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심장 - 이지상 시베리아 횡단기
이지상 지음 / 북하우스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이지상 씨의 책은 <실크로드 기행>에 이어 2번째로 읽게 되었습니다. <겨울의 심장>은 시베리아 철도를 타고 러시아를 여행하는 책인데요, 지은이의 약간 우울하고 감성적인 문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이지상 씨의 글은 참으로 감성적이고 '여성적'입니다. 그가 대기업에서 일하였다는 경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의 글에는 약자에 대한 연민과 슬픔이 배어 있습니다. 책 곳곳에 실려 있는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사(한러관계사)와 러시아의 문화와 역사에 관한 글도 읽을 만 합니다. 

이지상 씨 책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해외여행이 그다지 보편적이지 않았던 1990년대에는, 그의 책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2009년 현재에는 그보다 훨씬 해외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 같은 경우, 러시아를 겨우(?) 30여일 여행한 기록입니다. 러시아에서 몇 년 동안 거주하신 분이 쓰신 책이, 이지상 씨의 <겨울의 심장>보다 훨씬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겨울의 심장> 책을 여러분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외국에서 거주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것과, 외국을 여행하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비슷해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유학이나 이민 같은 것은 사는 지역만 한국에서 외국으로 변하는 것이지, 그곳에서 생계 유지를 위해 돈을 벌고, 밥해 먹고, 이웃과 아웅다웅하는 것은 비슷하지요. 하지만 여행은 한국 혹은 외국에서의 일상생활을 벗어나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이지요. 

이지상 씨 책의 매력은, 그가 바람처럼 스쳐가며 외국을 여행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바람은 분명 느껴지기는 하지만 손에 만질 수도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지요. 그는 남들이 가보지 못한 곳을 바람처럼 지나가며(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의 일탈과 불안함, 새로움과 낯설음, 새 친구를 사귈 때의 긴장감과 환희를 즐기는 듯합니다.  

시베리아의 추운 눈보라 속에서 마을을 이루고 문화를 만들며 살아가는 러시아 사람들. 겨울의 심장에는 얼음과 같이 차가워 보이는 러시아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 가는 이지상 씨의 뜨거운 열정의 여행기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항상 낯선 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해 나가는 저자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청년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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