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만리 - 항일중국망명기, 김사량선집 1
김사량 지음, 김재용 편주 / 실천문학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김사량이라는 작가는 왜 우리에게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도 그의 해방 이후 경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한국전쟁에서 북쪽으로 참가하여 사망한 그를 남한에서 거론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노마만리 책에도 그가 사회주의 성향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글 전체가 불온시 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또 한가지는 그의 글이 (젊은 독자들에게는) 무척 '낡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글이 쓰여질 당시의 문체가 지금의 문체와 많이 다릅니다. 또한 1940년대의 독립운동의 분위기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 글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노마만리는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을 누비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동경제국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아쿠다가와 상 후보에도 선정된, 앞날이 보장된 지식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좋은 환경에 만족하지 않고 오히려 일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해 어려운 길을 갑니다. 중국으로 가서 일본군과 싸우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합니다. 제일 인상적인 것은 일본군 포로를 잡았을 때 그를 인도적 차원에서 살려주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일본 사람들에게 우리 민족이 당한 원한을 갚기 위해서 죽여야 할지 고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죽이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글 전반에 민족의 앞날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고뇌, 중국인들과의 만남 새로운 경험, 계속되는 무장 투쟁에 지쳐가는 모습 등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기행문학이자 자서전 정도로 읽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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