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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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년 동안, 1억 6천만명이 넘는 불가촉천민(달리트)들은 '아웃카스트'로서 식수도 함께 쓸 수도 없는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인도의 카스트 제도. 내겐 그저 교과서 속에 짧막하게 실린 먼 나라의 이야기였을 뿐인데, 새해의 첫 책을 즐겁게 시작하고 싶었던 마음에 묵직한 돌은 얹은 듯한 느낌으로 책장을 겨우 겨우 힘들여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속도도 나지 않아, 수도 없이 책장을 덮으며 '그만 둘까?'를 몇 번이나 고민하게 했던 이 책을 나는, 물도 없이 팍팍한 빵을 삼키듯 꾸역 꾸역 삼켜 냈다.    


P.246
나는 힌두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났습니다. 안타깝지만 그건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치욕과 모욕 속에서 살기를 거부하는 것은 얼마든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나는 여러분 앞에서 힌두교도로 죽지 않을 것을 엄숙히 다짐합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것들에 부족함을 느끼며 대상도 없는 원망을 부었던가. 또한 내가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거품 같은 열망으로 나의 청춘을 소모하였던가. 부끄러움조차 보이지 못할 만큼, 굳건한 다무는 내게 , 절망 뿐인 그 상황에서도 무지개를 꿈꾸는 그들은 내게 무거웠던 책장의 그 무게 만큼, 가볍지 않은 깊은 위로를 건넨다. 오히려 내게, 그들이 먼저 따뜻한 손을 내민다. P.293 "아빠가 하고 싶은 얘기는 한 가지뿐이야. 뭘 하든 최고가 되라는 것. 도둑이 되고 싶어? 좋아. 하지만 솜씨가 대단해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게 만들어야 해. 온 세상 사람들이 너를 보고 '야, 진짜 훌륭한 도둑이다! 어쩜 이렇게 솜씨가 대단할까?'라고 감탄하게 만들란 말이야."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고, 아버지도 이가 다 빠진 입을 벌리고 씩 웃었다. "그것보다 못한 것에 만족해서는 안 돼. 알아들었니?" 이 말을 할 때도 아버지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었다. 그들은 그렇게 멈추지 않고 꿈꾸고 있었다.

Untouchables 1. (사람을) 건드릴 수 없는   2. (남이) 손댈 수 없는   3. (과거 인도 계급제도에서) 불가촉천민의 . 식수조차 마음껏 마실 수 없고, 개·돼지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오직 구걸 할 권리 밖에 갖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만큼 절망적이고, 그만큼 간절하지 못했던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당연함으로 누리고 살았던 우리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목표이며, 희망이였다는 것을.  



p.45 "소누, 무지개가 뜨려면 비와 햇살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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