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잊혀진 질문 - 절망의 한복판에서 부르는 차동엽 신부의 생의 찬가
차동엽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잊혀진 질문 

차동엽│명진출판│2012.01.07│p.368

 

 

 

이 책은 삼성 이병철 회장이 1987년 타게하기 전 절두산성당 박희봉 신부께 보낸 질문지에서 시작됩니다. 그 물음에 대하여 차동엽 신부님은 프롤로그에서 '생의 밑바닥을 흐르는 거부할 수 없는 물음들'이라고 칭하며 그것들은 실상 절망 앞에 선 '너'의 물음이며, 허무의 늪에 빠진 '나'의 물음이며, 고통으로 신음하는 '우리'의 물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음을 한 껏 준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내용에는 종교적 색채가 명징해서 - 나는 기독교인임에도 불구하고 - 삶의 주옥같은 질문과 답변에 고개를 주억거리면서도 남의 답안지를 힐끔거리는 불안과 불편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좌불안석(坐不安席)입니다.

 

'한번 태어난 인생, 왜 이렇게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워야 하나?’ ‘착한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나?’ ‘우리는 왜 자기 인생에 쉽게 만족하지 못할까?’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대체 어디에 숨어 있나?’ 와 같은 삶을 향한 근복적인 24가지 질문에 대하여 차동엽 신부님은 우리 시대의 대표 멘토답게 최선의 답을 제시합니다. 책을 덮은 후 (최근에 맘에 드는 대목에 플래그잇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수도 없이 붙여진 색색의 플래그잇이 이 한 권의 책이 수도 없이 내 마음을 만졌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책을 덮고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그 색색의 플래그잇은 내게 어떠한 이야기도 붙여낼 수 없었습니다. 텍스트 내면의 진실을 나는 마주할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플래그잇이 붙어 있던 자리를 소개하면서 리뷰를 대신합니다.

 

 

p. 37

" 너의 마음속에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하여 인내하라. 그리고 문제 자체를 사랑하려고 노력하다. [……]답을 찾으려 하지 말라. 그것은 너에게 주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너는 그 답과 더불어 살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그대로 모든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문제 속에서 그대로 살자. 그러면 먼 훗날 언젠가 너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서서히 답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p. 51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그릿의 대표적 작가 니코스 카장차키스는 말했습니다.

 " 현실은 바꿀 수 없다. 현실을 보는 눈은 바꿀 수 있다."

 

p. 82

우리는 특히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이런 시선을 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다름'을 너무 쉽게 '틀림'이라는 말로 바꿉니다. 우리가 의를 가지고 편가름을 하고 노선싸움을 하는 것도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이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미성숙을 넘어 성숙한 사회가 될 때 서로의 행복이 살아납니다.

 

p. 101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자체를 즐기라.

배를 곯을지언정 의미 없는 일은 하지 말라.

돈만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은 영혼을 잃기 쉽다.

명예를 구하여 일하는 사람은 기쁨을 잃기 쉽다.

권세를 탐하여 일하는 사람은 친구를 잃기 쉽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일을 위하여 일하다.

그러면 나머지 것들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p. 105

" 손바닥 안에 주어진 것에서 풍요를 만끽할 줄 모르면, 우주를 소유한들 배고픔은 여전하다."

 

p. 122

자신의 VIP 리스트 가운데 가장 첫 번째 귀빈 이름을 "내 영혼"이라 적은 사람은 지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p. 208

인간은 오감을 통하여 세상을 파악합니다. 오감 중에서 촉각, 후각, 미각을 통해서 약 10퍼센트의 정보가 수용됩니다. 그리고 청각을 통하여 20퍼센트가 수용되는데 가청 영역은 16~2만 헤르츠로 제한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70퍼센트가 시각을 통해 파악되지요. 그렇지만 우리가 그나마 볼 수 있는 세계는 우주의 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인간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얼마나 미미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릭 보고 있는 것은 단지 껍데기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어떤 것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건 오직 마음으로 볼 때이다."

 

p. 209

故 박완서 작가는 자신이 만난 신의 손길에 대해 이렇게 적었습니다.

" 나는 내 눈으로 한번 똑똑히 분꽃이 피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갑자기 봉우리가 활짝 벌어질 줄 알았는데 지키고 앉았으니까 왜 그렇게 안 벌어지는지요. 나는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약간 느슨해진 꽃봉이리를 손으로 펴려고 했습니다. 잘 안 되더군요. 인내심이 부족한 나는 기다리다 지쳐서 잠깐 자리르 떴다 와보니 분꽃은 용용 죽겠지, 하는 얼굴로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글쎄 내가 억지로 펴려 했던 꽃봉오리만이 피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지 뭡니까. 어른들한테 일렀더니 손독이 올랐다고 하더군요. 내 어린 손도 독이 되는데 어떤 인자한 힘이 꽃을 피웠을까? 그건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내 최초의 경이였습니다."

 

p. 230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에는 행복, 기쁨, 평화 등의 '목적가치'와 이 목적가치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부귀, 권세, 명예 등의 '수단가치'가 있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목적가치입니다. 수단가치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저금한 100억 원은 그것이 좋은 용도에 사용되지 않으면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보람을 창출해낼 때에야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p. 231

우주적 여운을 남긴 채 우리 곁을 떠난 故 스티브 잡스는 마치 단명을 자위하듯 말합니다.

 "여정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지만, 그 자체로) 보상이다."

 

p. 260

말년의 아인슈타인이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을 보고 제자가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이미 그렇게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신데 어째서 배움을 멈추지 않으십니까?"

이에 아인슈타인이 재치 있고도 뼈 있는 대답을 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차지하는 부분을 원이라고 하면 원 밖은 모르는 부분이 됩니다. 원이 커지면 원의 둘레도 점점 늘어나 접촉할 수 있는 미지의 부분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지금 저의 원은 여러분 것보다 커서 제가 접촉한 미지의 부분이 여러분보다 더 많습니다. 모르는 게 더 많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런데 어찌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습니까?"

 

p. 289

용서해야 속박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신약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용서'라는 그리스어 단어를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자신을 풀어주다, 멀리 놓아주다, 자유롭게 하다'라는 뜻입니다. 과거에 매달려 수없이 되뇌며 딱지가 앉기 무섭게 뜯어내는 것이 '원한'입니다. 상처가 영원히 아물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용서하지 않을 때 스스로 '과거의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것은 용서를 할 수 있는 '통제권'을 타인, 즉 원수에게 내어주고서 자기 자신은 상대방의 잘못으로 입은 상처에다 미움의 속박까지 당하는 운명을 자초하는 것입니다.

 

p.324

" 나는 마치 도둑놈처럼 시간을 좀 훔쳤습니다. 식사 시간도 좀 훔쳐오고, 잠자는 시간도 좀 훔쳐오고, 사람들과 잡담하는 시간도 좀 훔쳤지요. 그리고 훔쳐온 그 시간을 용감하게 휘어잡고 시를 썼습니다!"

청중이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멍한 상태가 되어 대꾸 한마디도 못하자 프로스트는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 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늘 바쁘다고 생각하지만, 필요한 시간은 언제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겁니다. 저처럼 말입니다."

필요한 시간을 언제든지 '훔쳐와서' 사용했다는 시인의 말에 재치가 넘칩니다. 동시에 정곡을 찌릅니다.

 

p. 334

시련을 원망하면 거기서 주저앉고 말지만, 시련을 기회로 삼으면 거기서 위대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p. 345

사랑에게서 나와서, 사랑으로 살다가, 끝내 사랑의 품에 안기는 것이 인생인 것입니다.

 

 

하다.

copyright ⓒ 2012 by. Y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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