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드로잉 : 동물편 나의 드로잉 1
로베르 랑브리 지음, 허보미 옮김 / 바바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도의 신'이라 불렸다는 100여 년 전 프랑스 작가 '로베르 랑브리'의 <나의 첫 번째 드로잉 : 동물편>. 미술에서 구도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그의 이력을 읽은 후 호기심과 함께 책을 펼치니, 두 페이지씩 짧게 짚고 넘어가는 '기본 개념'과 '기본 형태'가 있는 책 도입부가 꽤 인상적이다. 드로잉에 관한 책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글자가 이렇게 거의 없는 책은 처음이다. 텍스트로 가득 찬 이론이 아닌 실전으로 보여주겠다는 그 구성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래, 그럼 나도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보마! 호기롭게 연필을 들고 '기본 개념'과 '기본 형태'에 나온 선들과 도형을 연습장에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 후 본론으로 들어가 왼쪽 페이지에 단계별로 친절히 그려져 있는 동물 드로잉을 오른쪽에 마련되어 있는 연습 페이지에다 천천히 따라 그려보았다.



   타원형, 직사각형, 삼각형, 방추형 등등... 이런 기본 형태로 출발해 점점 구체적인 동물의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드로잉 과정을 꼼꼼히 살핀 후, 그대로 따라 그려가기만 하면 어느덧 뿅 하고 완성! 원이나 타원을 이용해 토끼를 그리고, 반원형으로 쥐를 그리는 등 기본 도형을 활용해서 그리는 동물 그리기가 참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책에 실린 150여 종의 동물 드로잉 중 첫 번째 동물인 '개'를 그린 후 순서대로 '고양이 1', '고양이 2'를 차근차근 그리다 네 번째 동물인 '생쥐' 편까지 단숨에 도착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동물 그리기가 이렇게 쉬웠나?'


   어릴 적에 비해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지금의 나에게 저런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드로잉 가이드를 적절한 구도와 함께 체계적인 단계로 구성해 누구나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도록 한 저자의 내공에 감탄했다. 물론 완성본을 보면 작가의 그것과 나의 그것은 디테일에서 심히 차이가 나긴 하지만(쿨럭) 평소라면 막막해서 그릴 시도도 하지 않을 족제비나 늑대를 그리고 있는 나를 보고 있으려니 참 신기했다. 지우개 가루가 많이 생기는 게 불편해서 3일 차부터는 갤탭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 책과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그리고 있다가 잠들 시각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그만큼 아무 잡생각 없이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있다는 방증인지라, 힐링을 선사해 줄 것이라는 이 책의 광고가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은 구도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서 구도 잡기를 통한 드로잉을 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비전공자들은 드로잉을 위한 구도를 잡는 일부터 꽤 진땀을 흘리기도 한다. 100여 년 전 로베르 랑브리는 자신의 탁월한 구도 잡기 감각을 담아 만든 이 '단계별 동물 드로잉법 시리즈'를 어린이용 주간지를 위해 제작했지만, 그림과 멀어진 어른에게도 이 책이 유용한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이리라.


   코로나19의 여파로 추석에도 만남 대신 영상통화를 권하는 재난문자가 오고 있는 요즘. 명절 내내 집콕을 할 예정인 나는 이 책과 함께라면 긴 추석 연휴도 두렵지 않을 듯하다. 동그라미와 네모가 동물로 서서히 변하는 기쁨을 느끼며 힐링 추석을 보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