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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조금만 더 (100쇄 기념 특별판)
존 레이놀즈 가디너 지음, 마샤 슈얼 그림, 김경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얼음 거인이 경주에서 진 적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윌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이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윌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얼음 거인이라 해도 막을 수 없었다.
- 『조금만, 조금만 더』 中
뒤돌아보지 않고, 한 치의 의심 없이, 현재의 나에 온전히 몰두해본 적이 있었던가.
존 레이놀즈 가디너의 『조금만, 조금만 더』(시공주니어)는 결말의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하다.
할아버지와 농장에서 둘이 살고 있는 10살 윌리.
어느 날 아침, 할아버지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윌리는 의사 선생님을 불러오지만 할아버지의 병은 딱히 치료법이 없는 상태.
할아버지 대신 농장의 경영을 맡은 윌리는 어린 나이지만 제법 일을 잘한다.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보겠다며 농장에 사는 개 번개와 함께 농장 일을 하나씩 해결해간다.
하지만 농장을 방문한 낯선 방문객을 통해 알게 된 진실.
농장 앞으로 밀린 세금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것 때문에 쓰러지셨다는 것을 윌리도 알게 된다.
겨우 열 살 된 꼬마 윌리는 상황에 낙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밀린 세금 오백 달러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
하지만 할아버지는 현재 빈털터리였고 빌리 앞으로 있는 예금은 겨우 오십 달러가 전부인 상황.
주변 모두들 농장을 팔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농장은 전부이고 윌리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농장을 팔고 세금을 내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그 방법은 할아버지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윌리는 쉬운 길 대신 힘들지만 원하는 길을 택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개 썰매 경주 대회가 열리고 거기에서 우승을 하면 상금 오백 달러를 받을 수 있다.
자격 제한이 없어서 윌리는 농장의 개, 번개와 함께 이 대회에 출전하기로 한다.
참가비는 오십 달러. 윌리는 자기 이름으로 된 예금을 모두 꺼내어 참가비로 낸다.
누가 봐도 무모한 상황. 책을 읽던 나조차도 책 속으로 들어가 윌리를 말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 개 썰매 경주 대회에는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개 썰매 대회의 전설, '얼음 거인'이 출전한다.
그는 우승 상금으로 땅을 사들인다. 그리고 그 땅을 자신들이 부족인 인디언들의 터전으로 사용한다.
'얼음 거인'이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이 펴지자 대회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모두의 눈길이 그에게로 향한다.
누가 봐도 윌리의 출전은 패배가 확정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윌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자기가 이길 거라는 확신과 믿음이 있었다.
처음에는 윌리의 믿음이 너무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온전히 몰두하는 윌리의 순수한 믿음을 보고 있노라면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만, 조금만 더』에는 여러 어른들이 나오지만 직접 나서서 윌리의 일을 해결해주는 어른들은 없다. 윌리의 곁에서 조용히 그를 응원하며 지켜봐 준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것저것 하나부터 열까지 어른인 내 손으로 다 해주려고 할 때가 많다. 가끔 그런 행동들이 나를 위한 것인지, 아이를 위한 것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오는데 윌리를 믿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맡겨주는 어른들의 역할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윌리처럼 혼자 다 크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성장하는 몫은 아이 스스로 온전히 해내야 한다.
개 썰매 경주 장면은 눈앞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려졌다.
왜 책의 제목이 『조금만, 조금만 더』인지 느껴졌던 순간이다.
책을 읽던 나도 발을 동동하며 힘내 윌리, 조금만 빨리, 좀 더 힘내라며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고요함은 글자만으로도 전달된다.
모두를 숙연하게 만든 마지막.
윌리, 번개 그들의 열정을 알기에 이해되었던 결말이다.
윌리와 번개의 순수한 열정은 대회에 참가한, 지켜본 모든 이들을 감동시키기 충분하다.
지키고 싶은 것이 있었기에 이기겠다는 결심을 했고 그 목표를 향해 머뭇거림 없이 앞으로 계속 나아간 윌리.
아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윌리의 순수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