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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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문학동네│2007.09.28│p.392

 

 

 

번번히 절망에 무릎을 꿇을 때 적잖은 위화감을 풍기도록 덤덤하게 그래서 도도하게 나를 빤히 마주하는 시선을 만납니다. 김연수, 우연이 반복되며 필연이 된건지 나는 이번에도 깨끗하게 승복하는 수 밖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살만 류수디의 <한밤의 아이들>로 첫번째 좌절로 나는 슬럼프에 빠졌고 - 살만 류수디의 <한밤의 아이들>의 김연수의 극찬으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흘을 씨름하다 결국 책을 덮었고 - 김연수 작가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마른 활자를 기어코 꾸역꾸역 삼켰습니다. 사실 가장 큰 원인은 내 안에 있습니다. 질적인 독서로의 막연한 두려움, 그렇게 맥락없이 즐거움에 유린된 얕고 가벼운 독서, 그것이 나를 작고 초라하게 합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1991년 여름, 이른바 ' 5월투쟁'이 끝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나'의 이야기입니다. '나'의 시선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는 큰 가지 하나에서 수 없이 뻗어 나온 가지처럼 끝을 모르고 번식하며 생명력을 키웁니다. 나무가지 하나쯤은 부려져도 아무냥도 없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 내게는 버겁도록 커다란 이야기입니다.  1991년의 나는 고작 아홉살, 평화롭던 시골마을에서 세상에 내가 전부였던 시절을 누렸으니 내가 그 시대를 그저 한 줌의 고민도 없이 햇빛 반짝이던 행복의 시간이 기억하니 그들의 혼란과 우울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일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끝까지 이 소설을 덮지 못했던 것은 터무니 없이 맹랑한 김연수에 대한 '의리'이고 나의 무지에 대한 '속죄'입니다. 나는 여전히 내 문제에 아등바등 살아가는데 지금의 나보다 푸르렀던 그 청춘들의 시간은 고스란히 91년, 그 시간에 멈추어 있음에의 부끄러움, 그것이 차마 책장을 덮을 수 없도록 하였습니다. 가열찼던 그들의 항쟁은 모든 가치가 화폐로 환원되는 지금의 우리에겐 여전히 이해의 선 밖에서 다가올 줄 모릅니다. 그러나 단지 그 시간, 그 장소에 내가 없었음으로 인하여 내가 누린 평화가 과연 정당한 나의 몫이었는지, 내 삶이 언제까지나 나라는 작은 우물 안에서 허우적거림을 멈추지 못함이 정말 괜찮은 것일지 답을 얻기 어려운 무거운 질문들을 내게 끊임없이 던져 놓습니다.

 

이러한 나의 아둔함을 잠시 덮어둔다며 김연수 작가의 이야기는 어찌하였든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라는 제목으로부터의 안도감, 물론 숲을 제대로 보지 못함에 부끄럽지만 하나하나의 가지는 그 푸름이 깊고 열매가 풍성합니다. 또한 이 외로움이 나에게만 특별히 가중되지 않았음을 위로하며 극으로 치닫던 나를 향한 연민을 누그러트립니다. 아하, 표지 또한 어찌나 매력적인지!

 

 

 

p. 150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그 순간 우리가 예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인생은 신비롭다.

그런 탓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다른 삶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 마음닿는곳에밑줄.

 

p.  70

가장 육체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사랑은 그런 온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평소보다 약간 더 따뜻한 상태. 하지만 한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몸에서 전해지는 그 정도의 온기면 충분했다.

 

p. 91

손을 꼭 잡고 걷는 우리는 늘 뜨거웠으므로, 우리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제아무리 미세한 것이라도 다 느낄 수 있었다.

 

p. 254

" 지금 네가 느끼는 그 세상이 바로 너만의 세상이야. 그게 설사 두려움이라고 하더라도 네 것이라면 온전히 다 받아들이란 말이야. 더이상 다른 사람을 흉내내면서 살아가지 말고."

 

p. 377

그뒤로 오랫동안 내게는 아무런 감정도 다녀가지 않았다.

 

p.384

삶이란 우리가 살았던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이란 다시 잘 설명하기 위한 기억이다.

 

 

 

 

하다.

copyright ⓒ 2012 by. Y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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