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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 - 치명적 유혹, 매혹당한 영혼들
이명옥 지음 / 다빈치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미술에 관하여 관심은 많지만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분들이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남성을 유혹하는 여성을 주제로 저자는 풍부한 서양미술사에 관한 지식을 풀어냅니다.
이 책의 장점으로 4가지 정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12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풍부한 그림 도판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할인을 받으면 더 저렴하겠지요. 그림책은 일반적으로 값이 비쌉니다. 그런데 이 책은 가격에 비하여 내용이 풍부합니다.
두번째로 저자의 말솜씨가 구수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서양미술사 책들을 보다 보면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여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내용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그림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과 그 그림이 설명하고 있는 문학적, 역사적 맥락을 잘 풀어 놓았습니다.
세번째는 매력적인 여성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녀들을 보는 것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게다가 대개 미녀가 주인공인 그림들은, 서양 미술사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네번째는 저자가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저자이신 이명옥 관장님은 팜므 파탈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편견에 반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악녀'라는 데에는 일부 동의하시지만, 저자는 그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개척해 나갔다는 점에 더 관심이 있으신 듯 합니다. 이것은 남성 저자가 팜므 파탈에 대해 글을 쓸 때 냉소적이 되기 쉬운 것과 비교됩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싫어할 수 있을 정도로, 글이 지나치게 쉽다는 것입니다. '대중과 타협'했다고 해야할까요? 미술사 지식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인적으로, 어렵게만 느껴지던 미술사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과 함께 매혹적인 악녀들의 매력에 푹 빠져보지 않으시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