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이웃>, '다정하다'와 '이웃'. 제목을 구성하는 두 단어는 유난히 포근한 어감과 분위기를 가졌다. 그와 대비 되게 서늘한 녹색의 표지에 뒤집힌 유리잔이 그려진 표지라 의아하다 읽기 전부터 싶었는데 읽은 뒤 다시 보니 서늘한 녹색 그보다도 더 깊고 진한 농도의 소설이었다. 도은의 파트너 후이가 크리스마스 파티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부터 단 일주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후이의 실종으로 수상해진 분위기는 도은, 애슐리, 미아, 한나, 호주로 이민해 살고 있는 네 명의 한인 여성들의 관점에서 전개되며 더욱 깊어진다.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교묘하게 얽혀 상충하며 인물 간 갈등이 발생한다. 각자의 치명적인 부분을 감추며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갈등하는 이 관계들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다. 특히 네 사람이 다정한 이웃이라는 껍질을 뒤집어썼지만 사실은 철저히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서로를 오해하게 되는 지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우리는 어떤 인물을 판단할 때 그들의 단편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쉬이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숨겨져있기 마련인 것이다. 줄이자면, <다정한 이웃>은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이라고 믿지만 그것이 네 사람, 여덟 사람의 진실로 뭉치고 섞여 결국에는 모든 것이 깨져버리게 되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모든 이야기가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그것이 실존할 것 같다는 감각에 있다. 내가 숨을 참으며 책장을 넘기는 이 순간에도 인물들은 세상 어디에선가 살아 움직이며 자신들의 삶을 펼쳐나가고 분투하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 이 소설이 비쳐주는 인물들의 삶과 모습이 꼭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 이야기'로 느껴질 정도로 리얼리티 있다. 각 인물들의 입체적인 묘사와 서술에 매료되어 빨려 들어가듯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른 것은 영화 <나를 찾아줘>였다.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점차 진실이 드러나며 고조되는 분위기와 스릴 있는 분위기가 닮아있다고 느꼈다. 끝나가는 이 여름이 아쉽다는 듯 더욱 깊어진 무더위에 서늘함 한 방울이 필요하다면 추천하는 책이다.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3기'의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