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세계기록 2021 (기네스북) 기네스 세계기록
기네스 세계기록 지음, 신용우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바깥이 쌀쌀한 11월의 토요일 오후 3시. 마음이 편안해서 왠지 한없이 여유롭게 느껴지는 시각. 코로나19로 인해 외출도 약속도 없는 것에 익숙해져 더더욱 여유로워진 주말 오후. 이럴 때 내가 읽기 좋아하는 책은 컬러풀한 사진과 정보가 가득해 뭔가 끝없이 파고들어 가기 좋은 장르다. 한마디로, <기네스 세계기록 2021>과 같은 기록서를 읽기에 딱 좋은 시간이라는 말씀! 지난 주말 동안 흥미롭고 놀라운 기록들로 꽉 채워진 <기네스 세계기록 2021>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편집자의 편지'를 보면 올해 접수된 신청서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천~3천 건이 적다고 적혀있다. <기네스 세계기록>도 코로나19의 여파를 비껴갈 수는 없었을 터. 그런데 놀라운 건, 작년보다 신청 건수가 적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편집부는 하루에 무려 90건 정도를 살펴봐야 했다는 거다! 코로나19도 신기록 수립을 위한 전 세계인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나 보다. 그 열정을 의식이라도 한 것처럼 2019년에는 처음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의 날에 테마를 정하였는데 그건 바로 '도전 정신'이다. 또한 이번 편의 기록 선별에 영감을 준 주제는 '당신만의 세계를 발견하라'였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슬로건은 책 표지에서부터 나와 있다.



   올해 <기네스 세계기록 2021>은 총 12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태양계/자연계/동물/인간/시간과의 싸움/기록 마니아/문화&사회/모험가들/테크놀로지/게이밍/팝 컬처/스포츠'가 바로 그 주제들이다.

   이번 편의 특별 주제는 챕터 10에 있는 게이밍, 즉 '게임에 관한 놀라운 기록'인데 다양한 게임들이 여러 기록을 수립하거나 경신하고 있었다. '스피드런을 가장 많이 한 게임'은 1966년 닌텐도에서 발매된 [슈퍼 마리오 64]이며(2020년 4월 22일 기준), 이 게임의 캐릭터인 '마리오'는 리메이크와 재발매를 제외한 225개의 비디오게임 타이틀에 등장하며 '가장 많이 등장하는 비디오게임 캐릭터'로 기록됐다(2020년 4월 23일 기준). 몇 해 전 내가 무척 재미있게 플레이했고 감동까지 받았던 [라스트 오브 어스](너티독, 2013년 작)와 그 DLC인 [레프트 비하인드](2014년 작)는 'BAFTA(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 후보에 가장 많이 오른 비디오게임'으로 기록됐는데 무려 12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게임'은 바로 [마인크래프트](모장/마이크로소프트, 2011년 작)인데 출시 후 지금까지 1억 7,600만 장이라는 어마어마한 판매 기록을 세웠다. 흥미진진한 게이밍 챕터에 관한 소개를 마치기 전 하나만 더! '[오버워치] 월드컵 최다 우승'은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오버워치] 월드컵이 개최되고 3번째 대회까지 연승하다가 2019년에는 3위에 머무르며 연승 기록을 경신하지 못했다(아, 아쉽...).


   게이밍 챕터를 조금만 소개했을 뿐인데 본문의 양이 이렇게나 늘어나 버렸군(쿨럭;). 아직 나만의 기네스 세계기록 TOP7도 꼽지 못했는데! '내가 꼽은 <기네스 세계기록 2021> TOP7'를 소개하기 전에 올해 <기네스 세계기록 2021>을 읽으며 느꼈던 큰 특징부터 짚어주고 싶다.



   첫 번째, 기네스 세계기록 제작부는 '더 라이온스 셰어'와 파트너를 맺고 자연과 동물을 보전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기네스 세계기록도 자연보호에 동참한다는 사실에 무척 흐뭇하다.

   두 번째, 챕터 끝자락에 '명예의 전당'이라는 섹션을 따로 마련해 신기록 수립자 중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12명의 명사를 기네스 세계기록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는 점이다. 헌액된 명사 중에는 <기네스 세계기록 2017>에서 서문을 맡기도 했던 버즈 올드린 박사도 있다.

   세 번째, 오프라인 참여 인원이 대규모인 기록들은 대부분 코로나19가 심각해지기 전인 2019년이나 2020년 초에 세운 기록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내년까지 이어질 거라 예상되는 현시점에서, 내년에 나올 <기네스 세계기록>은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지 왠지 궁금해진다.

   네 번째, 기네스 세계기록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그 뒷이야기를 더 찾아볼 수 있었던 것에 더해 이번 편에선 AR(증강현실)까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증강현실을 처음 체험한 건 아니지만 <기네스 세계기록>에서,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주제인 '태양계'로, AR 카드에서 툭 하고 터져 나오는 행성들을 보고 있으려니 너무 기뻐서 절로 함성이 나왔다. 손가락으로 행성들을 톡톡 건드려보며 내 손 안에 자전하는 행성이 있다는 사실을 마음껏 즐기다 보니 마치 아이가 된 것만 같았다. (그런데 소행성 '아로코스'의 AR 카드는 활성화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태양 AR 카드를 토성으로 적어놓은 오타 부분 역시.)

   다섯 번째, 흥미로운 게이밍 챕터에 뒤지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시간과의 싸움' 챕터 역시 매우 볼 만하다. '30초 동안/1분 동안/1시간 동안/하루 동안'이라는 시간 구분 아래 다양한 신기록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각 시간대별로 해볼 만한 도전을 추천해놓았다. 물론 이를 도전해볼지 안 해볼지는 당신의 몫이다.

   여섯 번째, 2017년부터 한국어판이 정식 출간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예쁜 표지라는 점이다. <월리를 찾아라>를 연상케 하는 표지를 보며 내 마음은 비닐 커버를 뜯기도 전에 이미 책에 사로잡혀 버렸다! 표지와 면지에 동일하게 프린팅되어 있는 그림을 훑어보다가 '호머 심슨과 마지 심슨이 왜 있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신기록 수립자들을 그려놓은 일러스트였다! 책 끝에 있는 '워들로를 찾아라'가 바로 이 아기자기한 책 표지와 관련된 섹션인데 너무 재미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표지&면지를 다시 보면 낯익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표지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섯 가지로 짧게(?) 요약해본 이번 기네스 세계기록의 특징이었다(아앗... 본문이 더 많이 늘어나 버렸어!). 짧게 요약해보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니 이런 '세상에서 가장 놀랍고, 경악스러우며,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는' 기록서를 짧게 요약할 수 있다는 게 기네스 세계기록감 아닌감?!



   얼마 전 미국의 유명한 제약회사 화이자에서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뉴스가 발표되며 내년 겨울이면 이 지겨운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끝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얼른 이 시국이 끝나서 내년에도 변함없이 다채로운 기록들로 가득한 <기네스 세계기록>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끝으로 책에 있는 약 3,500개의 기록에서 '내가 꼽은 <기네스 세계기록 2021> TOP7'을 발표하며 글을 맺는다(이번엔 정말로 최대한 짧게 나열해보겠습니드앗...!). 책을 완독한 후 다시 읽어내려가며 선정한 최초의 87개에서 또 추려 53개, 다시 추려서 30개, 거기서 또 추려서 12개... 이렇게 긴 과정을 거쳐 뽑아본 것들이니 즐겁게 읽어주길 바란다. (참고로 나열된 순서는 순위와는 상관없는 책 속 출현 순서다.)


1. 최초로 발견된 다이아몬드 안의 다이아몬드(45쪽) : 2019년 10월 러시아 동부에서 발견된 이 특별한 다이아몬드는 지름 4.9mm에 0.62캐럿인 바깥 다이아몬드 속에 지름 2.1mm에 0.02캐럿인 작은 다이아몬드가 들어 있다. 사진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정말 놀라운 다이아몬드다!


2. 최다 인원이 스머프처럼 입은 기록(106쪽) : 유명한 벨기에 만화인 스머프 속 캐릭터들처럼 입은 2,762명의 파란색 사람들이 2019년 2월 16일 독일 로치링겐에 모여들었다. 실제 사진을 보면 장관이 아닐 수가 없다.


3. 턱수염에 크리스마스 방울 많이 끼우기(116쪽) : 미국의 조엘 스트레서란 사람이 2019년 12월 7일 미국 워싱턴주 올림피아에서 자신의 턱수염에 축제용 방울을 무려 302개나 끼웠다. 사진을 보면 저 풍성한 수염엔 뭔들 못 끼울까 싶다.


4. 경매에서 팔린 가장 비싼 카디건(140쪽) :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이 MTV 언플러그드 어쿠스틱 공연 때 입은 의상인 회색 모헤어 소재의 카디건을 기억하는가? (네!) 그 카디건이 2019년 10월 26일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경매에서 무려 33만 4,000달러에 판매됐다. 커트 코베인이니까, 뭐 그럴 만하다고 본다.


5. 가장 빠른 전기 아이스크림 밴/ 가장 빠른 화장실(1쪽/172쪽) : 영국의 발명가 에드 차이나는 2020년 3월 17일 영국 노스요크셔주 엘빙턴 비행장에서 자신이 직접 개조한 '에드의 전기 아이스' 밴을 최고 118.964km/h의 속도로 몰아 영국 시간기록협회의 인증을 받았다. 이 밴은 원래 디젤엔진을 단 메르세데스 벤츠 스프린터였다. 에드는 2011년 3월 10일 '보그 스탠더드'라는 도로를 달리는 화장실 또한 제작했었는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시험한 결과 최고 68km/h를 기록했다. 아이스크림 밴과 달리는 화장실 위에서 즐거워하는 이 아저씨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절로 미소가 번진다.


6. 오스카 국제장편영화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최초의 영화/ 가장 많은 상을 수상한 국제영화(195쪽) : 봉테일이 결국 해낼 줄 알았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블랙코미디 [기생충](2019년 작)은 2020년 2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받았다!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가장 많은 상을 받은 국제영화이기도 하다. ('최고 수익을 기록한 영화'인 [어벤져스: 엔드게임], 하나도 안 부럽다!)


7. (위에서 언급한 것 외) 기네스 세계기록에 새로이 등재된 대한민국 관련 기록들(그중 4개만!) : 2019년에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브랜드'인 삼성전자, '최단 시간 틱톡 100만 팔로워 달성'의 BTS, 'ATP 투어 본선에서 승리한 최초의 청각장애 선수' 이덕희, '가장 높은 고도에 도달한 전기 자동차' 현대자동차(인도법인) 코나 일렉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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