어 메모하고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되뇌어 암기하며 읽느라 책을 다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내 집, 내 건물을 지으려면 건축가와 시공사를 전적으로 믿는 건축주가 되지 말고, 저자 말대로 건축가와 시공사에 기죽지 않는 건축주가 되어야 한다. "평당 건축비가 얼마죠?"라고 묻는 바보 같은 건축주가 되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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