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빌 브라이슨. 이 사람의 여행기는 이렇게 보니 대부분 다 산 모양이다. 영국 산책만 사면 되나. 읽고 있으면 신이 난다. 80년대의 미국 횡단기라 시기적으로는 조금 엇나가 있지만 당대의 백인 중산층-지식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참 잘 알 수 있다. 자연을 구경하러 가서 자연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오는 캠핑카족들, 무엇을 기념해야할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되는대로 만들어놓은 기념관들 등 관광지 특유의 풍경들. 그리고 부유한 휴양지의 쾌적한 광경과 대비되는 다운타운의 황폐와 원주민 보호구역의 메마름. 아주 쓸모 없고 이상한 물건일지라도 새로운 것이라면 아무튼 사고 싶어하는 소비문화까지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든 것이 어딘가 조금 우스운 광경들뿐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오래쓴 물건을 욕하면서도 고쳐서 다시 쓰는 것처럼, 그에게는 미국이 왠지 버릴 수 없는 애증의 대상인 것처럼 보인다. 오래전 떠났던 고향이라는 것일까. 뭔가 심각할 것같기도 하고 훈계조일 것 같기도 하지만 이남자는 그러는 법이 없다. 남들을 까는 만큼 자기의 어리석음을 더욱 깐다. 시행착오와 어리석은 미신과 착각, 오해들까지 날것 그대로 까발리며 웃음을 자아낸다. 읽다보니 기분이 좋아져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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