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길을 걷다 - 펜 끝 타고 떠난 해피로드 산티아고
김수연 지음 / 큰나무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마음 [길을] 걷다

김수연│큰나무│2012.02.13│p.392

 

 

 

'산티아고'라는 단어에 마음이 먼저 알고 반가워 저만치 앞서갑니다.

 

나만의 베스트셀러 중에 순진의 <순진한 걸음>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눈물콧물 찍어가며 마음을 흠씬 두들겨 맞았던 책, 그때부터 산티아고를 마음에 품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그 길을 걸으리라 하고.  p.5 여행은 우연한 발걸음이다. 열 번의 짐작보다 한 번 떠나보는 것이다. 삶이 그러한 것처럼…. 프롤로그의 그녀의 말처럼 '언젠가는'이었던 몽연한 내 계획의 안개가 산티아고를 다시 만나는동안 차츰 가시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2년 전 <순진한 걸음>을 읽을적보다 - 아주 사소하게는 그녀들의 텍스트의 차이 그리고 커다랗게 다른 그녀들의 시간 때문도 있겠지만. 자신을 거북이 여행자라고 했던 수연님이 40여일을 걸었던 길을 순진은 90일에 걸쳐 걸었습니다. 암과 같은 고통으로 그녀의 삶을 잠식했던 발목통증 때문에 순진은 자신을 달팽이 여행자라 했지요. - 나 많이 자란 듯한 기분입니다. 제법 덤덤하게 그녀의 걸음을 쫓아갑니다. 어쩌면 그녀들의 마음이 내게 스며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웃고, 잘 웃던 마음의 빗장을 순식간에 스르르 열며 다가오던 순진과는 달리 저자는 적당한 거리감을 끝까지 유지한 채 그녀의 마음 바닥까지 온전히 보여주지는 않으니까요.

 

그녀들이 걸은 길은 순례길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까미노 프란세스(Camino Frances)' 즉, 800km의 '프랑스 길'입니다. '걷다'라는 지극히 일상 반복적인 행위를 위하여 저마다의 목적으로 길 위에 오른 사람들, 나는 왜 그 길에 서고 싶은 것인지 그녀의 걸음을 뒤따르며 나는 나를 찬찬히 걸어봅니다.

 

 

p. 55

흐트러짐 없이 나이 듦이 쉬운 일이 아니다. 건강한 사고의 폭으로 삶을 걷는 평온하고 넉넉한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무언가 그럴싸한 이유를 대고자 끊임없이 내 안의 답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순간 그녀를 만났습니다. 길 위의 인연 안젤라는 왜 카미노를 걷게 되었는지 물었을 때 별다른 이유없이 떠나온 여정이라고 말하고는 순례자를 위한 대답을 만들어 놓아야겠다며 웃습니다. 그래, 굳이 근사한 답이 없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구나 합니다. 오로지 내 걸음에 집중하는 시간,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끊임없이 답을 찾으려 분주했던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욕심내지 않아도 좋을 시간으로 말입니다.

 

'믿다 : 어떤 사실이나 말을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렇다고 여기다'의 뜻을 가진 동사를 나는 어느순간 잃고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모든 순간을 의심하고 불안해 것은 아니지만 '믿다'라는 동사의 완벽한 상태를 100으로 보았을 때 나는 70 혹은 80의 언저리 어디쯤을 헤매입니다. 믿음이 산산이 조각 나서 그 조각의 날카로움에 베어 그 조악한 통증의 고됨을 맛보았다면 또 다른 누군가와 어쩌면 나 자신과도 순도 100의 완벽한 상태의 믿음을 유지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 216

가진 것이 없다면 이제 진정으로 소유해야 할 것을 찾아 나서야 한다.

 

 

p. 226

대화란 상대방에게 귀 기울임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일, 그것이 우리 삶 곳곳에 숨겨진 보석처럼 빛이 납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아문다고 하지요. 그것은 '대체'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인듯 합니다. 혼자 걷지만 혼자가 아닌 길고 거친 길 위에서 짧게는 하루를 스치고 혹은 마음을 기대며 여정을 나누면서.

 

900km에 달하는 긴 여정의 하루하루 이야기를 무심하고 덤덤한 듯 적어내립니다. 내 일기장이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질테니까 정말 진솔한 (혹은 부끄러운) 이야기는 쓸 수 없었던 어린시절 방학숙제처럼 그녀의 진짜 이야기가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발의 물집이 수도 없이 잡히고 아물어지며 그녀의 이갸기 또한 아물어감을 만집니다. p.165 예상치 못한 소나기에 당혹스러운 날이었다. 우왕좌앙했지만 지나온 시간은 현재를 살게 한 진통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마음이 웃 자란 어린 나는 슬픔은 눈물로밖에 표현할 수 없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말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어른이 되면 슬플 때마다 울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꼭 산티아고는 아니여도 괜찮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p.275 "쉬운 답을 찾고, 오래 고민하지 마. 버스를 타고 싶으면 버스를 타고, 걷고 싶을 때 걸어.“ 내가 나를 가까이 마주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의 걸음에 보폭을 맞추면 그 뿐입니다.

 

 

 

 

p. 151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걱정으로

아닌 척, 모르는 척

하지 말아줘

나는 너의 삶이다

 

  

 

 

 

하다.

copyright ⓒ 2012 by. Y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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