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작은 아씨들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디럭스 티파니 민트 에디션) - 합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지선 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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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이건 꼭 소장해야 돼!" 본 순간 저절로 이 말을 내뱉게 했던 책, <초판본 작은 아씨들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디럭스 티파니 민트 에디션)>!

   그렇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고 읽어본 적 있는 바로 그 책, 19세기 미국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이다. 어릴 적 하도 많이 읽어서 표지가 닳다 못해 속지까지 분해돼 책을 잘 두지 않으면 낱장으로 흩어졌던 나의 <작은 아씨들>을 이렇게 고급지게 만나볼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아,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동의 눙물...).


   민트색도 그냥 민트가 아닌 티파니 민트색에, 빛에 반사될 때마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영롱한 은장 속지, 이 두 개의 하모니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뿐인가? 표지가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디자인인 것도 모자라, 책 속의 일러스트도 1896년에 출간되었던 오리지널 일러스트다! 앤티크 한 느낌과 고급스러운 느낌을 제대로 안겨주는 것이, 내가 그동안 봐왔던 <작은 아씨들> 서적 중 단언컨대 이 책이 럭셔리의 끝판왕이다(튜닝의 끝은 역시 순정!). 같은 출판사에서 '레드 벨벳+금장'으로 나온 버전도 있는데 나는 이 '티파니 민트+은장'이 훨씬 더 괜찮은 것 같다.





   이 책에는 루이자 메이 올콧이 1868년부터 1886년까지 출간했던 총 4편의 <작은 아씨들> 시리즈 중 1편과 2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알다시피 1편과 2편은 바로 이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나로 묶어두는 게 자연스럽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가장 먼저 읽었던 버전은 예쁜 일러스트로 중무장한 편역본의 1편이었는데, 그 후 몇 년 뒤 <작은 아씨들>을 다시 읽었을 때 2편의 이야기도 같이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쉽게도 3편과 4편은 여전히 숙제처럼 남아 있는 미지의 세계이다...(먼 산)


   간만에 펼쳐든 <작은 아씨들>은 내 입가를 미소 짓게 만드는 매력을 간직한 예전 그대로였다. 딸부잣집 마치 가에서 네 명의 자매들이 겪는 성장통과 옆집 로렌스 가의 부잣집 소년 로리와 함께 벌이는 알콩달콩한 해프닝들은 다시 읽어봐도 너무 재미있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그 맛이 너무도 궁금한 라임피클과 라임피클 사건의 주인공인 에이미는 불쌍하면서도 어쩜 이리 귀여운지! 또한 19세기 미국 남북전쟁이 배경인 만큼 그 시절 여성들이 가진 위치와 인권에 대해 네 자매 중 가장 도드라지게 저항하는 둘째 조의 행동은 지금 보아도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분신이기도 한 '조'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소설 속에서 결국 결혼하는 조와는 다르게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일구어 나가며 여성의 참정권을 위해 노력한 루이자 메이 올콧이야말로 더 당차고 멋진 여성이 아닐는지.


   가난하지만 사랑이 가득한 마치 가족의 가풍 역시 다시 봐도 여전히 부럽다. 네 명의 자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시련을 가져다주는 '가난'은 그들을 힘들게 하긴 하지만 서로에게 의지하며 극복해가는 과정을 통해 가족애가 더욱 돈독해지는 장치가 되어주기도 한다. 나와 내 가족이 저런 똑같은 상황에 놓여도 과연 저렇게 밝고 꿋꿋하게 극복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곰곰이 빠져있다 보면, 작가 루이자 메이 올콧이 밝고 따스하며 인도주의적인 가치관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책임감이 강하고 온화하며 네 자매 중 가장 아름답지만 허영기가 좀 있는 첫째 메그, 남성적이면서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작가 지망생 둘째 조,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지만 심성이 착해 늘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셋째 베스, 버릇이 없고 제멋대로인 성격이지만 애교가 많고 예술적 재능을 가진 넷째 에이미. 이렇게 네 자매의 캐릭터가 각각 너무도 입체적이고 분명하다. 작가가 자신을 포함한 실제 자매들에게서 따온 캐릭터들이라서 그런가, 소설 속 네 자매의 캐릭터가 무척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어 생동감이 느껴진다.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와 세밀하게 그려진 스토리 때문인지 <작은 아씨들>은 몇 번이나 영화화되었는데, 몇 달 전 개봉한 그레타 거윅 버전의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도 이 네 자매의 캐릭터가 소설 못지않게 잘 그려져 있어서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 혹시 이 멋진 고전을 읽는 것을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영화화된 [작은 아씨들]을 먼저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글을 끝맺으며 던져보는 밑도 끝도 없는 질문 한 가지! 이 매력적인 네 명의 자매 중 어린 시절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옆집 소년 로리의 마음을 빼앗은 자매는 누구이며, 로리와 결혼하는 자매는 누군지 궁금한가? 뭐라고? 궁금하다고?

   그럼 얼른 <작은 아씨들>을 안 펼쳐 보고 대체 뭐하고 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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