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이 책을 어떤 종류의 책으로 분류해야할까. 다 읽고 난 내 느낌으로는 자기계발서이다. 그리고 최근 읽은 자기계발서 중엔 최고인 것 같다. 책을 쓸때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경험이라는 토양을 단단히 딛고 이야기를 전개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강상중이란 분은 일반 사람이 경험하기 힘든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재일동포(이말이 주는 어감이 묘하게 전체주의적인 느낌이 있는데 일단 내가 배운대로) 2세대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어왔고, 그로인한 정체성의 혼란과 이방인의 정서 등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런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를 진단하는 의사‘인 정치학자가 되었을때 더 빛을 발했던 것은 아닌지. 물론 타고난 유전자와 노력은 기본이고..

이 분이 강조한 것도 역시 ‘읽기‘였다. 기본적인 독서와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한 시대읽기. 예전에 존경하는 교수님 주관으로 참가했던 시대읽기라는 독서모임이 생각났다. 물론 다 대학원생들이었지만 그때 읽었던 책이나 들은 풍월은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물론 거의 모든 책을 다 읽고 가진 못했지만.. 지적 허영심을 느끼게 하긴 충분했다). 또 한가지는 그림책 읽기로 시작된 독서모임. 인턴을 시작하게 되면서 모임에서 낙오(?)되긴했지만 아직은 소속되어 있는 잎싹(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따온 이름) 모임도 있고. 물론 둘다 지금은 과거지사. ㅠㅠ

고전을 ‘말린 것‘에 비유하는 저자의 설명에 이런 간단한 단어로 고전이 가진 힘을 드러내는 저자의 필력에 감탄했고. 말린 것과 날 것을 걸고루 섭취하여 정신 건강을 지켜 내는 것이 진정한 읽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지나치게 열심을 강조하는 시대에 한 가지에 너무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좋은 교훈이었다. 어쩌면 한가지만 죽어라 판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라는 서글픔도 느껴졌다. 딱히 두드러지게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아주 못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부류의 나같은 인간(심지어는 고등학교 때 적성 검사에서도 문이과 동점이 나와서 날 고민에 빠뜨렸던)에게 지금의 세상은 아주 불리한 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로 들렸기 때문에 ㅋㅋ

+구입하고 들고 다닌지는 꽤 되었는데 오래 들고 다니며 조금씩 읽었다.

+귀는 매우 좋아졌는데, 눈이 나빠진 것 같다. 조금만 피곤하거나 잠을 설치면 아침마다 눈이 뿌옇게 보인다. 차 속에서 책 읽기는 멈추고 운전을 다시 배울 때가 온 것 같다.

+비판적인 관점, 반성적인 관점, 생각하며 책 읽기, 연관지으며 읽기, 그리고 읽기와 나의 삶과 이 세상을 연결해내기. 어떻게 하면 그런 멋진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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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검사내전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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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김웅-

판사계에 문유석이 있다면 검사쪽에는 김웅이 있었다. 재미있었다. 그냥 검사의 생활 속에서 느낀 자신의 소회를 그냥 그렇게 서술하기만 했다면 이 책은 그냥 그런 생활형 직장인의 에세이에서 멈췄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끊임없는 독서와 자아성찰로 말미암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법체계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와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사했다.(고작 근사하다는 말로 밖에 표현해 내지 못하는 내 언어가 남루하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 성향상 여러 책을 문어발처럼 걸쳐두고 읽었는데 다른 책을 다 제치게 하는 흡입력있는 글솜씨, 메이져에 속해있지만 끊임없이 마이너를 지향하는 듯한 시크한 삶의 태도가 무엇보다 매력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 부럽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학교폭력과 소년범에 대한 생각, 학폭의 생활기록부 등재 문제, 피해자에게 화해를 강요하는 부조리, 김영란 법에 대한 생각은 특히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고. 어린 아이들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사악한 그 행동들과 그런 행동의 원인이 사회보다는 가정에서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인용한 것을 보니, 그 동안 내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들에 대해 얼마나 탐구하고 연구하려고 했었는지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그런 교실 현장에서 한 발 빗겨있기 때문일 수있겠지만...그때는 내가 하는 일, 내가 바라보는 것에 대해 틀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근거없는 확신도 가득했던 것 같다.

고백컨데 항상은 아니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그것도 미성숙한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것이 부끄럽고 힘들었다. 지금도 그렇다. 지금은 그런 영향을 내 아이 한 명에게만 미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교실에서 뜨거운 열정을 맘껏 쏟아내는 선후배들에게 열등감도 많이 느꼈다.. 이런 고민을 하는 나에게 일년동안 큰 해악(?)을 끼치긴 힘들꺼라고 위로도 해주었지만, 그래도 범죄자들이 종종 교사의 영향을 언급할때면 내 일 같이 괴롭기도 했다.

그런 괴로움들을 좀 더 발전적인 계기로 삼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긴 해도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있다고 해도 내가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게으른 성향상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네...

+ 언제 한 번 기회가 되면, 연수 강사로 모시고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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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천주희 외 지음 / 낮은산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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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천주희, 홍세화, 강남순 외 5인

페이스북에서 강남순 교수님이 새 책과 관련한 글을 언급한 것을 보고 지난 번 교보문고 나들이에서 찾아 구입해왔다. (앗 여긴 알라딘의 서재인데) 사실 교보에 간 것은 몰스킨 봄 한정판 노트를 사러 간 것이었는데 (그 사악한 가격때문에 망설이고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세 번째로 가서 살 결심을 했는데 애석하게도 다 팔리고 하나도 남지 않아 있었다 ㅠㅠ) 다 팔리고 없어서 이 책을 찾았는데 여러 권 있을 거라는 생각관 달리 구석진 곳에 딱 한 권만 있어 보물 찾기 하듯 찾아냈다.

지난 일요일 결혼식장에 가는 차 안에서 거의 다 읽고, 몇 장 남아있는 것은 어제 읽었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써서 그런지 쉽게 읽혔고 쉽게 이해도 되었다.

세월호 사건 이후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회의 모습은 슬픔, 갈등과 분열, 어쩌면 사람이 저럴 수 있을까 싶은 모습부터 진정한 휴머니즘까지 혼란으로 가득한 것 같다. 사람의 순수한 감정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마음 등 어른인 나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더 어른의 세계가 펼쳐졌다고 할까. 아무튼 그 격변의 시기동안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때때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인간됨을 강조하는 이런 책을 읽으며 작가의 의견에 동조할 뿐.

사실 나는 게으른 겁쟁이에 팔랑귀라서 예전부터 그랬었다. 누군가 옆에서 함께 나서주면 용감해지지만 실상 혼자서 계획하고 추진해 나갈 일들은 결코 시작하지 못했다. 불의를 보고는 못본척하고 내 이익이 아닌 것들은 크게 관심두지 못했으며 ‘남들과 다르다‘ ‘전형적인 ㅇㅇㅇ의 모습이 아니다‘라는 평을 듣고 싶어했지만 정작 너무 튈까봐 불안해했다.

이 책에서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가? 라는 물음에 각자의 입장에서 대답한다. 장애인, 비정규직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인권,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살면서 저지르게 되는 악의 평범성, 열심을 추구하는 사회의 모순 등...각자의 삶을 통한 깨달음이 마음을 울린다. 비교적 한 사람 한 사람의 글이 짧고 윤문이라 매끄럽게 읽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오버랩되며 떠오른 책이 있다. 예전에 읽은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이다. 이 책은 그 책 옆에 나란히 꽂아둘 예정이다.

+ 세상을 바꿀 용기가 없는 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기 위해 홍세화님의 글을 빌어 생각하고 회의하는 인간이 되려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 통근 시간은 매우 유용한데 내가 운전을 시작해야만 하는 때가 오면 슬플것 같다. 남들 다하는 운전도 못하는 내가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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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스콜라 창작 그림책 7
윤여림 지음, 안녕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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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엄마를 위한 책.

내 아이는 5살이다. 아이가 떨어지며 불안하기 보다는 내 마음이 항상 불안했다. 불안한 엄마 마음을 토닥여준 예쁜 책...

요즘 나는 사무실이 제일로 마음이 편한 곳이라 여기를 피난처로 삼고 있다. 왜 이렇게 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다보니 집에서의 존재감이 작아지고...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나의 존재감을 공식적으로 찾을 수 있는 사무실을 찾는 것 같다.

사실...
집에서나 여기서나... 마음이 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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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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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씁쓸하고 슬픈 여운.

글을 읽는 내내 왜 이리 슬픈건지.
내 이야기, 내 형제의 이야기가 덤덤히 써 내려가진 짧은 소설들.
뭔가가 일어날 법 하면 마무리되어지는 짧은 글들이라 좀 아쉽기도 했는데, 만약 글이 길었으면 긴 여운도 덜 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자꾸만 감정이입이 되어서 너무 슬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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