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애들은 이상해 - X파일 고전 영화 그림책 2
크리스 카터 지음, 킴 스미스 그림, 최지원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년 전 시즌 10을 시작으로 다시 방송을 재개하고 있는 미국 FOX의 유명 드라마 'X파일(The X-Files)'. 2015년경 시즌 10 제작 소식을 뉴스로 접했을 때 저는 그 자리에서 방방 뛰었더랬죠. 너무 기뻐서요! 시즌 9로 종영된 후 몇 년이 지나도록 조용해서 새로운 시즌이 나오길 이젠 영원히 포기하고 있던 차에, 무려 13년 만에 새 시즌이 제작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초자연적 현상을 쫓는 폭스 멀더 요원과 데이나 스컬리 요원의 그 케미를 TV 화면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마치 볼 일을 잘 보다 도중에 벌떡 일어서버린 것처럼 어정쩡하게 끝나버린 시즌 9였던지라, 그 기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X파일을 보고 나면 무서워 밤잠을 설칠 때가 종종 있어서 어른들에게 그런 거 본다고 혼나면서도 드라마 방영 날 밤만 되면 TV 앞에 앉아 있었을 정도로 굉장히 좋아했던 드라마였으니, 제작 소식을 듣고 그렇게 방방 뛸 만도 했죠. 하하하.


   올해 1월 미국 FOX에서 시즌 11이 방영되었는데 국내에 방영되길 기다리느라 아직 보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이 와중에 시즌 12 제작이 불투명해져 버려서, 다시 저의 애간장이 타기 시작했는데요. 뭐, 모든 건 케 세라 세라, 하늘의 뜻에 맡기고 지금 당장의 것에 집중해야겠죠? 얼마 전 X파일의 제작자인 크리스 카터가 X파일을 녹여낸 귀여운 동화책을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걸 제가 그냥 지나칠 수 있겠습니까! 제목은 <지구 애들은 이상해 The X-Files>. 표지에 멀더와 스컬리를 닮은 아이 두 명이 손전등으로 '엑스 X' 형체를 만들고 있는 것부터 참 귀여웠지 뭐예요.



   폭스와 데이나가 데이나네 집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데이나는 깜찍하게도 'The X-Files'라고 적힌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데, 그 내용은 외계인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폭스는 시종일관 무서운 표정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요. 이야기를 다 들은 폭스는 몹시 무서워하며 텐트에서 자지 말고 그냥 집에 들어가서 자자고 데이나에게 말합니다. 데이나는 세상에 진짜 외계인이 어디 있느냐며 겁쟁이처럼 굴지 말라고 폭스에게 핀잔을 주지만, 그럼에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는 폭스. 그때 갑자기 텐트 바깥에서 환한 섬광이 보이고, 폭스와 데이나는 화들짝 놀라는데요! 텐트 밖으로 나간 데이나는 안심한 표정으로 현관에 달린 등일 뿐이라고 폭스에게 알려줍니다. 그때 별안간 데이나의 부모님이 현관문으로 머리를 빼꼼 내밀더니 두 아이에게 손전등으로 장난치지 말라며 늦었으니 이만 자라고 말하고는 들어갑니다.


   외계인은 확실히 없다며 의기양양해 하고 있는 데이나에게, 그럼 저 무시무시한 그림자는 대체 뭐냐며 폭스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데요. 데이나가 그 그림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건 데이나네 강아지인 버스터가 아니겠어요? 세상에 무서워할 건 하나도 없다며 폭스를 다시 안심시키는 데이나. 하지만 두 아이 앞에 나타나는 거대한 발자국, 외계인 소리처럼 들리는 끔찍한 소리 등 미스터리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데요. 과연 데이나의 말대로 외계인 같은 건 없는 걸까요? 아니면 폭스의 의심처럼 외계인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요?



   폭스 멀더 요원과 데이나 스컬리 요원의 캐릭터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림 속으로 옮겨놓아도 그 빛을 발하고 있군요. 사방의 모든 것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외계인 존재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폭스와 그것들을 철저하게 논리적으로 깨부수는 데이나는 TV판만큼 알콩달콩 귀여워 보입니다. 더구나 외계인을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자신의 왼쪽 가슴팍에 외계인 브로치를 달고 있는 폭스의 모습은 귀엽다 못해 무척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하군요. 두 아이는 이상한 소리를 따라 집 뒤편의 숲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책 후반부의 깜찍한 반전은 이 책을 읽고 있던 제 머릿속을 느낌표로 마구 두들기며 다시 처음부터 읽어 보게 만들 정도로 꽤 기발했답니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라는 X파일의 유명한 이 어록이, 그림책 뒷면에서는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어쩌면 뒷마당에)!'라는 깜찍한 문장으로 변형되어 있는데요. 그림책의 결말을 떠올려보면 그리 엉뚱한 말도 아니군요. 생각해보면 진실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열린 눈과 사고로 주변을 바라보는 멀더의 사고방식과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현상의 진위를 가려내는 스컬리의 사고방식을 잘 조합만 한다면, 어쩌면 이 세계의 진실에 좀 더 접근하기 쉬울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 책에서- 외계인은 존재하느냐고요? 흠. 이럴 때 적절히 대답하기 쉽게 해주는 X파일의 유명한 대사가 있지요. '나는 믿고 싶다(I want to believe).' 그리고-

   '거짓은 진실을 인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