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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캠프 ㅣ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베라 브로스골 지음, 김영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7살 때였나...
울며 불며 가기 싫다는 것을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겨우 가게 된 유치원에서의 캠프가 나의 첫 캠프였다.
당시에 나는 애착 불안이었던지 엄마 없으면 못 잤는데 엄마와 '하룻밤씩이나' 떨어져 자야 하는 것에 절망했었다.
그래서 그날 찍은 사진 속 나의 모습은 죄다 눈물바람.
캠프에서의 유일한 기억은 커다란 방에서 친구들과 나란히 누워 잠을 자는데 잠이 오지 않아 눈을 뜨고 있었다.
그때 우리가 잠을 자는지 선생님께서 확인하러 오셨고 나는 억지로 눈을 감았던 기억이 난다.
캠프에서의 다른 기억은 나지 않고 오직 캄캄한 방에 누워 눈을 꼬옥 감았던 순간만이 첫 캠프에서의 유일한 기억이다.
여기, 인생의 첫 캠프를 겪는 또 다른 소녀가 있다.
그 소녀이 이름은 베라.
《내 인생 첫 캠프》의 주인공이다.
모두에게 첫 캠프가 장미 빛인 것은 아닌가 보다.
베라도 나도 첫 캠프의 기억이 그리 반짝반짝하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베라는 그 안에서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베라는 여름이면 아홉 살이 되는 러시아에서 온 소녀다.
베라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베라는 엄마와 두 동생과 함께 좁은 집에서 산다.
베라의 부유한 미국인 친구들은 베라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지만
베라는 어쩐지 겉도는 느낌이 든다.
방학이면 아이들은 캠프에 가느라 온 동네가 텅 비어버리는데
베라와 남동생만이 남아있다.
베라는 늘 궁금했다. 캠프에서의 생활을.
그런 베라에게 드디어 캠프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것도 러시아인들만 올 수 있는 러시아 캠프.'오라 캠프'
캠프에서의 멋진 경험을 상상하며 베라는 두근두근 캠프 갈 날만을 고대한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드디어 캠프에 도착한 베라.
하지만 텐트를 같이 사용하게 된 언니들은 왕 불친절하고
캠프를 둘러보다 발견한 화장실은 그야말로 최악!
베라는 급하게 엄마를 쫓아내려 가지만 엄마의 차는 이미 떠나고 난 뒤다.
캠프에서의 생활은 모든 것이 불편했다.
캠프에서는 러시아어만 써야 했고
먹는 것, 자는 것, 씻는 것, 화장실까지.
무엇 하나 베라가 상상한 캠프의 낭만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2주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럭저럭 '시간을 때우며' 보냈다.
동네에서는 미국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지만 계속 겉돌았고
러시아인 캠프에서조차 베라는 좀처럼 어울리지 못한다.
하. 지. 만.
엄마의 갑작스러운 면접 때문에 2주 일정이던 캠프를 2주 더 보내야 하는 절망스러운 상황이 찾아온다.
엄마에게 본인을 데려가달라며 매달리다가도
난감해하는 엄마의 표정을 보며 이내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 베라.
이 장면은 안쓰러우면서도 베라의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게 되었던 장면이다.
오라 캠프에서 일정 중 진짜 숲을 경험할 수 있는 하이킹을 참여하게 된 베라.
짐을 챙기고 자신을 반기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같이 행군을 한다.
그리고 같이 누워 잠을 자는데 친구의 생일파티에서와 같은 느낌을 받는 베라.
환영받지 못한 느낌.
친구의 생일파티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끼고 싶어 했지만
어쩐 일인지 베라는 자신만의 잠자리 공간을 찾아 그곳에서 눕는다.
누구의 허락이나 인정이 필요 없이 오로지 베라 스스로 결정한 일.
그리고 그곳에서 베라는 영원히 잊지 못할 캠프에서의 한순간을 경험한다.
하이킹에서 돌아온 베라는 캠프에서의 생활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즐기게 된다.
3급 시험을 준비하는 대신 베라는 나파데니야를 준비한다.
남자 캠프와 여자 캠프에서 서로의 깃발을 뺏는 것인데
남자 캠프에서 계속 이기고 있었다.
그리고 이 나파데니야에서 베라의 남자 캠프의 깃발을 훔쳐 오면서 드디어 이기게 된다.
《내 인생 첫 캠프》의 주인공 베라는 지극히 평범하다.
소심하고 그다지 착한 편도 아니고 외모도 평범하다.
캠프에서의 생활 또한 대단한 것도 없다.
러시아 정교에 대한 이야기는 생소하지만 흥미로웠다.
뭔가 짜릿하고 신나는 캠프에서의 생활을 기대했는데
이 이야기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다만, 이야기를 다 읽고 책을 덮을 때
이토록 평범한 주인공이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가난한 이민자로 사는 것은 분명 힘든 일일 것이다.
베라는 그 안에 끼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캠프에서의 생활을 통해 베라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된다.
남들이 하니까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은 나니까 내가 결정하고 행동하게 된다.
베라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