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이야기 - 아주 특별한 사막 신혼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막내집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잘 알고 있어.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걸, 아주 진실한 한 번뿐이라는 걸……. 그래서 날이 갈수록 안타까워. 더 용감하고 유쾌하게 인생과 대면하지 못한 게 참 아쉬워." 라는 첫 장의 문장에 홀딱! 반해버렸다. 가끔은 이렇게 책표지에, 첫 문장에 반해서 무한한 애정과 신뢰로 시작하는 책이 있으니 이 책은 이웃 까망머리앤님께 선물을 받아 더욱 더 기대롭다. 사하라의 사막, 나는 이제껏 한번도 사막의 삶에 대해 진진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거니와 중국문학은 내게 너무 생소하다. 아마도 처음이지 않을까. 내게 그려지는 사막의 이미지는 척박하고 메마른 땅과, 뜨거운 태양, 궁핍한 삶, 인고(忍苦)의 생명 그러함이다. 그 건조함 가운데서 시작하는 달콤해야 마땅할 신혼이 몹시도 궁금해졌다.

중국에서 사랑받는 대표 여성작가라더니, 그녀의 글자는 화려하지 않지만 생동감이 그득하여 살아있다. 그녀도, 그녀의 호세도, 그녀의 이웃들도 내 눈앞에 생명을 얻어 움직인다. 1970년대의 사막은 아마도 우리가 지레 짐작할 수 없을만큼의 불편함이 생활이였을 것이다. p.217 사하라 사막은 이토록 아름답건만, 여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의지와 끈기를 대가로 지불하며 스스로 적응해 가야 했다. 나는 사막을 미워하지 않았다. 단지 사막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서 작은 좌절을 겪었을 뿐이다. 나였다면 과연... 생각과 행동의 불일치는 늘 그렇듯 타인의 삶을 향한 미련스러운 동경으로 채워지지만, 그녀처럼의 생각과 행동의 완벽한 조화는 진정한 삶의 향기를 만발한다. 그래서 그녀의 신혼은 척박한 사막의 땅에서 시작되었지만 충분히 풍요롭고 반짝반짝 빛을 낸다. p. 205 생명은 이렇게 황폐하고 낙후되고 빈곤한 곳에서도 똑같이 무럭무럭 활기하게 자란다. 결코 생존을 위해 안간힘 쓰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생로병사란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노라니, 그들의 안온함이 우아하게 까지 느껴졌다.

토착민인 사하라위족이 사는 라윤시의 변두리에 삶의 기초를 다진 그들의 삶은 예상보다 더 다이나믹하다. 소염진통제 한알로 의사가 되고, 매니큐어로 이를 때워준다. 식사 때마다 포크와 나이프를 빌리러 오는 이웃, 심지어 낙타를 냉장고에 넣어달란다. 거절하면 "당신은 내 자존심을 건들였어요!" 거침없이 내뱉는, 하지만 성냥개비 하나도 빌려 주지 않는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어부가 되어 잡은 물고기를 호텔 주방에 팔고 12배가 넘는 가격으로 다시 사먹기도 하는 부부의 이야기에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다가도 우연히 줍게 된 모리타니 부적 목걸이 때문에 원인불명의 증상을 겪게 되는 싼마오 때문에, 화석을 찾아 나선 길에서 호세가 진흙늪에 빠졌을때 마음 조리며 함께 염려키도 한다. 애정가득한 마음으로 담담한 듯 써내려간 그녀의 이야기는 위트가득하며, 사막 생활의 고충도 질척거리거나 푸석거림없이 담백하다.

결혼을 해도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갈 것임을 선포하는 싼마오와 그런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라도 말하는 호세는, 사막으로 떠나겠다는 그녀를 나무라기보다 먼저 사막에 가서 터전을 마련하는 그는 정말 천생의 배필이다.  p.206  담담하면서도 깊고 그윽한 결합이었다. 마음이 더없이 편안하고 행복해졌다. 안타깝게도 호세는 싼마오의 나이 37살에 - 싼마오는 31살에 호세와 결혼했다 - 잠수 사고로 목숨을 잃고, 고국으로 돌아온 그녀도 48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의 생을 마감한다. 책 속 사막에서의 그녀는 삶에 대한 호기심과 적극적인 태도로 에너지 넘쳐 나에게도 그 밝음이 잠시나마 전염되었는데, 고향으로 돌아 온 그녀의 삶은 사막의 모래 먼지보다 더 까끄럽고 황량했던걸까. 좋은 작가를 너무 빨리 잃은 것 같은 마음에 아쉬움이 먼저 앞서간다. 그녀의 다른 이야기도 궁금하다. 


p. 244

사람이란 참 이상하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증명해 주기 전에는 자기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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