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청소를 하고, 요리를 돕고, 불을 피워요. 제가 하는 모든 것은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거나, 더러워지거나, 불에 타서 없어져요. 하루가 끝날 때면 제가 여기 있었다는 증거가 하나도 안 남아요." 리지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내 치마 끝단에 놓인 자수를어루만졌다. 자수는 내가 관목 가시에 걸려 치마를 찢어먹었을 때 리지가 꿰매준 부분을 가려주었다.
"제가 놓은 자수는 언제나 여기 있을 거예요." 리지가 말했다. "이걸보면 왠지..... 글쎄, 단어를 모르겠네요. 제가 언제나 여기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영속적인 Permanent." 내가 말했다. "그럼 나머지 시간들에는 기분이어때?"
"불어오는 바람 바로 앞에 놓인 민들레꽃이 된 것 같죠."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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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들, 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많이 보나요?"

그녀에게 문의 환영, 문 저쪽, 그녀가 거부당한 쪽의 환영이 나타난다. 문의 발치에 개 한마리가, 사자색 가죽에 수없는 난도질로 인한 흉터가 있는 늙은 개가 길을 막은 채 몸을 쭉 뻗고 엎드려 있다. 눈이 감긴 개는 선잠을 자며 쉬고 있다. 그 너머로는 모래와 돌이 무한히 펼쳐진 사막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랜만에 찾아온 환영인데, 그녀는 그것을 신뢰하지 않고, 특히 GOD-DOG의 애너그램은 신뢰하지 않는다. ‘너무 문학적이야‘라고 그녀는 또다시생각한다. 망할 놈의 문학!
책상 저편에 앉은 남자는 질문에 진절머리가 난 것이 분명하다.
그가 펜을 내려놓고, 두 손을 깍지 끼고, 그녀를 가만히 바라본다.
"늘 보죠." 그가 말한다. "우리는 당신 같은 사람들을 늘 봅니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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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지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의 진화는 필연이었을까?
우리가 없어져 버리면 우리 또는 우리만큼 복잡한 존재가 다시 나타날까?

<인간 없는 세상>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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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맞춰 개를 산책시켜주는 사람이 있듯이, 매일 같은 시간에, 특별히 산책을 할 수 없는 날씨가 아닌 이상, 한결같이 집에 방문하여 나를 산책시켜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는 미래에서 나의 상상 속에 도착하는 사람. 내게 못된 말을 하지 않고, 내 몸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가끔씩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 어제와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사람. 산책에서 돌아오면 나를창가에 앉혀주고, 내일 봐요, 하고서 떠나는 사람. 나는 창가에서 내일의 산책을 기다리는 사람.
*
이것이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평온한 나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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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가가 아닙니다. 우선, 내가 수행하는 종류의 글쓰기, 매일 아침 내가 하는 이 소소하고도 작은 작업은 자신만의견고한 기반 위에서 확립되거나 스스로의 위엄으로부터 성립하는 것으로 남는 그런 순간이 아닙니다. 나는 하나의 작품을만들고자 하는 마음도, 의도도 전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나는여러 가지 사물들에 대해 말을 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또한 나는 해석자interprete 도 아닙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내가 수 세기, 수천 년 전부터 전적으로 잊히고 감춰진 것들, 묻혀 있는 것들을 다시 드러내고자 노력하거나, 또는 다른사람들이 말하는 것 뒤에 존재하는 비밀, 그들이 감추고 싶어하는 비밀을 다시 발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사물 또는 담론 안에 은폐되어 있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다만 즉각적으로 현존하고 있지만, 동시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려고 노력합니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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