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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띠에 -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만화단편집
최규석 외 지음 / 길찾기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만화책입니다. 한국과 프랑스의 여러 작가들이 이렇게 공동으로 책을 만들어 각 나라에서 발행한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참여한 작가들도 정성을 들여서 그림을 그린 것 같습니다.
한국의 작가들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짚어내면서도,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정서를 잘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두호 작가의 <스님이 이르길>은 회화와 재현의 문제를 다루면서, '인간을 위한 예술이 진정한 예술이다'라는 작가 자신의 예술관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만화계의 원로로서 삶과 예술에 대한 진지한 작가의 태도가 느껴집니다. 최규석의 <가짜 비둘기>는 한국의 대표적인 젊은 작가로서의 왜 최작가가 꼽히는 지를 보여줍니다. 젊은이로서 자칫 소비주의에 물들거나 상업 만화의 물결에 휩쓸리기 쉬울텐데, 그는 당대 사회 현실을 냉혹하게 그려냅니다. 그는 사회를 책상 위에서 '그려낸다'기 보다는, 직접 사회에 부딪히면서 사회의 모순과 갈등이 종이 위에 분출되도록 만듭니다. (서울역 노숙자 문제를 직접 부딪혀서 체험해 보겠다는 생각 - 젊은 패기와 용기가 없으면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이희재 님의 <소나무>는 "역시 이희재..."라는 감탄사가 나오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한국인의 고유한 고향에 대한 정서를 아름답게 풀어냅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약간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부디 이 만화가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밖에도 박흥용 작가의 자신의 체험이 묻어난 듯한 이야기, 채민 작가와 변기현 작가의 노인 문제와 성매매 문제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 등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프랑스 작가들 역시 한국 사랑과 프랑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낄 만한 보편적인 주제에서 부터 만화를 그려냅니다. 한국에 와서 느낀 점과 월드컵을 주제로 한 것들을 보면, 한국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프랑스 작가들의 소망이 느껴집니다. 부디 이 책을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의 많은 만화 작가들이 생산적인 논의와 활발한 교류, 정신적인 공감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