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양윤옥 옮김,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나의 작은

에쿠니 가오리│소담출판사 │2012.02.14│p.96

 

 

 

봄을 닮아 싱그러운 책 한권을 만났습니다. (이야기는 눈이 내리는 차가운 아침 시작되는데 말이죠) 에쿠니 가오리의 책은 오랜만이라 설레임이 저 만치 앞서 마중을 갑니다. 대학 시절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좋아했었는데 <빨간장화> 이후로 그녀의 책을 들추지 않았습니다. 내게 깊이 각인된 그녀의 책 띠지에 담긴 청초한 이미지가 어느 날 우연히 네이버 검색에서 마주한 그녀와 너무 달라서 나는 적잖이 충격이었습니다. (미안해요, 나 예쁜 여자가 좋은가 보오. 농담입니다. 약간의 진심도 담은) 그녀의 책을 수집하며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 들었던 이유는 오렌지 쿠기 같은 상큼한 그녀의 문체들도 있지만 슬픔의 깊은 우물에 풍덩 빠지지 않는 담담함과 울고 불고 눈물 쏙 빼놓지 않는 초연함의 그 적절한 혼합이 나는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마치 신선한 야채가 듬뿍 담긴 샌드위치와 오렌지 에이드의 상큼함처럼.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의 글이 마음에 닿지 않고 어딘가를 머무릅니다. 진실을 담지 못한 가벼움에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삼키지 못합니다.

 

그러니 저러니 하여도 옛정이 있어서 그녀의 신간 소식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재출간된 <나의 작은 새>는 봄바람을 살랑 담은 따뜻한 동화책을 읽는 기분입니다. 그녀의 텍스트는 여전히 섬세하여 모든 색에 우유빛 흰색을 섞은 듯 보드랍게 움직입니다. 일상의 보통날들을 그녀만의 따뜻한 시선으로 예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감각 또한 탁월하네요. 아마 내가 지금 3개월이 조금 지난 똥꾸빵꾸 말썽쟁이 말티즈 한 마리 - 미워도 고와도 내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연악한 존재라서 나는 해피(이름을 바꿔주고 싶은데 정말 귓등으로도 듣질 않네요. )에겐 한없이 약해집니다. - 키우고 있어서 그녀의 이야기에 더 너그러워졌는지도 모르겠어요. 아, 우리 해피도 작은 새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 나에게 약이라는 건 럼주를 끼얹은 아이스크림이야' 처럼 말이죠, 그렇게 농을 섞은 푸념도 풀어봅니다.

 

어느 날 찾아든 작은 새 한 마리와 그런 작은 새에게 한 없이 너그러운 나와 무엇에든 완벽한 나의 여자친구는 미묘하다라고 말하기엔 조금 멋쩍게 알맞은 균형의 삼각관계를 이룹니다. 물론 작은 새는 여자친구를 질투하지만, 어느 날 윗집 노부부의 집에서 작은 새를 발견했을 때 나는 어딘가 한웅큼 서운함을 얻지만, 그 뿐입니다. 균형과 균질, 아마도 에쿠니 가오리는 누구보다 그것에 뛰어난 작가임이 틀림 없네요. 하지만 여전히 그녀의 이야기는 무언가 중심을 잃은 듯 가벼이 흩날립니다. 봄맞이 대청소를 하는 그들의 봄엔 어떤 이야기가 그려질지 아쉬움으로 책장을 덮습니다.

 

 

 

하다.

copyright ⓒ 2012 by. Y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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