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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검사내전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평점 :
판매중지
검사내전 -김웅-
판사계에 문유석이 있다면 검사쪽에는 김웅이 있었다. 재미있었다. 그냥 검사의 생활 속에서 느낀 자신의 소회를 그냥 그렇게 서술하기만 했다면 이 책은 그냥 그런 생활형 직장인의 에세이에서 멈췄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끊임없는 독서와 자아성찰로 말미암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법체계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와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사했다.(고작 근사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해 내지 못하는 내 언어가 남루하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 성향상 여러 책을 문어발처럼 걸쳐두고 읽었는데 다른 책을 다 제치게 하는 흡입력있는 글솜씨, 메이져에 속해있지만 끊임없이 마이너를 지향하는 듯한 시크한 삶의 태도가 무엇보다 매력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 부럽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학교폭력과 소년범에 대한 생각, 학폭의 생활기록부 등재 문제, 피해자에게 화해를 강요하는 부조리, 김영란 법에 대한 생각은 특히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고. 어린 아이들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사악한 그 행동들과 그런 행동의 원인이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인용한 것을 보니, 그 동안 내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탐구하고 연구하려고 했었는지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그런 교실 현장에서 한 발 빗겨있기 때문일 수있겠지만...그때는 내가 하는 일, 내가 바라보는 것에 대해 틀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근거없는 확신도 가득했던 것 같다.
고백컨데 항상은 아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그것도 미성숙한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 부끄럽고 힘들었다. 지금도 그렇다. 지금은 그런 영향을 내 아이 한 명에게만 미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교실에서 뜨거운 열정을 맘껏 쏟아내는 선후배들에게 열등감도 많이 느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나에게 일년동안 큰 해악(?)을 끼치긴 힘들꺼라고 위로도 해주었지만, 그래도 범죄자들이 종종 교사의 영향을 언급할때면 내 일 같이 괴롭기도 했다.
그런 괴로움들을 좀 더 발전적인 계기로 삼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긴 해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있다고 해도 내가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게으른 성향상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네...
+ 언제 한 번 기회가 되면, 연수 강사로 모시고 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