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자기계발서와 경영서만 읽어오다가, 문득 연애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그것도 많고 많은 연애소설 중에 에쿠니 가오리, 그리고 도쿄타워가 생각났다.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냥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고,

그녀의 소설 중에서 제일 생각났던 것이 도쿄타워 였기 때문이었다.

내용은 나에게 '상당히' 흥미로웠다.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

어쩌면 이것은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어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이런 생각 해본적이 있다는 걸 부정 안 하겠음!)

시후미만을 바라보는 20살 연하 토오루,

15살 연상인 키즈코와 동갑내기인 유리 그리고 등등의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코오지의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나는 어떤 주인공과 사랑관이 비슷할까'하는 생각을 하게만들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내내 코오지에 대해 감탄을 하였던 나였지만,

막상 기억에 남는 구절을 정리하고나니 모두 토오루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사랑관이 결정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토오루의 사랑에 대해 조금 더 공감을 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사랑에 대해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던

소설이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내용이 지극히 단순하고 아무것도

생각할 것이 없어보이는 소설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내 상황에서

이 소설은 정말로 필요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평가는 낮지만 그래도 한 번 보아야겠다.

 

 

 

p.36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언젠가 시후미가 그렇게 말했다.

"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보통 사람들이 쓰는 느낌, 운명이라는 단어보다도

'공기' 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사랑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대단했어.


 

p.102

"이럴 때 나이 먹었다는 생각이 들어."

 잔을 흔들면서 시후미가 말했다.

"예?"

토오루로서는 문맥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예정이 틀어지는 것을,

 젊었을 때는 좀 더 즐겼던 것 같아."

 

p.169

줄곧 보고 싶었다. 시후미만을 생각했다. 시후미가 읽은 책을 읽고,

시후미가 듣던 음악을 들었다. 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정신이 돌아버린 건지도 모른다고.

아주 공감하는 구절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읽었던 책을 읽고 싶고, 들었던 음악을 듣고 싶은 것은 정말로 당연한 것 같아.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매순간을 노력 했다고나 할까,

자그마한 하나라도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아. 나도 예전에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p.176

실제, 그 날의 일은 무엇이든, 토오루한테는 너무 행복해서 현실감

이 떨어졌다. 그래서 더 아깝게 느껴졌다. 한 가지 한 가지를 좀 더

확실히 맛보고 싶은데, 차창을 흐르는 경치처럼 붙잡을 길도 없고,

어쩔 도리도 없이 행복이 흘러가 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 진짜로 이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어.   

왠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몽롱한 느낌, 진짜 행복할 때 느낌..

 

p.218

토오루는 묘하게 차분해져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몇 번씩이나 버려지겠지."

시후미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카운터에 내려놓고, 토오루를 응시했다.

"싸우고 싶어?"

이제 20살인 토오루와 어머니의 친구라는 41살의 시후미가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  

토오루의 시후미에 대한 감정이 애틋하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었으나,  

토오루에 대한 시후미의 마음은 반신반의 하고 있었어. 그러나 '싸우고 싶어?' 라는 

어떻게보면 정말로 짧고도 간단한 문장에서 상대방의 몸만을 탐닉했던 가벼운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그런데 정말로 가능한 사실일까...?

소설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랑일까, 아니면 현실에서도 가능한 사랑일까?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알고보면 나는 아직도 약간의 보수성을 가지고 있구나.

 

p.300

"그렇지만 도서관에는 책이 많이 있잖아? 한 권 한 권 세계를 품고

 있어. 바깥 세계에는 없는 것이 도서관에는 가득 차 있지."

 

etc

 

"사랑은 하는게 아니야, 빠져드는 거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행복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 보통의 삶의 철학산책 탐사와 산책 9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진욱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사랑 '알랭드보통' 님이 철학에 대한 에세이까지

썼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20대에는 철학을 공부하고 충분히 고민한 뒤에

자신의 신념을 구축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책을 일게 되었다.

책의 구성은 6명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철학에 대해 설명하는형식으로 되어있다.

딱딱하게 설명하는 일반 철학 책과는 다르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1. 인기 없음에 대한 위안 Socrates

 
p.37 소크라테스식 사고방식

진실은, 만약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

면, 언제나 더 이상 논박할 수 없는 주장 속에 담겨 있어야 한다.

어떤 주장에 대한 이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곧 그 주장에

담겨 있는 그릇된 것들을 발견해 나가는 일이다.

 

p.43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하면서 내세운 이유들이 얼마나 훌륭한가

라는 점이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부족한 점!!

자신이 지적을 당할 경우, 근본적인 문제점이 어떤 것인지부터 알아내도록 하자.


 

P.59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까닭은 다른 사람의

평가와 자신의 실재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P.61 도자기를 빚듯이

무리들의 언어에 항상 전전긍긍한다든지 타인들의 말을

무시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잘 빚은 도자기를 만들듯이

늘 이성의 명령에 귀 기울이자.

 

2. 충분한 돈을 갖지 못한 데 대한 위안 Epicurus

 

p.72

아직 철학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거나 철학을 할 시기가

지나가버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행복을 맞이하기에 너무 젊거나

늙었다고 말하는 사람과 같다.

그럼 이제 난 행복을 맞이하기에 충분한 사람인거야?ㅋ

 

p.78

에피쿠로스는 사람들에게 과연 절실히 원하는 것이 그 때문에

생길 고통과 고생을 감수해야 할 만큼 의미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행복은 바로 당신 곁에 있다.

 

p.80

한 인간이 일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혜가

제공하는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이다.

 

p.84

누구라도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죽음 뒤에는 망각밖에 없다는 것을 꺠닫게 될

것이라고.

내가 죽게되면 나란 존재는 정말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과연 '생각' 은 할 수 있을까?
생각조차 못한다는 사실은 정말로도 끔찍한 일이다.
내가 믿는 기독교의 교리처럼 정말로 천국이 존재하였으면 
좋겠다. 물론 천국은 꼭 있을 것이다.

 

3. 좌절에 대한 위안 Seneca(네로의 가정교사였지만 죽임당함)

 

p.113

철학의 임무는 우리의 바람이 현실세계의 단단한 벽에 부딪힐 때

가능한 한 부드럽게 안착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다.

소름이 돋을만큼 정말로 멋진 표현!!

 

p.151

인간이 독특한 자유를 발견하는 것은 숙명을 자발적으로

수용할 때라는 것을 세네카의 죽음은 가르쳐준다.

 

4. 부적절한 존재에 대한 위안 Montaigne

 

p.160

몽테뉴는 삶이 버거울때면, 커다란 서재를 갖추고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으로 살기보다는 동물로 살아가는 삶의 이점을

살폈다.

 

p.169

우리가 원하지 않을 때에도 염치없이 불룩불룩 앞으로 일어서는

이 놈의 불복종이야말로 정말 기가 찰 노릇 아닌가.

우리가 너무나 간절히 필요로 할 떄는 당혹스러울 만치 밑으로

축 처져버리면서도 말이다.

성에 대해 정말로 솔직했던 몽테뉴ㅋ

웬만한 남자는 첫 두줄은 완전 공감하겠지?


 

5. 상심한 마음을 위한 위안 Schopenhauer

 

p.256

"안락함과 열정이 함께 하는 사랑은 극히 드문 행운의 세례"라고

쇼펜하우어는 관찰했다.

 

6. 곤경에 대한 위안 Nietzsche

 

p.283 니체의 위버멘쉬(초인)에 대한 설명

위버멘쉬란 지성보다도 본능, 합리보다도 의지, 이성보다도 정열,

사고보다도 육체를 존중할 줄 아는 의지의 인간을 말한다.

 

p.287

그 누구도 경험 없이는 위대한 예술품을 창착해 낼 수 없고, 아무런

준비 없이 세속의 지위를 얻을 수 없는 법이며, 첫 시도에서 아주

훌륭한 연인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처음의 실패

와 그에 뒤이은 성공 사이에, 또 우리가 언젠가 이루고자 하는 인간

형과 현재의 모습 사이의 간극에는 고통과 고뇌, 부러움과 굴욕감

등이 채워져야 한다. 우리는 인간 완성에 필요한 요소들을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는 두루 갖출 수 없기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다.

니체는 고통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고통에 대해 두려워하지만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p.296

모든 고통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희미한 신호다.

그런 고통도 당하는 사람의 정신력과 현명함의 정도에 따라 좋은 결과를 낳기도 하고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고민은 정신적 공황상태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불공평에 대한 인식은 살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경제이론 분야에 선구적인 업적을  낳게 할 수도 있다. 부러움 또한 비통한 마음을 부르기도  

하지만 라이벌과의 경쟁심을자극해 걸장을 탄생하게도 한다.

 

p.297 몽테뉴의'수상록' 마지막 장

우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면 무엇이든 그 아픔을 참고 감내하는 법

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삶은 이 세상의 조화처럼 달콤하고 거칠고

예리하고 무던하고 부드럽고 떠들썩한, 다양한 음색뿐만 아니라 서

로 조화하지 않는 것으로도 구성된다. 만약에 어느 음악가가 한 음

색만을 좋아한다면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겠는가? 음악가는 모든

음색을 활용하여 조화를 일궈낼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역시 삶을 구

성하는 선과 악을 가지고 그렇게 요리할 수 있어야 한다.

 

p.303 정원사의 철학

니체는 역설했다. 인간은 정원사처럼 자신의 곤경을 돌보아야 한다

고. 식물의 잠재력을 믿는 정원사처럼, 삶에서도 식물의 뿌리에 해

당하는 수준에서는 여러 어려운 감정과 상황에 처할 수 있지만, 그

런 것들은 사려 깊은 재배를 통하여 더없이 위대한 업적과 환희로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정말로 끝내주는 비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후일 책을 한 권 쓰게된다면, 그것은 바로 이런 책일 것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소소한 느낌들을 모아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은, 그런 책이랄까.

시인 이병률은 자그만치 12년동안의 외국여행 기록을 추슬러

하나의 감성을 만들어냈다.

수 많은 나라의 일상사진과 그것에 곁들여진 글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불.질.러.버.렸.다.

하지만 어찌한다? 나는 지금 당장 한국을 벗어날 수 없는걸...

그래도 머릿 속 상상의 날개는 이미 그 곳에 가있다.

그리고 2010년 봄에 만나는 거다.


 

 

 

#001 열정이라는 말

이를테면 열정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넌 자와 건너지 않은 자로 비유되고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강물에 몸을 던져 물살을 타고 먼 길을 떠난 자와 아직 채 강물에

발을 담그지 않은 자, 그 둘로 비유된다.

열정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맡겨 흐르는 것이다.

 

#004 그렇게 시작됐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얘기해줄까요?

우선 흰 도화지의 한가운데를 눈대중으로 나눈 다음, 맨 위에서부터

아래 끝까지 줄을 내려 그어요. 이 선은 뭘 의미하냐 하면 왼쪽 벽

과 오른쪽 벽을 나누는 건데 우선 지금 당장은 평면처럼 보이지만

이 두벽은 정확한 90도를 유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왼쪽 골목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가려면 90도, 몸을 회전해야 되는 '기역자' 벽인 거

죠. 일단 왼쪽 벽에다가는 한 남자를 그려요. 벽 쪽에 몸을 바싹 붙

이고, 오른쪽 벽을 향해 몸을 돌리고는 살금살금 숨바꼭질하듯 눈치

를 보고 있는 옆 모습의 한 남자를요. 오른쪽 벽 역시, 마찬가지로

한 여자를 그려요. 여자 역시 벽 쪽에 붙어서 조심스레 누군가를 훔

쳐보기라도 하듯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옆 모습 여자를요. 실제 거

리는 몇 센티에 불과하지만 90도로 꺾인 벽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저

벽 뒤에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죠.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그린 여러 그림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긴장감있는 그림은 바로 이 것이야.

그림 속에 있는 주인공의 입장이라고 생각해봐.


 

#009 탱고

내가 자꾸 너의 발을 밟아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두 손을

들어 보였더니 강사는 벽에 붙여놓은 사진 한장을 가리킨다.

알 파치노가 주연한 영화 '여인의 향기' 포스터였는데 거기엔

이렇게 써 있다.

"잘못하면 스텝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추면 돼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지요."

그 문구를 읽는 순간 내 앞에 벌어진 모든 상황들이 로맨틱하게

다가온다. 로맨틱한 뭔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탱고를 배우려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는다. (중략)

춤을 추는 두 사람은 잔잔한 호수를 걷는 새들처럼 부드럽고 날렵

하다. 나는 순간 탱고의 의식 앞에서 그런 생각을 한다.

조금이라도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절대 출 수 없는 춤.

저런 춤을 추는데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순간, 벽에 붙은 포스터의 글씨가 이렇게 읽히기 시작한다.

"사랑을 하면 마음이 엉키죠.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돼요.

 마음이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일단 여인의 향기부터 본 다음, 탱고를 배워야겠어. 진심.

 

#012 the land of plenty - INDIA

(처음엔 아무 것도 없는 나라, 아무 것도 아닌 나라)

우리가 어디론가 무작정 가고 싶어한다면 그곳은 모르긴 해도

이래야 할 것이다. 정신의 고향쯤으로 느껴지는 곳. 살면서 배운

몇 가지 습관과 형식이 일제히 무너지는 곳.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인도다. 위험하다는 정보만큼 마음의 짐을

단단히 꾸릴 것. 돌아올 날짜를 못 박듯 정해놓지 말고 떠날 것.

인도로 가는 사람이 챙겨야 할 몇 가지 덕목은 그렇다.

아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추천하는 여행지는 미국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며, 그 곳은 바로 인도야. 인도는 과연 어떤 나라이길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회자되는 것일까? 인도에 대한 마음은 아직 두려움이

지만, 언젠가는 호기심으로 바뀌겠지...?


 

#018 사랑해라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 할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

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사랑은 그런 의미에서 기차다.

함께 타지 않으면 같은 풍경을 나란히 볼 수 없는 것.

나란히 표를 끊지 않으면 따로 앉을 수 밖에 없는 것.

서로 마음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같은 역에 내릴 수도 없는 것.

그 후로 영원히 영영 어긋나고 마는 것.

지금까지 내 인생을 반추해보면, 나는 기차를 참 많이 놓쳤다.

제길.


 

#033 옥수수 청년

앞으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갔을 때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을 때,

그럴 땐 똑같이 생긴 뭔가를 두 개 산 다음 그중 하나에 마음을

담아서 건네면 된다. 환하게 웃으면서 그러면 된다.

병률씨, 감사합니다. 좋은 바디랭귀지 하나 배웠네요 :)

 

#037 사막에 가자

여행을 하면서 만난 선배 격의 많은 여행자들에게서 수도 없이 들은

소리는 '이제 당신도 사막을 여행해야 할 때'라는 소리였다. 사막에

앉아서 밤을 응시하라는 소리들이었다. 세계 각국의 고수들이 늘어

놓는 사막 여행담은 가히 눈시울을 붉힐 만큼, 가슴에 무늬를 만들

어놓는 그 무엇이 있었다. 너무 강렬해서 약간은 서글프기도 한 그

무엇. 살아 있는 생명들을 모조리 삼켜버릴 듯한 밤의 푸르름, 별의

느린 동선까지도 잡아챌 수 있는 기적에 가까운 시력, 그리고 절대

의 고요, 절대의 침묵, 강박에 의한 외로움-.

그것들이 후배 여행자에게 들려주었던 수다스런 '사막' 이었다.

사막에 가자.

우리가 발 디디고 사는 이곳 또한 사막이지 않겠냐며 살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막에 가서 제대로 울다 오자.

인도와 마찬가지의 두려움이지만, 언젠가는 꼭 가고싶어.

아니, 갈테야.


 

#048 뒤

발걸음을 멈춰 서서 자주 뒤를 돌아다본다.

그건 내가 앞을 향하면서 봤던 풍경들하고 전혀 다른 느낌을 풍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지나온 것이 저거였구나 하는 단

순한 문제를 뛰어넘는다. 아예 멈춰 선 채로 멍해져서 그 자리에 주

저앉는 일도 생겨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뒤돌지 않았다면 그것은 그

냥 뒤로 묻힐 뿐인 것이 돼버린다. 아예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린다.

내가 뒤척이지 않으면, 나를 뒤집어놓지 않으면 삶의 다른 국면은

나에게 찾아와주지 않는다. 어쩌면 중요한 것들 모두는 뒤에 있는지

도 모른다.

 

#058 그때 내가 본 것을 생각하면, 나는 눈이 맵다.

여행은, 12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곳'을 찾아내는 일이며 언젠

가 그곳을 꼭 한 번만이라도 다시 밟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키우는

일이며 만에 하나, 그렇게 되지 못한다 해도 그떄 그 기억만으로 눈

이 매워지는 일이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120점짜리 여행지는 '요코하마'였다.

처음 들어서자마자 내 눈을 사로잡았던 이국적인 풍경, 콧등을 간지

럽히는 바다내음, 오삼비시 국제여객터미널의 천연잔디밭에서 누웠

을 때의 그 느낌, 아카렝카 창고의 노천까페, 신기한 음료수 라무네,

랜드마크타워 앞에서 벌여진 두 남녀의 묘기공연...

이 때의 행복한 느낌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다.

여의도 면적의 50배 정도인 약 430km2를 하루종일 가로질러 걸었음

에도 불구하고 피곤을 느끼지 못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그 곳을 방문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