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할 것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아픈 가슴을 콕콕 찍어내어 눈물을 떨어트리는 이런 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글이 어떠한 찬사를 받는 특히나 '엄마'라는 존재를 이야기하는 책에 나는 무턱대고 커다란 반감을 들어내는데 아마도 그것은 사춘기를 제대로 보내지 못한 탓이 아닐까 해요.
고등학교 입학 당시 이혼을 하신 부모님 때문에 나는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습니다. 겨우 중학생이 된 동생에게도 엄한 누나였고, 모든 일을 혼자서 척척 해내는 기특한 큰딸이어야 했습니다. 혹시라도 엄마 없는 아이라는 꼬리표가 붙을까 반듯한 틀안에 나를 가둬 두었습니다. 그렇게 십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그 시간에 누려야 했을 상실감과 슬픔을 온전히 겪어내지 못해서 제대로 어른이 되지 못했습니다. 웃고 싶을 때 웃고, 눈물이 나는 날엔 실컷 울어 두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그때는 몰랐지요.
내 잘못이 아니였음에도 숨기고 숨겼던 그 상처는 안에서 곪을대로 곪아 이제는 아픈 줄도 모르는 그대로 내가 되어서 나는 한살배기도 표현하는 싫고, 좋음에도 서투른 어른 아이로 스물아홉이 되어 버렸습니다. 십년이 지나도 아직 '엄마'라는 단어가 시큰거리는 것을 보면 나에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가 봅니다. 큰 호흡을 몇 번이나 몰아쉬며 겨우 겨우 읽어냈습니다. 내게는 조금 버거운 시간이라서 이런 책을 선정해 준 알라딘, 을 살짝 원망도 해봅니다.
p. 226
'미안해'라는 말을 굴욕으로 생각지 않으며, 미안한 일이 생겼을 때 반드시 인사할 것. 무엇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고맙다'는 말. 사랑의 꿀이 가득묻은 이 말을 입 속에 맴돌게 할 것. 그만큼 감사하는 마음은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 관계의 성장과 성공을 위한 필수 비타민이다.
책에 가득 베인 신현림 작가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사실 나는 온전히 읽어내지 못했습니다. 나도 그녀처럼 마음껏 엄마라는 존재를 그리워하고 싶지만 내겐 그리움도 사치입니다. 백마디 말보다 본인의 생활에서 부지런하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희생했고 불의에 굴하지 않으며 어려운 처치의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던, 딸의 손을 잡고 서점에 가던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그리움의 대상이 될 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p.207
"우연히 엄마 젊을 때 사진을 봤는데, 세상에 롱치마에 하이힐 샌들을 신고 있는 거예요. '이게 우리 엄마 맞아?' 시퓨었어요. 엄마도 유행하는 좋은 옷만 입던 시절이 있었다는 게 참 신선했어요. 그땐 참 고우셨는데, 지금은 할머니나 입는 몸배 같은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오천 원짜리 시장표 가방을 매고 다니지를 않나, 마음이 짠했어요."
그래도 나이가 한살 한살 먹다보니 '엄마' 이전에 한 여자로서의 삶을 조금은 인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행복하기를 욕심 냈던 여자로서의 삶을 나의 '엄마'라고 해서 비난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마음은 온전히 해내지 못한 이해를 머리로 서툴게 되뇌어 새깁니다.
얼마 전 신형림님의 <딸아, 외로울 때는시를 읽으렴>이라는 시집을 읽었습니다. 주옥같은 시들이 가득 담긴 그 책에서도 말합니다. 누구나 다 외로운 것이라고, 삶은 그렇게 고통스러운 순간도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모든 시간들이 찬란히 빛날 우리의 삶에 영양분 가득한 밑거름이 되어 줄거라고 말이죠. 딸이 엄마에게, 그리고 엄마가 되어 딸에게 그 깊고 진득한 관계 맺음에서 우리는 살아감에 가득한 힘을 얻습니다. 내가 당신께 해 줄 것은 아마도 당신 그대로의 삶을 축복하는 일, 그것뿐일 것 같습니다.
p.92
나무와 풀은 비와 바람으로, 햇빛으로 생명을 이어가고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며 넘나든다.
사람살이도 그렇게 말없이 넘나들며 마음을 전하는 것일 게다.
우리의 생명은 늘 햇빛 찬란한 나날이 아니라
쓰나미와 지진 같은 슬픔과 아픔 속에서 흔들리며 사는 것임을
엄마가 키우던 꽃과 나무에게서 나는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