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도종환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을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이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 오래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골목을 들어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구나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당시, 마치 나의 속마음을 읖조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마지막 두 구절에서 정통으로 화살을 맞은 느낌이랄까.

천천히 따라 읽어가면서 연신 감탄하고, 깨우침을 얻게되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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