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너 혼자 올 수 있니>는 간암 말기로 투병 중이던 2010년 4월,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사진작가 故 이석주의 유고 사진 에세이다. 죽음을 앞 둔, 훗카이도로의 여행. 눈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집은 것은, 사진작가의 '유고' 사진 에세이, 라는 것 때문이었다. 가벼운 동정심? 죽음을 앞 둔 사람에 대한 호기심? 이러한 마음들은 책을 읽는 그 순간 산산히 흐트러져 부끄럽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평온했다. 내가 온전히 읽어 내지 못한, 차가운 겨울을 마주한 그의 쓸쓸함과 삶에 대한 아쉬움들이 슬픔으로 가득 채워질 것 같았던 책장들은 의외로 가벼웠다. 그 가벼움은 무게 없음이 아니라, 삶을 평온하게 바라볼 수 있었던, 그리고 마지막의 순간까지 자신이 원함을 놓치 않았던 그의 열정 때문이 아닐까.

p. 299

당신이 말하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했던 것
당신이 보여주고 싶었는데
보여주지 못했던 것
당신이 껴안고 싶었는데
껴안지 못했던 것

그러나 나는 압니다
말하지 않아도 보여주지 않아도 껴안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우리 영혼이 닿아 있어
모든 것이 투명합니다

그러니 걱정 말아요

 
책 속 사진들이 참 따뜻하다. 그는 이렇게 따뜻한 사진을 남기기 위해, 얼마나 차가운 시간을 보냈을까. 겨울을 참 싫어하던 나였는데, 유독 눈이 많이 온 올해의 겨울은 더 달갑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겨울의 시림이 전처럼 밉지는 않다. 나도 나이를 먹으며, 삶에 그리고 세상에 조금씩 너그러워지는 것이리라. 부족한 단어들의 나열로의 서평을 부끄럽게 만드는 겨울이 가득 담긴, 겨울밤을 따스하게 다독이던 한권의 책. 그리고 故 이석주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soar0108

p.123

기억 속에서
날마다 더 아름다워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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