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유의 땅보다는 이 세상 한구석이라도 더 내발로 밟아보는 것에 애착이 갔고, 낯익은 풍경보다 이국적인 풍광들이 더 정답게 느껴졌다. 그래서 여행을 떠났다.-49쪽
과거 식민지 국가를 찾은 저 노부부들은 그들의 옛 영화를 고스란히 되뇌이고 있는 걸까? 단 한 번도 마이너 역사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지 자뭇 궁금하다.-152쪽
바둑에서 살고 죽는 것은 잘 지었는지 아니면 잘 못 지었는지의 귀결이다. 다니구치 만화의 한 등장인물이 그런 말을 했다. "네가 살거나. 죽거나. 그건 결과이다." 그건 바둑의 격언이고, 또한 인생의 격언이다.살고 죽기.그건 우리가 구축한 것의 결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잘 구축하는 것이다. -164쪽
난생처음 나는 '다시는'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느꼈다. 그건 끔찍하다. 우리는 하루에 이 단어를 백 번씩 발음하지만 진정한 '더 이상...다시는'에 직면해보기 전에는 우리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477쪽
집 안에 있을 때에도 조지는 전화벨이나 초인종을 자주 무시하곤 했다. "그 사람들이 날 원할지는 모르지만," 그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내가 그 사람들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 누구든 간에." 그러고 나서 요란한 벨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246쪽
"평범해지지 마. 절대로 평범해지려고 하지 마. 왜냐하면 그건 치명적 병의 첫 번째 증상이거든. 평범해지고 싶은 욕구가 찾아오는 걸 느끼면 해독제를 찾아.""뭐가 해독제인데요?""네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봐. 평범함이 너인 척 가장하고 살아가지 않도록 해."-283쪽
우리는 과거의 우리를 보며, 멍청하거나 신기하다고는 여겨도 결코 그것이 내 본질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상한 모자나 커다란 양복 차림의 옛날 사진들을 넘겨보며 우리는 이야기한다. 저 때는 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얼마나 순진했는지.얼마나 잘못된 생각인가! 오히려 지금은 그때의 능력이 사라지고 없다.-352쪽
부끄럽지 않도록 사는 건 상당히 어렵지만 그것만이 인생의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