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만리장정
홍은택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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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여행을 다녀 온 사람은 많습니다. 심지여 몇 년 씩 중국에 산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분들에게 중국에 대해 물어 보면, 대답이 시원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좋았어." 혹은 "싫었어." 이러한 대답을 듣습니다. 그러고보면, 외국에서 오래 살았다고 해서 그 나라에 대하여 많이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처음 <중국 만리장정>을 집어 들었을 때, 고민했습니다. 아니, 겨우 80일 정도 중국을 여행한 다음 이렇게 책을 찍어 내어도 될까? 몇 년 씩 중국에서 살던 사람도 중국에 대하여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기 책을 펴 내기에 그 기간은 너무 짧은 것은 아닐까? 게다가 저자가 경력도 화려하고, 돈도 많아 보여서, 심지어 이런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또 돈 많은 부자 아저씨가, 퍼스트 클래스 타고 가서, 5성급 호텔에서 희희낙락(?)거리다가, 심심해서 글 좀 썼나 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분이 정말 중년 아저씨가 맞나 싶었습니다. 어느 청년 못지 않은 정열이 느껴졌습니다. 중국 여행을 위하여 중국어를 배웠다는 것도 놀랐습니다. 대부분의 중년 아저씨들은 어떤 낯선 곳을 여행하려 할 때 그 나라의 외국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대충 영어로 때우거나, 현지 통역을 고용해서 소통하려고 하지요. 저는 저자가 중년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로 중국어로 소통했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저자가 미국에서 생활한 것도 큰 이점입니다. 이 분은 미국-중국-한국을 비교 선상에 놓고, 각 나라의 장점과 단점을 입체적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저자가 펄벅에 대하여 쓸 때, 무척 놀랐습니다.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미국인 펄 벅을 이해할 수 있는 한국인 저자는, 아마 이 홍은택 씨 외에는 드물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여행기와 이 여행기가 가장 다른 점은, 저자의 글 속에 기자 정신이 묻어 있다는 것입니다. 글 자체가 '누가, 어떻게, 왜...'같은 육하 원칙이 보입니다. 아주 질서정연합니다. 중국 현지인을 인터뷰할 때도  빈틈이 없습니다. 대개의 일반 사람은 낯선 사람을 만나면 어려워하고, 하고 싶은 질문을 하지 못할 때가 많지 않습니까? 이 홍은택 작가는 인터뷰하는 데에 있어서는 도가 튼 듯 합니다. 젊을 때 기자였으면, 나이 들어서도 기자인가 봅니다. 글 곳곳에 유머가 녹아 있습니다. 특히 산동 지역을 여행하다 한 여관에 들러 '인육만두'를 상상하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여행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외국인이 서울을 하루 이틀 여행하고 글을 썼다고 합시다. 서울에서 오래 산 사람 입장에서는, 그 글은 그다지 와닿지 않을 것입니다. 그 글을 쓴 사람이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 해도, 그 글이 아무리 참신한 관점을 보여 주었다고 해도 말입니다. 80일 동안 몇 천 킬로미터를 이동했다고 해서, 통과한 지역의 실상을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말하기는 힘들 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이 홍은택 저자가 하루 빨리 회사를 그만 두고, (퇴직이 힘들다면 장기 휴가라도 내어서), 만리장정 2탄과 3탄을 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자 이력을 보니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한 가정 형편인 듯 합니다. 회사에서 일하면 그 회사 직원들만의 존경을 받지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수십만 독자의 사랑을 받습니다. 홍은택 저자의 가족들은 무슨 소리냐며 만류할 지 모르지만, 독자인 저는 2탄과 3탄이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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