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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조우리 지음 / 읻다 / 2024년 7월
평점 :
절판
사명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속 인물들에게 마음이 갔던 것은 단순히 그들이 애쓰는 모습을 보여서만은 아니다. 이들이 지키려고 하는 것,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동천, 이 모든 게 낯설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동천은 충청북도 끝자락, 강원도와 경상북도에 인접해있는 한 도시다. 서울과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는 1/100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 젊은이들 대부분이 떠나고 나랏일 하는 사람만 간신히 남아 자리를 지키는 곳. 와중에도 보궐선거로 새롭게 부임한 시장은 동천을 ‘발전’시키겠다 외치며 전임자 흔적 지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이 모든 건 동천의 모습이지만 우리나라의 수많은 다른 지방 도시들과 겹쳐보였다. 부족한 인프라와 막을 수 없는 인구 유출, 그리고 뜬구름 같은 정책들.
소설은 이런 배경을 살아가고 있는 진짜 인물들의 모습을 비춘다. 좋으나 싫으나 동천을 살아가고 동천에 남아있는 이들이다. 허상같은 발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기 위해-당신의 자랑이 되려고-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없이 애틋하게 반짝인다. 인물들은 각자의 상황을 타개하려 노력하고 그 노력이 잇닿은 곳이 전국 마스코트 대회이다. 사뭇 절망적인 상황에서 피어나는 여성들의 연대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지만 마스코트를 소재 삼아 풀어나가다니, 이 이야기가 특히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무엇의 마스코트들을 다시 한 번 눈여겨 보게 되기도 했다.
또 이야기의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은 세영의 할머니 오애란이다. 갓난아기 때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세영을 키워준 그. 그의 서사가 소설 자체의 큰 부분을 차지하진 않지만 뚜렷하게 드러나는 노년기 여성의 욕망이 인상 깊었다. 독일로 떠나려는 아들에게 준 카메라는 갓난쟁이 손녀딸이나 아들을 찍기 위함이 아니라 오애란 자신이 갈 일 없을 독일이 궁금해서. 독주를 즐겨마시는 오애란. 자신이 지은 제 이름이 들리면 활짝 웃는 오애란.
처음엔 푸릇한 표지가 마냥 마음에 들었는데 책을 다 읽은 후 동촌호의 모습이라 생각하고 다시 보니 새롭게 보인다. 표지 그림 속 오리 옷을 입은채 서있는 사람, 어쩌면 지수려나? 은수, 은하, 세영, 애란도 숨어있을지 모르겠다 생각하니 더욱 애정이 가는 책이다.
책을 읽을 때 나름의 기준으로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편이다. 잘 읽은 책은 3점, 재미있게(혹은 인상깊게) 읽은 책은 4점, 인상깊게 읽은 데다 읽으며 마음을 울린 구석이 있는 책은 5점, 이런 식이다. <당신의 자랑이 되려고>는 정말 오랜만에 망설임 없이 별 다섯개를 기록한 책이었다. 지방 소멸 문제를 짚어내는 소설인만큼 지방 여러 도시에서 북토크를 진행하던 가보고 싶었던 대전에서도 마침 행사가 열려 꼭 참여해볼 생각이다. 독후행사(?)까지 완벽한 책!
*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3기’의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