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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운 친구가 사라졌다 ㅣ 꿈터 어린이 51
유순희 지음, 이수영 그림 / 꿈터 / 2025년 4월
평점 :
“쟤가 너무 미워. 멸종한 도도새처럼 사라졌으면 좋겠어.”
《어느 날 미운 친구가 사라졌다》는 우리 아이들이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이 솔직한 감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책은 미움이라는 감정이 나쁘거나 감춰야 할 것이 아닌,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따뜻한 동화이다.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감정을 겪는다. 좋아하는 마음, 서운한 마음, 질투, 그리고 미움까지. 이 동화는 그런 감정을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 짓지 않고, ‘그럴 수 있어’라고 다정하게 말 건넨다. 그리고 감정의 흐름 속에서 내가 느낀 마음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마음도 들여다보며,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묻는다.
성구는 짝꿍인 준오가 밉다. 자꾸 장난을 치고, 빈정거리는 듯한 말투가 불편하다. 그러다 준오가 정말 사라져버린다. 도도새처럼. 그리고 성구는 깨닫는다. 준오가 미웠지만, 그만큼 준오의 다정한 면도 많았음을. 내 마음의 좁은 틈에서 미움만 바라봤음을.
이 책은 단순한 ‘우정 회복’ 이야기에서 머물지 않는다.
먼저, 다문화 가정 친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준오의 엄마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민이었다. 성구는 그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놀랐지만, 이내 친구가 느꼈을 외로움과 아픔에 마음을 기울인다. 이 부분은 교실 안에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친구들이 존재함을 알려주는 동시에, 차이보다는 이해와 포용이 우선임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한다.
또한, 동물과 자연을 지키려는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덫에 걸린 사슴을 구하고, 숲의 동물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장면은 생명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느끼게 한다. 이 숲은 단지 환상 속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지켜가야 할 소중한 자연이다. 아이들이 자연과 동물,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점이 인상 깊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전한다.
살아가다 보면 미움도, 다툼도, 서운함도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이 동화는 아이들에게 ‘함께 살아가기 위한 용기와 지혜’를 말해 준다. 내가 먼저 손 내밀면, 친구도 미소로 답할 수 있고, 내가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빛이 바뀌면 관계는 충분히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