索女列傳 색녀열전
장차현실 지음 / 이프(if)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평소 장차현실 씨의 그림 작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장애와 여성이라는 주제를 일관되게 다루면서도 어둡지않고, 칙칙하지 않게 사회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색녀열전> 책은 성에 관한 솔직한 만화입니다. 성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읽고 나서 기분이 이상하다거나 하지 않고, 뭐랄까... 개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 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역시 다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 책에서의 여성은 성에 대하여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갑니다. 남성 작가들이 성에 대하여 다룰 때에 대개 남성 독자들의 성적 상상력에만 관심을 두는 데 반하여, 이 책은 여성 독자들의 입장도 중시합니다. 또한 여성들의 벗은 몸을 과도하게 보여주거나 하는 일도 없습니다. 성에 대하여 지나친 환상을 가지게 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심스러워 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또한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이 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과도 다릅니다. 제 생각에는 성에 대하여 이야기 할때, 만화만의 독특한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 매체는 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다보면 지나치게 배우의 벗은 몸에 집착하게 되어,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 즉 주제는 전달이 잘 안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배우의 몸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소설은 성에 대하여 이야기할때 독자가 문자를 읽고 상상을 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감나게 전달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만화는 영상 매체와 문자 매체 사이에서 적절한 타협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성 문제와 같은 것을 이야기할 때, 만화책이라는 매체는 너무 자극적이지도, 그렇다고 전달력이 부족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현대가 아닌 조선시대가 배경이라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자유롭게 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장면은 낯설기는 하지만, 오히려 보기 좋습니다. 작가는 현대보다 억압이 심했던 조선시대 여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어둡게 보기 보다는 유쾌하게 풀어 냅니다. 조상들의 성에 대한 해학과 풍자 및 거침없는 태도는 후련하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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