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 신화와 현실
박지향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이 책을 구입한 것은 2002년 입니다. 지금이 2008년이니까 무려 6년 전이네요. 그 때 영국사 수업을 들으면서 참고하려고 산 책인데, 수업 때는 그냥 선생님 말씀을 듣는 것으로 제국주의 공부를 대신해 버렸어요. 그리고 읽어야 겠다고 마음은 수차례 먹기는 하였지만, 어쩐지 어렵게 느껴져서 손이 선뜻 이 책으로 가지를 않았어요.

놀랍게도 2008년이 되어서, 이 책을 드디어 다 읽어 버렸네요. 2002년과 2008년 사이 6년의 시간이 흘렀고, 저도 학생 신분을 벗어나게 되었어요. 그동안 한국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2002년에 여중생 미군 장갑차 사망사건으로 혼란스러웠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2008년에 미국 소고기 문제로 다시 나라가 들썩들썩 하는 것을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 6년의 시간동안 아직도 미국의 문제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생각하면, '우리나라가 아직도 식민지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네요.

특히 이 책의 저자 분께서 최근 뉴라이트라는 곳에서 활동하시면서 각종 보수 담론을 제작하고 계셔서, 이 책이 편향되어 있지는 않을까 생각도 많이 들었답니다. 책을 읽고 난 다음 드는 생각은, 분명 영국(을 포함한 식민 세력)을 우호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좌-우의 편을 떠나 객관적으로 글을 쓰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국주의가 제3세계를 착취하고 억압한 것은 사실일까요? 제국을 건설한 덕분에 영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번영을 누리는 데 성공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침략을 당한 나라를 무조건 '선'의 위치에 놓고, 침략한 나라를 '악'으로만 놓는 것은 너무 단편적인 생각인 것 같아요. 침략과 착취라는 겉모습 뒤에는 사실 무척 복잡한 갈등과 모순, 논쟁이 있었던 것이지요. 예를 들어 영국의 제국주의 확장이 그동안 소수자로 억압받았던 아일랜드 출신이나 스코틀랜드 출신에게는 출세의 기회가 되었다는 점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 같아요. 잉글랜드 본토인에게 무시받던 사람에게 식민지는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을까요.

영국 더 정확히 말해 잉글랜드 사람들 조차 핏줄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민족이 섞여 있다는 것을 보면, 혈통과 인종을 통해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자신을 우월하다고 여기는 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것인가 알게 되어요. 제국주의는 겉으로 보면 무척 견고하고 무서운 것 같지만, 어떤 면에서는 겉만 무섭고 속으로는 열등감이나 두려움 같은 것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 한국 사람은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 때문에 다른 나라의 제국과 식민지 문제를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러한 비교는 좀 단순한 것 같아요. 영국 제국주의를 비롯하여 다른 나라의 제국주의도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직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많이 영향을 받는 한국사람이기에, 더욱 그러하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