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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댄 애리얼리 최고의 선택
댄 애리얼리 지음, 맷 트로워 그림,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다양한 선택의 결과로 이루어진 삶을 살고 있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그런 자잘한 선택부터 큰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앞으로의 삶을 관통할 선택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선택 하나로 동료나 이웃과의 사이가 틀어지기도 하고, 훗날 큰돈을 거머쥐게 되기도 하며, 선택 하나 잘못해서 삶이 시궁창 속으로 빠지기도 한다. 의사결정을 한 당시에는 분명 그 선택이 최선이었던 것 같은데, 전혀 다른 쪽으로 결과가 생기는 걸 볼 때마다 나는 머리에서 쥐가 나곤 한다. 아아, 선택! 나는 제발 의사결정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만화로 보는 댄 애리얼리 최고의 선택>을 읽은 이유 역시 선택을 잘하고 싶어서였다. 일단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건대, 이 책을 '선택'해서 읽은 건 잘한 일인 듯하다. 의사결정에 대해 통찰력 있는 관점으로 접근할 시야를 내게 만들어준 고마운 책이라고나 할까.
이 책에는 일상 속 의사결정을 현명하게 하지 못해 주변 상황을 계속 엉망으로 만드는 40대 두 아이의 아빠 '애덤'이 등장한다. 애덤은 '사회성 요정'의 말마따나 사회적 교환의 기본을 몰라도 너무 몰라서 사회성이 결여된 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다. '에스더'는 그런 애덤의 곁에서 묵묵히 조언하는 그의 아내이다. 어느 날 이 바보 같은 애덤에게 '데이나'가 '시장성 요정'과 '사회성 요정'을 데리고 나타난다. 데이나는 이 책의 해설자로서 애덤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함께 고민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위한 근본적인 법칙들을 여러 연구 결과에 기반하여 논리적으로 설명해준다.

데이나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는 시장적 규범의 세상과 사회적 규범의 세상, 이렇게 두 개의 전혀 다른 세상에 발을 동시에 디디고 살아간다. 전자는 '돈'으로 대변되는 '비용과 편익을 따지는 이기심이 지배하는 세상'이고, 후자는 '유대·친목'으로 대변되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인간관계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 두 개의 세상은 소소한 의사결정부터 비즈니스적인 선택과 전 지구적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관여하지 않는 데가 없다. 이 둘은 잘 섞일 수가 없는데, 최고의 선택을 하겠답시고 이 둘을 어설프게 섞었다간 엉망인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특히 사회적인 상황에 시장적 규범인 돈을 들이대면 사회적인 규범은 반드시 밀려나게 되는데, 이렇게 변질된 인간관계를 사회적인 차원으로 다시 돌리는 건 몹시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한번 망가진 친사회적 행동은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애덤은 결혼 전 에스더와 데이트를 할 때마다 언제 돈 얘기를 하고 언제 마음을 얘기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 실수를 연발하곤 했다. 또한 추수감사절을 맞이해 처가를 방문했을 땐 장모님이 손수 마련한 음식들에 감탄하며 고마움의 표시로 밥값을 내겠다는 황당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조카 졸업식에 선물을 고르는 게 고민되어 그냥 현금을 줘버리는 게 좋을지 갈등하고, 시장적 규범이 바탕인 '완전한 계약'과 사회적 규범을 바탕에 둔 '불완전한 계약'을 상황에 알맞게 적용하지 못해 손해를 보기도 하는 등등 집 안팎에서 발생하는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서 문제를 계속 낳는다. 데이나가 책 전반에 걸쳐 설명하고 있는 시장적 규범과 사회적 규범에 관련된 개념들을 애덤이 진즉에 이해하고 있었더라면, 그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좋지 않은 결과를 야기하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컸을 텐데 말이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내릴 때 늘 최고의 선택을 하기란 사실상 힘들다. 이 책에 나오는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수많은 연구를 비롯해 '민감도 체감성'의 원리라든지, '내재적인 동기부여/외재적인 동기부여', '보답하는 선순환' 등과 같은 개념을 항상 되뇌며 철저하게 비교·분석하고 있을 수는 없잖은가. 다만 의사결정을 할 때 최고의 선택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혹은 인간관계)에서 스스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한 후 시장적 규범과 사회적 규범 중 어떤 규범을 적용해서 행동해야 하는지, 이 정도만 잘 숙지하고 있어도 엉망인 결과는 대체로 면하게 되지 않을까.
텍스트로만 읽으면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행동경제학에 관한 댄 애리얼리의 연구를 만화로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만화적 연출 덕에 쉽게 읽힐 뿐만 아니라 재미까지 있다. 나에게 선택에 관한 통찰력을 안겨준 이 책을, 매일 최고의 선택을 내리기 위해 신중히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