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이웃
서수진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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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이웃>, '다정하다'와 '이웃'. 제목을 구성하는 두 단어는 유난히 포근한 어감과 분위기를 가졌다. 그와 대비 되게 서늘한 녹색의 표지에 뒤집힌 유리잔이 그려진 표지라 의아하다 읽기 전부터 싶었는데 읽은 뒤 다시 보니 서늘한 녹색 그보다도 더 깊고 진한 농도의 소설이었다.

도은의 파트너 후이가 크리스마스 파티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부터 단 일주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후이의 실종으로 수상해진 분위기는 도은, 애슐리, 미아, 한나, 호주로 이민해 살고 있는 네 명의 한인 여성들의 관점에서 전개되며 더욱 깊어진다.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교묘하게 얽혀 상충하며 인물 간 갈등이 발생한다. 각자의 치명적인 부분을 감추며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하는 이 관계들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특히 네 사람이 다정한 이웃이라는 껍질을 뒤집어썼지만 사실은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지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어떤 인물을 판단할 때 그들의 단편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쉬이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숨겨져있기 마련인 것이다. 줄이자면, <다정한 이웃>은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지만 그것이 네 사람, 여덟 사람의 진실로 뭉치고 섞여 결국에는 모든 것이 깨져버리게 되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모든 이야기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그것이 실존할 것 같다는 감각에 있다. 내가 숨을 참으며 책장을 넘기는 이 순간에도 인물들은 세상 어디에선가 살아 움직이며 자신들의 삶을 펼쳐나가고 분투하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 이 소설이 비쳐주는 인물들의 삶과 모습이 꼭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 이야기'로 느껴질 정도로 리얼리티 있다. 각 인물들의 입체적인 묘사와 서술에 매료되어 빨려 들어가듯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것은 영화 <나를 찾아줘>였다.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점차 진실이 드러나며 고조되는 분위기와 스릴 있는 분위기가 닮아있다고 느꼈다. 끝나가는 이 여름이 아쉽다는 듯 더욱 깊어진 무더위에 서늘함 한 방울이 필요하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3기'의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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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조우리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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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속 인물들에게 마음이 갔던 것은 단순히 그들이 애쓰는 모습을 보여서만은 아니다. 이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동천, 이 모든 게 낯설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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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천은 충청북도 끝자락,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인접해있는 한 도시다. 서울과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는 1/100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 젊은이들 대부분이 떠나고 나랏일 하는 사람만 간신히 남아 자리를 지키는 곳. 와중에도 보궐선거로 새롭게 부임한 시장은 동천을 ‘발전’시키겠다 외치며 전임자 흔적 지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이 모든 건 동천의 모습이지만 우리나라의 수많은 다른 지방 도시들과 겹쳐보였다. 부족한 인프라와 막을 수 없는 인구 유출, 그리고 뜬구름 같은 정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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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런 배경을 살아가고 있는 진짜 인물들의 모습을 비춘다. 좋으나 싫으나 동천을 살아가고 동천에 남아있는 이들이다. 허상같은 발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기 위해-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없이 애틋하게 반짝인다. 인물들은 각자의 상황을 타개하려 노력하고 그 노력이 잇닿은 곳이 전국 마스코트 대회이다. 사뭇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어나는 여성들의 연대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지만 마스코트를 소재 삼아 풀어나가다니, 이 이야기가 특히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무엇의 마스코트들을 다시 한 번 눈여겨 보게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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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야기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은 세영의 할머니 오애란이다. 갓난아기 때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세영을 키워준 그. 그의 서사가 소설 자체의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뚜렷하게 드러나는 노년기 여성의 욕망이 인상 깊었다. 독일로 떠나려는 아들에게 준 카메라는 갓난쟁이 손녀딸이나 아들을 찍기 위함이 아니라 오애란 자신이 갈 일 없을 독일이 궁금해서. 독주를 즐겨마시는 오애란. 자신이 지은 제 이름이 들리면 활짝 웃는 오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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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푸릇한 표지가 마냥 마음에 들었는데 책을 다 읽은 후 동촌호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인다. 표지 그림 속 오리 옷을 입은채 서있는 사람, 어쩌면 지수려나? 은수, 은하, 세영, 애란도 숨어있을지 모르겠다 생각하니 더욱 애정이 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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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나름의 기준으로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편이다. 잘 읽은 책은 3점, 재미있게(혹은 인상깊게) 읽은 책은 4점, 인상깊게 읽은 데다 읽으며 마음을 울린 구석이 있는 책은 5점, 이런 식이다. <당신의 자랑이 되려고>는 정말 오랜만에 망설임 없이 별 다섯개를 기록한 책이었다. 지방 소멸 문제를 짚어내는 소설인만큼 지방 여러 도시에서 북토크를 진행하던 가보고 싶었던 대전에서도 마침 행사가 열려 꼭 참여해볼 생각이다. 독후행사(?)까지 완벽한 책!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3기’의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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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취소
호영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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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사람인지 타인에 의해 정의되는 일은 무척이나 피곤한 일이면서 동시에 사람은 누구나 무엇으로 분류되고 싶은 욕망을 갖는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나와 내가 알고 느끼는 내부의 나가 다르게 정의된다면 그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일 것이다. 특히 출생 이전에 이미 정해진 성(sex)과 젠더 사이의 괴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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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취소>는 한영번역가이며 트랜스남성인 호영 작가가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시기를 담은 산문집으로 그의 일기, 단상, 수필 등 다양한 형태의 글이 담겨있다. 감정과 경험을 진솔하게 담은 글을 읽다 보면 어느덧 그의 세상에 함빡 빠지게 된다. 호르몬 치료로 생겨난 신체의 변화, 미국에서 유학한 학창 시절의 경험, 동네 퀴어 친구들과의 에피소드, 가수 이랑의 가사를 번역한 내용 등 폭넓고 흡입력 있는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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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트랜스여성 예능인인 풍자가 여자신인상을 수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수상을 축하하는 한편 또 어느 한편으로는 그가 ‘무해한’ 트랜스젠더라 ‘거부감 없다’며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저러한 트랜스젠더는 싫고 이러저러한 트랜스젠더는 좋고, 사람들은 성소수자에 온갖 잣대를 들이대며 선택적으로 그들을 받아들인다. 자신들이 어떤 권력을 쥐고 있는 양. 결국 이런 행위는 성소수자-특히 이 경우 트랜스젠더에 대한 표면적인 인지는 미약하게 존재하지만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주 좁은 면이라도 누군가에 대해 알게 된다면 함부로 그를 모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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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와 관련된 논의가 당사자성이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떤 말이든 얹는 것이 무례가 될까 조심스럽다고 여겨왔다. 혹은 그 핑계로 좀 더 알아볼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차별은 안 하니까. 그런 나이브한 생각. (소위 중립이라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그 무엇보다 한쪽에 치우쳐있다는 것을 안다.) 책을 읽고 곱씹은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트랜스젠더 당사자 개인을 더 알고 이해할 기회가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개인적으로는 트랜스여성보다 남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배우 엘리엇 페이지를 제외하고는 접해본 적이 없어 더욱 신선하게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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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 자체로도 유려한 문장들이 참 아름답고 재미있다. 마음에 드는 문장에는 모두 태깅을 하는 편인데 이 책은 유난히 옆면이 빼곡하다. 평소에 관심이 있던 주제라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책의 내용과는 관련 없지만 종이 질이 정말 좋다… 책장 넘길 때마다 매끈한 종이결이 기분 좋게 손에 잡혀들어서 기분이 좋았다는 여담!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3기’의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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