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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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격동기에 젊음을 보냈던 저자는 90년대에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에서 유럽에 간다. 그리고 미술품을 본다. 유럽을 본다. 그러나 진정 저자가 보고 싶어한 것은 80년대의 격동기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90년대에 들어와 사라져버린, 잊혀져버린 그 정열적인 삶을 찾고 싶어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미술에 문외한인 사람도 부담없이 볼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과 자세한 화보를 곁들여 놓았다. 게다가 딱딱한 미술평론만 일삼지 않고 여행하면서 겪은 일이나 느낌 들을 곁들여서 마치 독자가 직접 유럽을 돌며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림에 대한 자세한 직접적 설명(화풍이나 작가의 특징), 그림이 그려진 시대의 배경(서양사학과를 졸업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 유럽의 모습을 통해 본 우리 한국의 모습 그 속에서 지금 우리의 우울한 모습을 찾는 것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책을 읽고 이른바 386세대들은 잔잔한 향수에 젖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여행하면서 겪은 사소한 일들(빨래방에서 본 늘씬한 아가씨의 모습 등)은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이 책이 딱딱한 미술평론이 되는 것을 막아준다.

분량도 그리 두껍지 않고 미술에 아주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즐겁게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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