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
심용환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중·고등학생 때 시험 때문에 국사를 억지로 암기하며 공부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서, '국사=골치 아픈 것'이라는 공식이 생겨버린 나는 한국사와 친해지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부터 읽기 시작한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와 함께 말이다.


   이 한국사 책은 '사건, 인물, 장소, 유적·유물, 문화, 학문·철학, 명문장' 이렇게 7개 분야 아래 고대부터 현대에 걸쳐 있었던 역사적 사실 중에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을 요일별 순서대로 정리해놓았다. 핵심적인 사실을 짧고 굵게 말이다. 그 스펙트럼은 꽤나 방대해서 신석기 시대 유적인 '움집'과 문화재 보존 제도인 '서울미래유산'이 책 속에 함께 존재할 정도다.


   매일 1페이지씩 읽어보고 잠들기로 결심하고 책을 처음 펼친 날, 웬일인지 집중도 잘 되고 머릿속에 굉장히 잘 들어와서 20일 치를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리고 그다음 날도, 그리고 그다음 날도... 하지만 이렇게 읽는 건, 역시 국사나 역사를 어려워하는 나에게는 부작용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읽기 시작한 후 4일째부터는 더는 하루 20페이지씩 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고등학생 때 국포자(국사를 포기한 자)였던 나는 하루 1페이지씩 매일 접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 여겨졌다. 더구나 저자도 책 초반에 적어놓았듯이, 요일별 주제를 읽다가 좀 더 알고 싶은 주제는 인터넷에 찾아보거나 관련 서적을 읽어보는 등 그런 식으로 더 깊이 파고들 법한데, 하루에 수십 페이지씩 읽어서는 읽다가 잠이 들었으면 들었지 깊이 더 파고들 기회는 영영 없을 듯 보였다. 그래서 이젠 하루 1페이지씩 읽고 있다(마치 설명서를 무시한 채 가전제품을 다루다가 크게 당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하하하핫;).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첫 번째는 위에서 이미 언급했듯 국사나 역사를 싫어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국사를 매일 접할 행동 패턴을 만들어줬다는 점이다. '하루 1페이지조차 못 읽어내면 넌 바보 등신이야'라는 모토 아래 별 부담 없이 역사를 접할 수 있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단순 나열로만 그친 게 아니라 저자의 해석(혹은 현재 역사가들의 새로운 해석)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다는 점 또한 마음에 들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던 역사학자 카(E. H. Carr)의 말마따나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두고 과거와 현재의 해석이 차이 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하는 점을 본다면, 이왕이면 현재의 관점이 투과된 해석이 있어야 읽는 맛이 더 나지 않을까?



   하지만 저자의 역사적 해석이나 관점에 무조건 동의하는 건 아니다. 이 책을 펼친 첫날, 즉 집중력이 최고조였을 때의 일이다. 13일 차 '민족주의' 주제 속에 저자가 주석처럼 적어놓은 '주제와 관련된 짧은 지식'의 내용 중 일부를 옮겨오면 아래와 같다.


민족주의를 이해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머릿속에 있는 위인들의 이름을 적어보는 것이다.

이승만, 김구, 안창호, 전봉준, 김옥균, 김유신, 강감찬, 이순신...

이들은 왜 위인일까? 나라와 민족을 위해 헌신했기 때문이다.


-본서 21페이지-


   저자가 위인이라고 나열한 인물 중에 가장 첫 번째가 바로 '이승만'이다. 저자는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내 주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확립된 나의 가치관으로 판단해보건대 이승만은 위인이라고 칭하기엔 상당히 어려운 점이 많은 인물이라 생각한다. 전두환보다 더 심했던 다수의 민간인 학살 사건들, 부정 선거와 독재, 친일 몰이 등등... 이승만이 독립운동가로서 세운 공이 어느 정도 있긴 하지만 그는 그 공을 다 덮고도 넘칠 만큼의 나쁜 짓들을 저질렀다(심지어 독립운동가로서의 업적 또한 애매하다고 보는 관점들이 다수 있다).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부정적인 면이 많은 인물을 위인이라고 칭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위와 같은 생각을 적고 있는 나를 방금 자각하며 느낀 건데, 이 책은 나의 역사적 지식을 넓혀주는 것도 모자라 비판적 사고력까지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주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오, 이런 나를 보니 왠지 뿌듯한걸?

   하루 1페이지씩 국사를 정복하며 365번째 주제까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 봐야겠다. 아자아자 파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